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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가루인형 Sep 21. 2021

현대인 병

공황장애 그리고 자가면역질환

진솔한 개인사를 이야기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웬만한 모든 연예인들이 꽁꽁 숨겨놓은 비밀을 고백하듯 자신은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병이 내 주변에서 그리고 나 자신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한창 직장을 다닐 때 상당한 업무량과 쓸데없이 막중한 책임감으로 번아웃이 오고 있을 때 팀장의 배신과 적대시하는 몇몇이들과의 마찰로 자격지심이 생기고 자존감이 하락하였다. 


발표, 토론, 해외사업자 교육, 강사 교육 등을 진행할 때 정상적인 호흡이 되지 않아 목소리가 더 이상 안나오고 과호흡이 와서 한참을 화장실 변기 위에 쭈구려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무슨 병이라도 걸린 줄알고 병원에 갔지만 아무런 이상소견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그런 증상들을 무시하면서 지내오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정신적인 부분에서 상담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와 큰 마음을 먹고 회사근처의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이미 많이 발전한 불안장애... 그게 나의 병명이였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남편 품에서 한없이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1년 동안 약을 먹고 병원을 다니며 버티다 백혈구, 호산구, 호중구 수치가 말도 안되게 떨어지기 시작해서 안되겠다 싶어 퇴사를 하였다. 


그리고 3년 뒤, 건강검진 결과 낮은 백혈구 수치로 인해 '재검'이 아닌 '진료'라는 결과가 내 숨을 턱 막히게 했고 긴장을 감추며 혈액종양학과로 발걸음을 하였다.


혈액검사 결과 다행히 백혈병은 아니였고 류마티스내과에 가보라는 의사의 말에 '뭐길래?' 라는 생각으로 혈액재검사를 하였다.


백혈구 수치가 낮은 이유... 바로 자가면역질환 중 루푸스라는 확진을 받았다.

병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의사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그것.

스.트.레.스


의사는 6년 전부터 매년 저장된 백혈구 수치를 볼펜으로 그래프처럼 그리며 설명하였다.

갑자기 생긴 병이 아니라는 거. 점점 쌓이고 쌓여 몸에 염증수치가 높아지고 내 자신의 몸이 스스로 생채기를 내면서 혈액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다행히 그 생채기 낸 곳이 장기(신장, 간 등)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것이 의사의 설명이였다.

이렇게 나는 장기가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평생을 염증수치를 추적관찰하면서 약을 복용해야 한다.


단지 5년 간의 과중한 스트레스와 번아웃으로 인해 평생의 병을 얻었다.


하지만 남탓하기를 싫다. 그렇다고 내 성격을 탓하고 싶지도 않다.

물 흐르듯 남은 인생을 하고싶은 대로 더없이 열심히 살고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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