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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Jul 13. 2023

2022년 12월 즈음의 회고

PM의 모자를 쓰고 일 해봤더니.




제품/조직 관점

지금까지 우리 제품의 콘텐츠 도메인은 그 때 그 때의 필요에 따라 ‘최소 스콥, 빠른 개발’을 지향하며 부분적으로 보수되어 왔다. 사실상 로앤굿이 갖고 있는 콘텐츠 전체를 고려하며 유저 경험이 설계된 적이 없다. 그래서 각 메뉴마다의 경험이 들쑥날쑥이고 콘텐츠 간의 유기성이 부족했다. (여타 콘텐츠 서비스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연관 콘텐츠 추천, 콘텐츠 검색 등이 없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 그런 관점에서 이번 스쿼드는 콘텐츠 경험 전반을 고려하며 기존의 깨진 유리창들을 보수해나간 최초의 액션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사 콘텐츠 추천을 제공하면서 3개 이상 콘텐츠 연쇄 탐색 유저 비율이 우상향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전 대비 콘텐츠 접근성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통합검색 배포 이후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 콘텐츠 별로 통일된 레이아웃과 ux writing을 적용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전체 개편을 단행하지 않았더라면 챙기기 어려웠을 디자인 부채였다. 필요하다고 명백하게 ‘느껴지는 것’은 일단 한다. 는 이번 스쿼드 체제의 기조 덕분에 더욱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 어차피 이쁘고 멋진것에 다들 별 관심이 없어. 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은 나를 포함한 디자이너들에게 큰 변화다. 디자인의 심미적 완성도에 대한 조직 내부의 관심도가 이전 1년 대비 최근들어 확실하게 높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것은 디자이너들을 더욱 각성하게 만들고, 심미적 완성도에 더욱 욕심을 갖게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메인랜딩스쿼드에서 조직 내부의 GUI 스탠다드를 높인 것은 큰 한방이었고, 그것이 콘텐츠 경험 스쿼드의 디자이너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


(-) 이번 개편이 폭발적인 오가닉 전환 수 상승으로 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다른 서비스와의 스탠다드를 맞추는 것을 넘어서, 더 더욱 압도적으로 좋은 경험을 설계하는 것 까지는 아직 닿지 못했다고도 본다. 전체적인 개선을 하면서도 각 요소를 이루고 있는 부분들이 어떤 가설을 기반으로 어떤 기대효과를 갖고 있는지 면밀하게 쪼개보면서 가지 못했다.


(-) 콘텐츠 영역에서 UI/UX를 개선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콘텐츠를 담는 그릇 정도를 정비하는 일인데, 사실상 고객 입장에서 최종적인 가치를 느끼는 지점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UI/UX)보다는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와 양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사실 압도적인 가치를 느낄만한 지점도 컨텐츠 자체일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신규 콘텐츠 발행 스쿼드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넣을 수 있었더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의 성장, 소회

로앤굿의 콘텐츠 경험 전반을 개선하는 작업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내게 결정적인 기회였다. 지난 1년간 같은 PM과 일하며 변하지 않았던 일하는 방식을 크게 바꿔볼 수 있었고, 제품 곳곳에 오랫동안 깨진 유리창처럼 방치되어 있던 영역을 전면 개선할 수 있는 당위가 생겼다는 건 디자이너로서 굉장히 탐나는 기회였다. 프로젝트 매니징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겸하면서 나의 판단과 결정을 온전히 제품에 녹여낼 수 있는 시기라는 점, PM 뒤에 숨어서 조용히 디자인만 하고 있는듯한 스스로에게 불편한 모습도 극복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결론적으로 그 어느 때 보다 몰입한 상태로 일했던 3개월이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최종 결정을 내가 내려서 일을 추진시켜야하는 상황 자체가 결정적으로 나를 많이 변화시켰다. 욕심이 나서 주도적이었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실현되니까 재밌었다. 처음에는 쉽게 잘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일도 고민의 밀도와 투입 시간을 늘리니 하나 둘 더 나은 결과물들이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는걸 보면 디자인 역량 또한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책임감에 몸과 마음이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긴 했지만, 이제는 작년 하반기 무렵에 느꼈던 개인의 성장이 정체되어서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점점 더 큰 역할을 부여받아서 개인이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 결정과 실행을 동시에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PM 혹은 팀 리드, 그리고 대표. 탑 레벨의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중간 중간 자신의 계획을 공유하고 주변 팀원들의 의견을 왜 열심히 구하고 다녔는지 그 마음이 이제서야 더 잘 이해가 간다. 불확실성에 베팅을 해야만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기대해야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지지(100% 동의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지는 할 수 있다)를 얻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잘 굴러가기 힘들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내린 판단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의도를 독해해서 최종 결정에 반영하는 작업이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괜찮은 의견이라면 그것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액션만으로도 동료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 그래서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들이 목표 지표와 어떻게 연결되는 것들인지 어렴풋한 수준으로만 팀원들에게 전달해온 것이 아쉽다. 담당한 에픽 배포 후 성과 데이터 공유 또한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마이크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했다) 이것은 곧 팀원들의 동기부여와도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왜 PM이라는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기획과 디자인을 모두 하다보니 두 가지를 다 잘하는 건 확실히 쉽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아직 매니저로서는 0.5인분 언저리의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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