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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Jun 24. 2022

아이는 저절로 크지 않는다.

낳기만 해, 애는 다 자기 알아서 커.


이런 말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자매품으로는

'사람은 다 자기 밥그릇 가지고 태어나는 거야.' 정도?


길다면 긴 신혼 기간 동안 시어머니, 친정 엄마를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이 내게 해줬던 말이기도 하다.




저출산 시대에 이런 말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아이는 절대 저절로 알아서 혼자 잘 크지 않는다.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이건 아니지 흠흠...) 아무튼 부모의 피 땀 눈물로 아이는 자란다. 더불어 부모의 시간, 즉 청춘을 먹고 자란다. 이렇게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부모의 곧은 허리를 굽게 하며 아이는 자라고 부모의 청춘을 갉아먹으며 아이들은 청춘으로 치닫는다.


사랑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정의가 다양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본인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이고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걸 하는 게 사랑이고, 그렇게 사랑으로 키우는 게 자식이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이의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와 있는 걸 보고, 잡혀 있던 오전 스케줄을 취소하고 병원에 다녀오니 오전 시간이 송두리 째 사라져 있었다.

내 시간은 거의 아이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주기에 맞춰져 있고 아이의 생활 안으로 내가 들어가 시간을 쪼개고 눈치를 보고 상황을 맞춰가며 살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이게 영유아 초등 시기까지만 그렇다고 하지만...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거죠?)




낳아두면 저절로 크는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나가 동생 키우고, 아들이 가장 노릇을 하고, 큰누나가 밥 하고.

그럼 부모는 밭에 나가 씨 뿌리고 추수하고 소 키워 자식 대학 보내며, 창고에 쌀알을 얼마나 채워 둘 수 있을까 걱정하는 그런 시절 말이다.


그러나 그 시대는 역사의 저편으로 총총…


아직도 애는 알아서 스스로 큰다고 그러니 우선 낳고 보라는 말은 자식한테 며느리한테  했으면 싶다. 사실 부모님들도 아시잖아요? 우리가 저절로 컸던가요?

피 땀 눈물...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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