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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Jun 04. 2020

민주당에 없는 것 두 가지

민주주의자, 그리고 '노무현정신'

1990년 1월,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3당이 ‘합당’에 합의했다. 이른바 ‘3당합당’이었다. ‘여소야대’라는,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힘겹게 얻어낸 성과가 무너졌고, 신군부세력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3당합당(출처 : JTBC)


그해 1월 30일, 통일민주당에서는 ‘3당합당 결의대회’가 열렸다. ‘기적에 가까운 결단’, ‘구국의 차원에서 내린 위대한 결단’ 등의 자화자찬이 오간 후, ‘이의 있습니까’라는 말에 어느 한 초선의원이 손을 번쩍 들었다. 노무현이었다.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을 해야 합니다!


'이의 있습니다!'. 한국정치의 명장면 중 하나다.


지금까지도 ‘한국정치의 명장면’ 중 하나로 평가받는,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노무현’ 사진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대세에 따르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노무현 정신’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이후 노무현의 정치역정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92년 국회의원 선거, 95년 지방선거에서 번번이 깨졌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보는 많은 정치인들의 귀감이 되었고, 민주당은 빼먹지 않고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친다. 지난 5월,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새로운 ‘노무현 정신과 가치’를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주장한대로 ‘노무현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은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조치했다. 공수처법 표결과 관련하여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금 전 의원은 찬성이 아닌 기권표를 던짐)에서다. ‘이의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일까.


이해찬 당대표는 "강제 당론은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것"으로 주장했다 한다. 징계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궁금하다. 오늘날의 민주당은, 당시 노무현 초선 의원의 ‘이의제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당시 노무현의 행보도 ‘징계감’일까. 아니, 노무현의 이의제기는 ‘소신이고 원칙’이나, 금태섭의 이의제기는 ‘아집과 독선’인 것일까. ‘소신과 원칙’ 그리고 ‘아집과 독선’의 기준은 누가 판단하는가.


토론은 있었는가


 금태섭 전 의원과 경선에서 맞붙었던 강선우 의원은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에 도달했으면 당인으로서 당론을 따라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금 전 의원은 SNS에서 “토론은 치열하게 하되 결론이 정해지면 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비판이 “가장 억울했던 지적”이었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토론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만약 “치열한 토론”이 있었고, 그래서 당론이 정해졌다고 해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정당에서 당론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징계까지 내린 것은 적절한 것인가라는 의문은 남는다.


민주당, 퇴행의 연속


 대세 속에서도 ‘이의 있습니다’를 외쳤던 노무현이 있다. 당론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을 징계한 오늘의 민주당이 있다. 퇴행이다.


 ‘권력의 반을 내놓고라도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진출을 고민했던’ 노무현이 있다. 한 줌의 권력도 내놓기 싫어 자신들이 내세웠던 선거제개혁의 ‘불완전한’ 성과까지도 ‘위성정당 창당’으로 후퇴시킨 오늘의 민주당이 있다. 퇴행이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던 노무현 대통령이 있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논란 끝에 취하하기는 했지만) 글쓴이를 검찰에 고발, 자신을 향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오늘의 민주당이 있다. 퇴행이다.


당신들의 노무현은 어디에 있는가


 홍세화 선생은 민주당의 ‘언론 고발’ 사태에 대해, ‘민주당에 민주주의자가 없다’고 일갈했다.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민주주의자도 없고, 노무현 정신도 없다. ‘민주’라는 간판만 있을 뿐이고, ‘노무현’이라는 ‘브랜드’만 있을 뿐이다. 참담하다. 그대들의 ‘노무현’은 어디에 있는가.


※ 아참, 이해찬 당대표도 2016 총선 당시, 공천배제라는 당의 결정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복당한 전력이 있다. 이것은 어떻게 봐야할까. 이래저래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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