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3)

'Love'의 혈액형은 무엇일까?

by 봄이




*오늘의 글은 제이레빗의 <사랑일까?> 그리고 <amorejo>와 같이 듣는 걸 추천해 드려요:) 참고로 amorejo는 한국말 아 모르죠를 영어로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거라 합니다.ㅎㅎ 사랑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전 "아, 그건 말이죠. 모르는 거죠."라고 대답할 것 같네요^^




명사, 동사, 부사, 형용사 등... 시중에서 파는 단어장을 사서 단어를 외워 본 적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런 것들을 우리는 흔히 '품사'라고 통칭합니다. 쉽게 말해 단어의 성격에 따라 단어를 분류하는 기준이 품사인 것이죠. 어떤 단어장 이건 간에 책의 디자인은 서로 다를지언정 거기에 나온 단어의 뜻과 품사는 동일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 '좋은 단어장 좀 추천해 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자기 눈에 예쁘고 깔끔한 단어장을 고르면 된다고 답한답니다.



사실 어떤 단어장이든 단어만 제대로 외울 줄 안다면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단어를 제대로 외운다는 것은 단어의 뜻을 암기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암기에서 더 나아가 외운 단어를 실제로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을 뜻하는데요 단어를 제대로 사용하고 싶으면 위에서 말한 품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품사를 이해한다는 건 단어를 품사에 맞게 분류할 줄 아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위에서 말한 네 가지 품사를 혈액형에 비유해 가며 설명할 생각이에요. 명사는 A형, 동사는 O형, 부사는 B형, 형용사는 AB형이 되겠습니다. 이유는 천천히 설명해 드릴게요.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던지겠습니다!



Love의 혈액형은 무엇일까요?



1.jpg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면 질문을 다르게 해보겠습니다. 영화 'Love Actually' 보셨나요? 워낙 유명한 영화라 대부분 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영화 제목은 'Love actually is all around'에서 따온 것이기는 하나 Love actually만 따로 떼어 내면 두 Love의 성격은 달라집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하나는 명사고 하나는 동사예요. 눈치채셨나요? 아직 잘 모르시겠다면 명사와 동사의 구분법을 알려드릴게요. 명사는 이름을 가진 모든 말을 통칭한 것인 반면 동사는 행동하는 것을 기술한 말의 집합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동사는 해석이 '~다' 혹은 '~하다' 이런 식으로 된답니다. 고로 '사랑'은 '명사'가 되는 것이고 '사랑하다'는 '동사'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위의 두 문장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Love Actually 실제로 사랑하다

Love actually is all around 사랑은 실제로 어디에나 있다



이제 눈치채셨지요? 영화 제목에서 쓰인 Love는 ~하다로 해석이 되니 동사인 반면 두 번째 문장의 Love는 그렇지 않으니 명사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미 앞서 명사는 A형, 동사는 O형이라고 말씀드렸을 거예요. 자, 그럼 Love의 혈액형에 대한 답도 같이 할 수 있겠네요. Love는 A형이기도 하고 O형이기도 합니다. 말도 안 된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지난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사랑이라는 건 원래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하는 것이지 않았던가요? 사랑은 이성을 빙자한 본능이며, 의식인 듯 무의식적 현상이기에 두 얼굴을 가진, 통제 불가능한, 모순덩어리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었던가요.



간혹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면서 잡지를 보다 보면 혈액형 점이라든지 혈액형 궁합 같은 것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심심하니 재미 삼아 보곤 하지요. 이때 흔히 A형은 소심하지만 신중하며 O형은 리더십이 있으나 무모하다는 평이 나오곤 합니다. 잡지에 따라 A형과 O형은 서로를 보완해 주는 천생연분이라 할 때도 있고 서로 너무 달라 상극이라고 할 때도 있어요. 어찌 되었든 혈액형으로 성격을 점친다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이긴 하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혈액형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건 A형과 O형이 천생연분이든 아니든 간에 서로 판이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일관되게 묘사되곤 하죠.



사람은 단 하나의 혈액형만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물론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AA형 AO형 등의 혈액형을 배우기도 하지만 결국 AO든 AA든 둘 다 A형이라는 큰 범주안에서 세분화한 것일 뿐 둘 다 A형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달리 Love의 혈액형은 A형이기도 하고 O형이기도 합니다. AO가 아니라 A and O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본 적 있나요? 사랑의 뜻을 사전에서 찾는 것은 실은 참 무의미 하지요. 사람의 성격과 경험에 따라 그 정의는 달라질 것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특히 사랑을 시작할 때와 그 사랑을 정리할 때의 사랑은 분명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저에게도 저만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있어요. 물론 저의 정의는 언제나 가변적입니다만 지금으로서의 저는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답니다. '사랑은 사랑하다의 가능성. 마치 씨앗이 꽃봉오리의 가능성이듯이.' 저는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무척 좋아합니다. 최근 저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다음 구절로부터 나오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을 가진 모든 것들을 명사라 한다 했지요. 타인의 이름을 인지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점이자 가능성이 될 수 있기에 이름은 때로 이름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그런 의미에서 때로 꽃이 되는 행위와 동일시될 수 있는 것이며 그 경이로운 순간은 시간이 지나 다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이겠지요. 명사가 동사가 되고 다시 명사가 되는 이 과정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명사이자 동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사랑 안에 상극인 A형과 O형이 공존할 수 있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사랑은 정적이면서 동적이니까요.



꽃은 씨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지만 씨가 있다 해서 꽃봉오리가 늘 터져나오는 것이 아니듯 사랑이 있어야 사랑하다가 가능한 것이겠지만 사랑을 느낀다 하여 모든 사랑이 사랑하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참 복잡하고도 미묘하고 늘 잡힐 듯 말듯 가깝지만 멀기만 한 당신인 것이지요. 더 웃긴 건 그런 사랑을 좇는 인간의 본성은 더욱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답이 있는 수학 문제는 싫어하면서 답이 없는 사랑에 우리는 왜 그리도 열광하는 것일까요.



1.jpg 사랑에도 정석이 있었으면 좋겠건만,




2.jpg 사랑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석이 없나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영어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