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작게는 서랍장에서 크게는 옷장까지. 이사를 다니며 오래된 가구를 내놓는 모습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버려지는 가구들은 처리가 곤란한 골칫덩어리이다. 나무 가구여도 접착제나 시트지가 붙어있어 땔감으로도 사용하기 어렵고, 소각될 때 미세먼지와 유해 연기를 배출해 공기오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버리는 대신 수리하여 사회 취약계층의 가정에 나눠주면 좋겠지만 방법을 찾기 쉽지 않다. 이 사이 연결고리를 자처하며 한국에도 폐가구를 이용한 사회적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폐가구와 폐목재를 이용하여 반려동물 전용 가구를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과 폐목재를 이용하여 가구와 소품을 제작하고 망가진 가구를 수리해 주는 사회적 기업이 설립되어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1998년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설립된 퍼니처 뱅크는 폐가구를 이용한 사회적 기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수녀이자 퇴직 교장인 Anne Schenck는 한 소말리아 난민 가정을 방문한 뒤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깨닫고 퍼니처 뱅크를 설립하였다. 퍼니처 뱅크는 시민들이 기부한 중고 가구와 집기들을 '가구 빈곤'을 겪고 있는 개인과 가정으로 재분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단순히 중고 가구를 나눠주는 것이 퍼니처 뱅크가 하는 역할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당신이 쓰던 가구가 삶을 바꾼다.'가 퍼니처 뱅크의 구호다. 가구 기부가 실제 수혜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놀라웠기 때문이다.
사회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 캐나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캐나다에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삶의 의지를 되찾아 노숙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사람까지. 이들은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상당수는 열악한 경제적 상황으로 다시 거리로 돌아가거나 쉼터로 돌아갈 위기에 놓여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수십 년이 된 낡은 주택에서 부서진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식탁도 없이 바닥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이처럼 기초적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가구도 갖추지 못한 상황을 ‘가구 빈곤(Furniture poverty)’이라 한다.
수녀이자 퇴직 교장인 Anne Schenck는 한 소말리아 난민 가정을 방문한 뒤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퍼니처 뱅크를 설립하였다. 그 후 20여 년 동안 퍼니처 뱅크는 ‘한 가정마다 한 소파'를 목표로 캐나다 토론토를 거점으로 가구 빈곤을 끝내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주거환경의 개선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새 가구를 구입하는 비용은 꽤 부담스럽다. 가구 기부로 경제적 도움을 주면 어떨까? 소파와 침대, 그리고 식탁 등 기본적인 가구만 나누어주었을 뿐인데도 수혜자들은 건강을 되찾거나, 가족끼리 유대감이 회복되기도 하며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퍼니처 뱅크가 사회운동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기부받은 가구를 직접 수거하고 이를 손질한 후 필요한 가정에 직접 설치하고 배치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퍼니처 뱅크는 그 과정에서 기부자에게 수거 비용(Pickup fee)을 청구한다. 기부하는 사람에게 비용까지 청구한다는 점이 약간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퍼니처 뱅크의 수입 중 65%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수거 비용이다. 수거 비용으로 퍼니처 뱅크는 자체적으로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으며, 기부자 또한 퍼니처 뱅크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수거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며 가구를 기부하기 때문에 양질의 가구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자료 및 이미지 출처 :
퍼니처뱅크 공식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https://www.furniturebank.org/)
By 에디터 "R" - 더 나은 사회와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