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9. 2016 에 써두었던, 서랍 속에 있던 글.
한여름 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과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 한가운데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밤하늘을 본다. 반짝반짝, 별똥별이 스쳐가고, 반짝반짝.
여름방학 사이에 사물놀이 전수를 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이천의 한 초등학교 분교를 빌렸다. 나는 아이들이 도착하기 전 미리 가서 창문에 모기장을 치고, 교실을 숙소로 쓰기 위해 정돈하고, 에어컨도 되지 않는 89년식 엑셀을 몰고 나가 장을 봐온다.
상모를 돌리기 위해 하루종일 무릎을 굽혔다 폈다 호흡을 하고, 장구를 치고, 북을 치고, 쇠를 친다. 앉은반을 했다가 선반을 했다가, 진을 배우고 놀이를 배운다.
여름방학동안 자기 자리를 뺏긴 동네 초등학생 아이들은 신기한 듯 구경을 오고, 함께 배우기도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선생님은 그 아이들의 이름도 외우고, 함께 챙긴다. 그중 한 아이는 나중에 20대가 되어서는 나보다 빨리 직장을 구했다.
전수 마지막 날 저녁, 동네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구하고 마을회관 앞에 상을 차리고, 일주일간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감사하다고 잔치를 한다. 일주일만에 상모를 자연스럽게 돌릴 수 있게 된 아이들, 호흡에 맞게 장구 박자를 맞추고 잔가락을 치게 된 아이들, 북놀이를 배운 아이들, 짝쇠를 배운 아이들. 일주일 간 강행군에 지쳤지만 신이 난 아이들, 아이들도 막걸리 한 모금 씩.
그 때 선생님은 지금의 나보다 어렸는데. 대단하다.
인도는 이제 한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