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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Mar 13. 2021

LH가 문제가 아니다

'LH 투기 사건', 진짜 문제는?

‘LH 부동산 투기’로 인한 국민적 공분이 거세다. 분노한 농민들은 LH 본사 앞에서 시위를 열고, 국민들은 ‘진정한 신의 직장은 LH’라며 허탈해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회의원, 시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미 끓어오르고 있던 민심에 불을 지핀 것이다.

     

심상치 않은 민심을 의식했는지, 정치권에서도 연일 ‘말의 잔치’를 쏟아내고 있다. ‘용납할 수 없는 일’, ‘엄벌’, ‘이익 몰수’,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선포’, ‘LH 해체’ 등.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즉각적으로 매각 혹은 기부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니, 이 사태에 대해 그들이 얼마나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그래도 이 폭풍이 지나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 표변할 수 있다. 지속적인 감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선포". 부동산 투기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집권 5년차가 된 이제서야 전쟁을 선포한단다.(출처 : SBS)


다만, 지금의 분위기가 ‘투기꾼을 향한 처벌’에 편중되어 있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생각해보자. LH를 해체하면, 국토부를 해체하면, 투기행위는 근절될까? 국회의원, 시 공무원의 투기행위가 확인되어 그들을 파면/제적시키면 투기행위는 근절될까?


이번에 공개된, 어느 LH직원의 사내 메신저 대화내용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걸로 잘리게 돼도 어차피 땅 수익이 회사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다". 간단하다. 잘려도 한다. 왜? ‘더 많이 버니까’. 얼마나? “회사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이”.


출처 : JTBC뉴스룸


이 문제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 사유화’에 있다. 어마어마한 토지 투기 불로소득을 개인이 향유할 수 있는 한, 이 문제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뉴스나 신문을 통해 접하는 많은 비리나 의혹들이 이 문제에서 기인한다. 장관 청문회에서 여러 번 접했던 ‘다운/업계약서’ 문제나, 얼마 전에 뜨거웠던 ‘다주택 소유 고위공직자’ 문제나, ‘청와대 대변인 흑석동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 등이 다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그들을 향해 부동산을 팔라고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투기로 이익을 낼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토지 불로소득 환수제’가 필요하다.     


문제는 '불로소득'이다     


‘토지 불로소득 사유화’는, 나쁘다. ‘토지 투기’는, 나쁘다.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해서 나쁜 것이 아니다. 일반인이 하더라도, 토지투기는 나쁘다. ‘공정과 정의’의 관점에서도 그렇거니와, 자산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피해를 주며, 국가경제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로소득을 노린 대량의 투기 수요가 있을 경우,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부동산은 단기간에 손쉽게 공급하기 어려운 재화이다) 자영업자들은 높은 상가 임대료에 허덕인다. 높은 땅값은 신규 창업의 진입 장벽을 높게 만들고, 기업의 고용 여력과 기술개발 투자 여력을 깎아 먹는다. 가계는 주택관련 대출 때문에 소비력이 제한되고, 이는 다시 ‘안 그래도 높은 임대료로 고통 받는’ 자영업의 매출감소로 이어진다. 자본주의 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전망이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 OECD 최저를 자랑하는 저출산의 문제도 일부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자영업자는 임대료 부담이 가벼워지고, 가계들은 소비여력이 생기고, 기업들은 고용유지/기술개발투자여력이 확대된다. 자본주의 경제가 더욱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제도’는 ‘공산주의적 발상’이 아니라,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다. 기업도 좋고, 가계도 좋고, 나라에도 좋다. 투기꾼에게만 안 좋다.     


투기꾼에게만 안 좋은 '불로소득 환수'     


그런 점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제도’는, ‘공정과 정의’를 외친 정부여당에게도, ‘친시장경제’와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반공’을 내세웠던 보수야당에게도 너무나 매력적인 제도가 아닌가. 부디, 여야가, ‘국회의원 전수조사’로만이 아니라, ‘토지 투기 불로소득 환수제도’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를 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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