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의 가장 큰 적은 산후우울증도 아닌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 아닐까?
백수된지 1년하고도 2주가 지났다.
지금은 육아와 가사일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진지한 앞으로의 계획이라던지 자기계발이라던지 하는 것들을 생각할 틈이 없어보인다.
아기가 아침 7시에 잠에서 일어나면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시키고 놀아주고 낮잠자면 집안일을 재빨리 헤치우고 다시 잠에서 일어나면 기저귀-분유-트림-놀기를 반복하고 다시 낮잠을 자면 남은 집안일과 식사를 한다. 이것을 총 4번 반복하면 밤10시가 된다.
그것 뿐이랴. 기저귀-분유-트림-놀기를 하면서 낮잠시간 동안 어떤 집안일을 할지 고민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그래야 낮잠 시간에 효율적으로 집안일을 끝낼 수 있다.
남편은 연말이라 연말모임이 하루 걸러 있고 회사TF 프로젝트와 회사동아리 활동으로 밤11시 이전에는 얼굴을 볼 수 없다. 주말에서 꾸벅꾸벅 졸려하니 그의 얼굴보다는 정수리를 가장 많이 보는 것 같다.
충분히 예상했던 그림들이기에 미리 마음의 단련을 시킨다.
그렇지 않으면 우울감에 깊이 빠져 육아일정이 뒤죽박죽이 된다. 그러고 나면 아기에게 미안해서 계속 미안해 미안해라고 읖조리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낮 별거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나의 분노 게이지와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것이 있다.
'남편의 느림'이다.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아니, 다시 말하면 성격이 아닌 행동이 급한 편이다. 한번 눈에 보인 것을 하지 않으면 그 생각으로 온통 사로잡혀 다른 일을 해도 마음 속에 있는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러다 보니 최근 내 손목이 아파서 마음처럼 손을 움직일 수 없을때,
'왜 이것밖에 못하지? 더 빨리 할 수 있잖아.'
'답답해 죽겠네. 몇 분이면 헤치우는 것을... 이 손 때문에...' 라고 생각한다.
혹은 손이 빠른 사람들을 목격하면 나도 모르는 죄책감에 휩싸여 '저렇게 빨리 해야 하는데. 나는 너무 느려터졌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이 성향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많이 경감된 편이다.
그러나 아기가 생기고 부터 '느긋함'은 짐이 될 뿐임을 경험하고 나의 다급함은 다시 도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남편의 행동까지도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 예로 이사한 후로 서재방이 정리되지 않아 서재만 들여다보면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주방, 거실, 아기방, 안방, 화장실은 내 행동권에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정리하여 정리가 완료된지 오래다.
하지만 서재는 남편의 물건들이 상당하기에 내 임의대로 카테고리별 정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놓아둘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웬걸.... 남편은 정리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심지어는 왜곡해서 그를 평가하였다.
'집보다는 회사나 외부활동이 우선순위와 중요도가 더 높은 거겠지.'
그렇다고 다그쳐봤자 서로 감정만 상하니 한숨만 쉴 뿐이다.
가장 화나는 것은 내 성격을 뻔히 알면서 손목 아프니 자신이 하겠다고 하는 것들을 하루이틀 미뤄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참지 못하고 혼자서 낑낑거리며 한다. 그리고 나서 병원행이지만...
분명 육아가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은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내가 과로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과로사하기 전에 나를 챙길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양제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