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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Mar 13. 2023

<나는 신이다> 리뷰 : 나도 신인가?

나에게도 물어야 한다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독교복음선교회(세칭 ‘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등 문제적 종교집단을 다룬 8부작 다큐멘터리로, MBC의 조성현PD가 연출을 맡았다. 특히, 현재 성범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JMS의 정명석과 관련해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엄정한 법 집행을 당부할 정도인 것을 보면(관련기사), 이 다큐의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다큐를 보면, 이들의 행각과 사고방식에 충격을 받지 않은 에피소드가 없을 정도로 기이하고 섬뜩하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들에게 충성하는 것일까.



사실, 이들 종교집단에서 벌어진 문란한 성행위나, (폭로자나 그 주변인, 비순종적인 신도 혹은 방송국을 향한) 폭력행사 등 엽기적 행각의 ‘현상 자체’보다 더 집중해서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이러한 비상식적 행위를 가능하게 한 ‘토대’의 문제가 그것이다.     


'현상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고 그 토대는, 민망할 정도로 억지스러운 (교주 및 지도부의) 궤변 및 정당화와 (신도들의) 맹신의 결합이었다.


‘성추행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요 선택이다.’

‘해외도피가 아니라 해외선교다’

‘아버지가 죄가 아니라고 하시면 죄가 아닌 것이다’

‘육의 사랑이 아니라 영적으로 사랑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정말 하나님의 은혜구나’하며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성도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토대’다. 이러한 ‘토대’만 준비되면, 성범죄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와 반사회적 행동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왜, 이제는 JMS를 탈퇴하여 열심히 반JMS운동을 하는 김경천 목사도 한 때, sbs의 JMS관련 방송을 막기 위해 ‘애드벌룬 타고 가스통을 등에 메고 sbs사옥에 들어가서 자폭해버릴까’하는 고민을 했다지 않은가.(당시의 그에게 이것은 '테러가 아니라 성전'(聖戰)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 ‘토대’가 확고한 곳은 이미 문제적 행동을 얼마든지 일으킬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 ‘토대’, 즉 ‘정당화와 궤변’은, 흔히 말하는 ‘이단 사이비’ 종교집단에만 있는 것일까? 정통교회에는 이러한 토대가 없을까?


'이단 사이비집단'만의 문제?


‘세습논란’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명성교회는 ‘세습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거친 ‘승계’’, ‘기업을 물려주는 것이 아닌 고난을 물려주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관련기사). 또한, 예배 대표기도를 통해 세습에 대한 우려를 표한 어느 장로가 다른 장로들에게 둘러싸인 채 얼굴에 뜨거운 음료를 맞는 일도 벌어졌다(관련기사). 여수지역 대형교회인 여수은파교회측 또한 ‘세습’과 관련, “우리는 교회를 위해서, 하나님을 위해서 이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인분훈련’으로 논란이 된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최근 1심에서 징역2년 선고(관련기사))는 상습적으로 리더급 교인들과 돈을 걸고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돈으로 주고 받은 것이 아니라 칩으로 했다’(그 칩을 돈 주고 사야 했다는 것은 안 비밀), ‘연봉이 높은 사람은 점500을 했지만 돈이 얼마나 되겠냐’, ‘일주일간의 안식개념’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급급했다.(관련기사) 그리고 이들 교회는 아직 건재하다.


??


‘궤변과 정당화’, 그리고 ‘맹신’이라는 이 토대는, ‘이단 사이비’ 종교집단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교리’의 문제로 ‘이단’을 판별하는 것은 해당종교인들에게나 의미가 있을 뿐, 종교 밖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사회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정통’과 ‘이단’을 뛰어넘어, 이 ‘토대’의 문제를 기준삼아 종교를 바라보아야하지 않을까.


우리도 물어야 한다. 끊임없이.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현재 대한민국에 자신이 메시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백 명이 넘게 있”다며, ‘그는 정말 메시아인가’라고 질문해 볼 것을 권했다. 아쉽다. ‘자칭 메시아’를 지도자로 두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종교인이라면 모두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도 ‘나는 신이다’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당화와 맹신의 토대’가 우리에게도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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