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loe Feb 08. 2016

뉴욕사용설명서

세가지 색, 뉴욕-디지털 스타트업 편

#뉴욕의 대표 디지털 스타트업 눔(noom)을 만나다. 

*오늘의 키워드

Vp of Engineering


세상사 관심이 항상 많았습니다. 지난 가을 뉴욕에 처음 왔을땐,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게 무언지, 그걸 찾기 위한 여정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 동네 와보니 더욱 헷갈리만 합니다. 뭔가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인게죠. 문화면 문화, 경제면 경제, 트렌드면 트렌드 어디에 손을 뻗쳐도 세계적인 작품과 사람에 쉽게 닿으니,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더라고요. 그 다음엔 약간의 질투심과, 부러움... 한국에선, 그 좋다는 게 몰려있다는 한국이지만, 이러한 문화적 지식적 수혜를 쉽게 얻는 건 일단 지리적인 한계 때문에라도 어려운 지라 아쉽고, 안타깝고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죠. 그렇게 눈 앞에 있는 걸 '다 해볼 거야'라며 욕심내 섭취(!)하다, 어느 순간엔 일종의 쳇기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정리하자' '(이해안되는 거)나중에 다시보자' 등등등 제대로 소화도 못시킨 상태서 쏟아붇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는 거죠. 


<얼마전 찾은 영국식 찻집입니다. '56 어빙 플레이스'에 있는 '레이디 멘들(lady mendle)'.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장식으로 꾸며놨다던데, 어찌나 아기자기한지 한눈에 오오오.....여기는 영국식 집처럼 일단 '대기'하는 장소이고 차는 안쪽에 들어가서 마십니다. 무한 리필 차가 제공되는 애프터눈 티 세트는 56달러. > 

 

그래도 갈증은 여전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것이 쏟아져도, 뭔가 겉핥기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공감하고 흡수하고 느끼지만, 진짜 이들의 삶에 녹아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거든요. 대충 사회가 어떻게 돌아간다는 식의 느낌은 정확히는 몰라도 희미하게라도 파악할 수 있는데 무언가 젖어들었다... 라는 기분은 그닥 들지 않아서요. 그 풀리지 않는 궁금함, 갈증 같은 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스타트업 회사에 관해서였습니다. 스타트업이야 웨스트코스트 그러니까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융성하고 있지만, 뉴욕도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몰려있거든요. 미디어의 중심이기 때문에 관련, 미디어 홍보 회사들이 진을 치고 있고(버즈피드, 허핑턴 포스트 등도 처음엔 일종의 스타트업이었으니까요) 그 외에도 보험사, 각종 배달업무(뉴욕은 한국과 비슷하게 24시간 배달 서비스가 잘돼요. 침대 매트리스 대여,배달 사업이 또 그렇게 잘 된다네요!), 아트 관련 스타트업 등이 빛을 내고 있습니다.  


원하면 얻는달까요. 때마침 기회가 생각지도 못하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대학시절 알던 친구가 이 곳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인 눔(noom)과 친분이 있다 해서, 적극적으로 약속을 잡았죠. 첨엔 그냥 '인사'하려던 마음이었는데 자꾸 욕심이 들더군요. 그냥 아무 것도 안해도 좋으니 자리에 앉아 회사 돌아가는 분위기만 봐도 마음이 설렐 것 같았습니다. 눔 대표가 한국인이라 신기하고 반갑고, 자랑스러운 것도 있었고, 올해의 최고 관심 분야중 하나도 디지털 헬스 케어가 꼽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눈에 들었던 것이죠. 


<지난해 말 열인 눔의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 중 하나입니다. 저녁 먹기 전 이렇게 모여서 서로 이야기하고 한잔하고, 일년간의 성과와 추억 등등을 스크린 화면을 통해 풀어놓는 자리였습니다.> 


언제나 '관광객'모드로 사는 저에게 뭔가 '뉴요커'의 기분이 들게 했달까요. ㅎㅎ 제가 잘 알지 못하던 분야를 '관찰'(!) 하다보니 새로운 용어들이 다가오더군요. 


여기와서 처음으로 귀를 사로잡은 건 vp of engineering 이었습니다.  사실 이 단어 자체는 낯설지 않죠. 국내에서도 공학기술 부사장이나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으로 알려져 있는 직책이니까요. 

그런데 저에게 생소했던 건 직무였습니다. 그런 직책이야 디지털 스타트업 조직이 아니더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의 업무는 '아!'하고 저를 때리더군요. 


뭐라고 말할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엔지니어들의 엄마? 상담 선생님? 그런 역할을 기본으로 깔고 갔습니다. 워낙 엔지니어들이 많다보니, 자기 분야만 바라보고 일종의 '조직'이란 분위기와 가끔 동떨어질 수 있는데, 그때 '조정가'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심리적인 부분도 뒷받침해주고, 의욕도 북돋워주고, 뭔가 필요한 부분이 없나 항상 귀기울여주고, '언제나 그들 편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자리라는 거죠. 

뭔가 힘들어 보인다 싶으면 면담 시간도 갖고, 기술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이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요. 조직생활하다보면 '멘토' 같은 부분이 필요하고, 이를 찾는데 굉장히 시간이 걸리거나 회사밖에서 겨우 찾는 다거나, 아니면 영원히 찾지 못하고 그곳을 떠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런 사람이 사내에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든든하게 여겨질지 그냥 확 와닿거든요. 그런거 있잖아요. 회사 살다보면 '엄마가 필요해!'같은 기분이요. 그 만큼 속을 터놓으려면 굉장한 신뢰가 필요한 부분일테고, 그래도 조직이니 내 말 다들어주는 '엄마'보다는 따끔하지만 정 깊은 '사감 선생님'쪽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그래도 제 기존 사고방식을 깨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었습니다.  


<연말 회식 자리에요! 퀴즈 게임에 불려나온 자리라 표정이 다양하네요. 이렇게 활짝 웃는 직원들의 모습을 거의 매일 볼수 있다는 게 참 뭐랄까.. 그냥 신선해서 함 올려봅니다 :-)>

작가의 이전글 뉴욕사용설명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