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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GAKBO May 13. 2020

패션에도 비건이, 선인장 가죽

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선인장 가죽 백 S/S 신상 장만하셨나요? 수평선 끝에서 태양의 마지막 손길을 받고, 모래언덕이 바람의 박자에 맞추어 침묵의 춤을 추는 곳. 사막에서 가장 강한 자인 선인장이 잎사귀 하나를 떨굽니다. 아찔하고 숨 막히는 사막의 아름다움 속에서 탄생한 레드튜나, 그린선인장, 샌드베이지, 블랙나이트 라인을 만나보세요!"

판타지 소설 속의 광고가 아니다. 멕시코에서 탄생하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주목받은 비건 가죽 기업 데세르토(DESSERTO)의 판매 제품 설명을 각색한 내용이다. 데세르토는 자동차 시트, 소파, 패션에도 두루 적용될 친환경 선인장 가죽 원단을 제작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가 지구의 인류에 대한 반격이 아닌가 두려운 당신, 여기서 희망 한 조각 맛보고 가시라!

가죽에도 비건이? 친환경 선인장 가죽 원단 데세르토(DESSERTO) ©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 공식 홈페이지


패션에도 비건이


환경 오염과 생명 존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비건’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비건을 자청하는 사람들은 보통 육류 및 어류 섭취를 일절 하지 않는다. 비건은 오로지 ‘먹히기 위해’ 과도하게 희생되는 동물들의 생명 보호에도 목적이 있지만, 환경 보존에도 기여하기도 한다. 일례로 전 세계 경작지 중 1/3은 오로지 가축을 먹이기 위한 목적으로 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육류를 섭취하기 위하여 불필요하게 파괴된 토지의 면적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생명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패션업계에서도 시작되었다. 버버리와 구찌 등 몇몇 명품 패션 브랜드는 최근 ‘퍼 프리(Fur-free)’를 선언하였다. 모피 제품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패션업계에서도 불필요한 생명의 희생과 환경 파괴를 막는 움직임 시작되었다  ©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 공식 홈페이지


오염 없고 희생 없는 새로운 가죽


모피의 대안으로는 섬유를 이용한 인조 모피가 있듯이, 천연 동물 가죽의 대안으로는 오래전부터 PVC 등 석유화학 계통의 합성가죽이 사용되고 있다. 합성가죽은 가격이 저렴하고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첨가하는 각종 화학제품으로 인하여 생산 과정에서 유독 물질이 발생하며 ‘프탈레이트’같은 첨가제들은 신체에 이상을 발생시킨다. 식용에 따른 동물 사육으로 부산물인 가죽만을 이용하면 어떠냐고? 천만에, 가죽 가공 과정인 무두질이야말로 환경오염의 주범이기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비건 가죽’ 개발이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이유다. 파인애플 가죽인 피나텍스는 줄기 섬유질을 이용하여 제조되며 버섯을 이용한 가죽 역시 생산이 이루어진 바 있다. 멕시코에서는 선인장을 이용한 가죽이 생산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가축의 희생과 환경오염에서부터 자유로운 선인장 가죽 ©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 공식 홈페이지


젖어도 괜찮아! 선인장 가죽


멕시코 출신인 아드리안 로페스 벨라데즈와 마르테 카자레즈는 자동차 내장재 산업과 패션 업계에 종사하던 중 천연가죽과 인조가죽이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깨닫게 되었다. 친환경적인 대체 가죽을 생산하기로 마음먹은 지 2년 만인 2019년 7월, 마침내 시장성 있는 선인장 가죽을 완성하여 성공적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선인장 가죽은 선인장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선인장 분자 자체의 강한 결합력을 이용하여 강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잘 마모되지 않으며 잡아당겨도 잘 찢어지지 않는다. 천연가죽들은 대개 물에 젖으면 가죽이 상하거나 갈라질 수 있으나 선인장 가죽은 원래 식물에서 유래된 성분이므로 젖어도 상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생산된 가죽은 가방뿐 아니라 신발, 자동차 시트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된다.

물과 습기로부터 강한 선인장 가죽 ©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 공식 홈페이지


지속 가능한 가죽 재배


데세르토의 제조 기업인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는 데세르토의 가장 큰 장점으로 환경 보존을 들고 있다. 먼저 선인장 가죽은 재배에 관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멕시코에서 선인장은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식물이다.  빗물만을 이용해서 자란 선인장 중에서 잎이 충분히 큰 것만 6개월 단위로 자르기 때문에 선인장을 지나치게 많이 재배할 필요가 없다. 채취한 잎들은 햇볕에 말려 사용하므로 가공 과정도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는 멕시코의 작은 선인장 농장들과 연계하여 재료를 공급받는다. 선인장 가죽으로 환경을 지킬 뿐 아니라 지역 농민들과의 상생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자비한 재배가 필요없는 환경 친화적인 선인장 가죽 ©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 공식 홈페이지


자료 및 이미지 출처 :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 공식 홈페이지 (https://desserto.com.mx/home)




By 에디터 "R" - 더 나은 사회와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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