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색, 뉴욕-디지털 스타트업 편
혹시 보이시나요? 오른쪽 작은 책상 위에 올라있는 컴퓨터 화면. 작은 모닥불이 홀홀 타오르고 있는 장면입니다. 뉴욕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에 몇번 얼굴을 들이밀다 우연히 '착석'하게 된 김에 몇 시간에 걸친 격정 토론 장면을 전해 봅니다. 오른 쪽 불꽃은 일종의 '상징'이지만 주제자들의 발표 이후 정말 화염 방사기 못지 않은 질문들이 쏟아지더군요.
저기 앞에 있는 사람들은 맨 왼쪽에 앉은 눔(noom) 공동 창업자인 아텀을 비롯해, 심리학자겸 코칭 총괄 디렉터, 엔지니어 디렉터 등 우리로 말하면 임원급들이 앉아서 설명하는 데도, 가차 없더군요. 막내 직원도 손들고 '그래서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느냐' '이게 정확히 어떻게 얼마나 달라지느냐'라는 걸 일일이 묻는데, 한국같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냥, 들었겠죠. 윗분들 말씀만.
여기선 안나왔지만, 전체 분위기는, 허허, 뭐랄까, 겉으로보면 상하계층 전혀 구분 안됩니다. 아니 오히려 임원진들은 곧추 서서 이야기 하거나 최대한 자신을 어필하려 노력하는데, 일반 직원들은 대부분 소파에 앉아서 (일부는 거의 누운 듯 편한 포즈로) '한번 말씀해 보시지' 같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질문을 거침 없이 내뱉습니다.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선 하에서의 회사 회의 표정은 거의 정 반대 아닐까요? 부하직원들이 땀 삐질--;;; 내거리며 몇날 며칠을 밤샘 작업한 자료를 PT하면 윗분들이 고개 까닥하면서 '그래서' 이렇게 살얼음판 만드는 작업이요. 그렇게 통과해도, 더 윗분을 통과 못하면 그냥 깨지는 날이고, 설사 그날 일진이 안좋았더라도 어떻게 그 윗분의 귀에 들어가 '무사 통과' 혹은 더 심한 칭찬 받으면 그야말로 인생 역전이고요. (제가 너무 한국 드라마에 길들여져 있는 걸까요... )
하여튼 , 이날은 noom의 2016 전략을 발표한뒤 직원들의 추가 질문 등을 모아 또 한번 열게 된 fireside chat 장면입니다. 그 전날 있었던 장면은 제가 타사 선배랑 열심히 먹고(마시고) 인생 대화(!) 하느라 반 정도 밖에 못들은지라, 이날 좀 제대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저쪽 뒤에 화면은 여기서 많이 쓰는 Zoom 화상 회의 장치 입니다. 여기선 대체로 구글로 작업하던데 구글 닥(doc)과 slack을 기본으로 화상회의는 zoom을 주로 이용했스빈다. 이러한 방식은 제가 얼마전 만났던 미디어 회사 버즈피드(BuzzFeed)에서도 마찬가지더군요. 그들의 회의 방식도 다음 번 글에 설명드리겠습니다.
하여튼, 얘기가 길었는데, 파이어사이드 채트(fireside chat)라고 하면 떠오르시는게 있을까요?
말그대로 화롯가 옆에서 속닥속닥 얘기를 나누는 것인데요.
그걸 한자로 옮긴 것이 '노변담화(爐邊談話)'입니다. 노변정담이 더 익숙하실 수도 있구요. 역사 책 열심히 보신 분이나 정치 관심 있으신 분들은 대변에 아! 하실 거 같은데요. 바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위해 시도한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으로 유명합니다.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였는데 1933년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의 역작이자 그를 대통령에 이르게한 '뉴딜정책'에 관한 건데요. 이의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 이용하 방식입니다.
기존의 딱딱하고, 위에서 누르는듯한 강압적인 연설이 아니라 난롯가 주변에서 친구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듯 친밀감을 준다는 데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런 것들이 포퓰리즘이나 소프트한 방식의 여론 이용 등, 일종의 '여론조작'이란 비판도 받긴 하는데요. 라디오 시대를 잘 이용한 루스벨트든, 티비를 극적으로 이용한 레이건이나 나중엔 클린턴 까지, 매스 미디어 정치는 어느 시대나 새로운 미디어를 타고 일어나게 되는 일이니 무조건적인 비판은 어쩌면 그냥 그것도 '역사거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SNS등 뉴 미디어 시대를 타고 어떤 스타가 어떻게 탄생할지 또 모르니까요. 결국은 다 국민의 판단이겠고, 역사는 또 그렇게 쓰여지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