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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GAKBO Jun 10. 2020

르완다 폐허에서 자립의 바구니를 짜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현대에 들어서 세계에는 굵직한 전쟁들이 끊이지 않았다. 전 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은 물론이고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 걸프전까지.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었고, 이러한 전쟁의 참상은 아직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약 50여만 명이 희생 당한 르완다의 비극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르완다는 1962년 독립한 후, 후투족과 투치족 양대 부족 간의 갈등이 약 30년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1963년 후투족이 투치족 주민 2만여 명을 학살한 것을 시작으로 1994년에는 대통령 암살로 인하여 그 해에만 50만 명 이상이 희생당하는 비극이 계속 이어졌다.

현대에 끊이지 않는 전쟁 속, 르완다의 깊은 갈등과 비극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가하야 링크스 공식 홈페이지


폐허 속에서 다시 찾는 희망


조이(Joy Ndungutse)는 르완다에서 민족 간 학살이 계속되던 시기에 태어나, 학살과 정치적 탄압을 피해 옆 나라 우간다로 이주하여 그곳의 난민 수용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약 30년을 넘게 이어지는 내전에서 우간다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학살이 계속되는 우간다와, 르완다의 난민 수용소에서 여성들이 삶을 이어나갈 방식을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조이는 어떻게 하면 여성들에게 자립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바구니를 짜고 있던 어머니와 언니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미 우간다 여성들에게도 익숙한 전통 수공예 기술을 이용하여 교육은 수월하게 진행하고, 우간다의 수공예 작품을 상품화하여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창출하기로 한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들에게 자립의 길을 열어준 조이 (Joy Ndungutse) © 가하야 링크스 공식 홈페이지


젊은 나이 장인들의 삶


‘여성들의 기업’을 표방하는 가하야 링크스에는 약 5000명의 여성들이 기술자로 고용되어 있다. 이들 중 '마스터(Master)'로 불리는 장인들은 대개 젊은 나이의 가장이다. 가하야 링크스의 장인 테레사는 학비가 없어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였고 카사바와 감자를 팔며 생계를 이어 가다가 19살에 강제로 결혼을 하여 30살에 아홉 아이의 어머니이자 가장이 되었다. 지속적인 내전으로 사회 기반 시설이 부족한 르완다에서 여성 혼자 아홉 아이를 건사할 직업을, 무학력자인 여성이 가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테레사 역시 가하야 링크스에 오기 전까지는 자녀들에게 옷조차 입힐 수 없을 정도로 극도의 빈곤 상태에 놓여있었다. 

젊은 나이의 장인 테레사는 아홉 아이의 가장이다  © 가하야 링크스 공식 홈페이지


바구니로 자립의 기틀을 짜다


테레사는 가하야 링크스에서 교육을 받고 처음으로 완성한 바구니를 팔아서 옷감을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스스로’ 생계를 잇기 시작했다. 이제는 닭과 염소를 칠 정도로 안정된 삶을 꾸리고 있다. 테레사가 겪은 변화가 가하야 링크스가 추구하는 목표이다. 기초교육도, 직업기술도 전수받지 못한 르완다의 여성들에게 기술을 전수하여 종국에는 자립을 넘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다른 여성들에게 다시 자신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여성들끼리 도우며 지속하는 기업’을 완성한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전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낮은 우간다에서 여성들은 사회 복지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하야 링크스는 직원들에게 은행 계좌 개설, 장인들의 자립 지원, 전 직원의 건강보험 가입 등 복리후생을 제공한다.

기술의 전수 뿐 아니라 사회 복지까지 책임지는 가하야 링크스 © 가하야 링크스 공식 홈페이지


할머니에게서 어머니, 손녀로 릴레이 평화 엮기


전수받은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바구니를 판매할 곳도 필요하다. 가하야 링크스의 대표 조이는 미국에서 디자인 수업을 이수하여 바구니의 모양을 개선하고, 미국 내에서 르완다의 공예품을 판매할 거래처를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거대한 해외 판로를 개척한 것이다. '나는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성들을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시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위 인터뷰 구절에서 알 수 있듯, 조이는 단지 가하야 링크스라는 단순한 기업의 확장이 아니라 할머니에서 어머니, 손녀로 이어지는 거대한 사회 운동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야만 가하야 링크스의 ‘평화를 엮는(weaving peace)’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하야 링크스가 평화를 엮는 거대한 사회 운동이 되기를 희망한다 © 가하야 링크스 공식 홈페이지


자료 및 이미지 출처 :

가하야 링크스 공식 홈페이지 (http://gahayalinks.com/)




By 에디터 "R" - 더 나은 사회와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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