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대받는 트로피 키즈
hbo sports 다큐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트로피 키즈>. 이 다큐는 자식을 '스포츠 스타'로 만드는 데 올인하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 그 자녀의 일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다큐에 출연한 3명의 아버지와 1명의 어머니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부모가 아이의 미래 목표를 정해놓고 그 계획에 아이를 끼워 맞춘다는 점이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이는 생업을 포기한 채 아이 훈련에 매달리고, 어떤 이는 아이를 고함을 지르며 다그치고, 어떤 이는 아이의 멱살을 잡아끌고, 어떤 이는 아이에게 폭언, 욕설,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되거나, 부모인 자신이 희생자로 자리매김되어 지속된다.
다큐 말미에서 이런 방식으로 키워진 왕년의 스포츠 스타와 관련 전문가가 출연하여 그 부모들의 양육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에 대해서 토론 패널로 출연한 이들은 '학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지만, 그것이 왜 문제이며 어떤 영향,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말한다. 토론 장면에서 나온 그 어떤 말보다도 가장 깊이 와닿은 것은 결국 아버지와 인연을 끊은 아들의 인터뷰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소리 지를 때 얼마나 상처받는지 말하는 내용이다.
2. '승리 기계'라고 불린 타이거 우즈의 삶
이 다큐는 타이거 우즈가 '머그샷'을 찍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으로 주목받고 골프 영웅이 되는 과정에서 자신을 트로피 키즈로 키운 아버지와의 관계, 커리어에 방해가 된다며 3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한 부모의 말과 행동,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했던 '정신력 훈련', 그리고 아버지의 사망을 계기로 그동안 견뎌왔던 어떤 것이 내면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과정, 약물 중독, 섹스 중독, 전투 스포츠 중독 등 영웅의 몰락에 이르게 한 각종 중독을 거쳐 다시 경기장에 서기까지의 과정 등을 다루고 있다.
타이거 우즈는 경기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강한 정신력을 가진 선수로 평가된다. 다큐 후반부는 그를 '승리 기계'로 만들어준 '정신력'이 무엇을 희생한 대가로 가능했는지에 주목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발달",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그는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를 거치는 동안 그 시기에 누려야 할 것과 거쳐야 할 것들을 거의 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놀고, 싸우고, 화해하는 일, 연애도 허락되지 않았다. 승리 기계가 되는 대가로 잃은 것들이다.
다큐는 타이거 우즈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을 '보통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이거 우즈가 '스타'로서 주목받는 것을 힘들어했다는 내용이다. 골프의 '신'으로 숭배되고, 박수와 환호를 받고,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일 등을 버거워했다는 것이다. 다큐를 보고 나면 골프의 신, 승리 기계라고 불린 타이거 우즈가 스타로서 누렸던 것이 '보통의 삶'에 대한 상실의 연속선으로 보인다.
어릴 때 누군가 지금은 슈퍼 스타가 된 어느 선수를 그 아버지가 훈련시키는 장면을 우연히 보고 내게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그 방식이 너무나 폭력적이어서 충격받았고, 머리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았다. hbo sports 다큐 몇 편을 보고 나니, 그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질서가 주도하는 스포츠계에서 스타를 향해 손뼉 치고, 환호하고, 숭배하는 집단적 행위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 보게 됐다.
hbo는 스포츠 다큐도 잘 만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