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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GAKBO Oct 13. 2020

이슬람 축제 때 도축된 소들, 가죽으로 환생하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경제력 차이를 흔히 ‘남북문제’라 한다. 남북문제라는 단어가 등장한지 어느덧 60년이 지났지만 국가 간 빈부격차의 문제는 그 당시보다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른 노동 환경 문제, 인권 문제, 빈곤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산재하여 있으나, 이 문제들을 개발도상국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자립’이라는 것에 많은 관계자들이 동의하지만 이들 국가는 빈곤층의 자활까지 신경 쓰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빈곤층의 자활까지 신경 쓰기는 역부족인 현실 © 보더리스 그룹 공식 홈페이지


보더리스 그룹의 경계 없는 활동


이에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설립된 기업이 ‘보더리스 그룹(Borderless Group)’이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지사가 설립된 이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경계’를 부수고자 노력한다. 보더리스 그룹의 본사 격인 보더리스 재팬(BLJ)은 방글라데시로 진출하여 공장을 설립하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타국의 사회 문제도 해결하고자 하였다. 보더리스 재팬은 2016년부터 ‘Corva’라는 아동복 브랜드를 선보이며 방글라데시에 생산 공장을 마련하고 있다. Corva의 생산공장을 직접 관리하며, 노동력에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여 아동들이 노동 현장에서 착취당하는 대신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더리스 재팬의 목표이다.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보더리스 그룹 © 보더리스 그룹 공식 홈페이지


방글라데시 맞춤형 사회적 기업 : BLJ 방글라데시


Corva에 앞서, 보더리스 재팬은 방글라데시에 현지 지사를 설립하고 가죽 공장을 세워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섰다. 환경 보전과 자원 낭비라는 관점에서 동물 가죽의 소비를 줄여나가고자 하는 요즘의 추세를 생각해보면 가죽 가공 공장의 설립은 이러한 흐름과 정반대의 행보이다. 그렇다면 보더리스 재팬이 굳이 가죽 공장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방글라데시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 교인인 것에서 출발한다. 이슬람에는 1년에 1번, ‘아이드’라는 종교적 축제를 연다. 양을 잡아 죄를 씻는다는 이 축제에서는 종교적 의미도 있지만 라마단의 마지막을 알리는 행사로 명절과 비슷한 분위기이다. 만찬을 즐기기 위하여 방글라데시에서는 수많은 소들이 도축되고, 이 과정에서 가죽 등 부산물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가죽을 가공하는 공장은 이미 방글라데시에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장들은 하청과 가공 과정에서 이윤이 감소해 결국 노동력 착취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직접 그들에게 되돌려주고자 BLJ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맞춤 방식으로 그들의 발전을 돕는다 © 보더리스 그룹 공식 홈페이지


337명을 고용하여 1348명을 지원하다.


보더리스 재팬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BLJ 방글라데시 현지 공장에 337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이 1348명을 부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얼핏 보면 당연한 것 같은 이 사실이 왜 강조가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방글라데시 빈곤층의 열악한 노동환경과도 연결이 되어있다. 방글라데시의 아동들이 벽돌을 나르고 받는 일당은 하루 1달러에 불과하다. 성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방글라데시 최저 임금은 2019년 겨우 한화 10만 8천 원이다. 물가를 감안해도 이 임금으로 가족을 모두 부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보더리스 재팬은 공장장부터 근로자까지 모든 직원들에게 가죽 가공 기술을 교육하여 ‘전문 장인’으로 키워내고 있다. 고품질의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장인으로서 근로자들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이에 BLJ는 합당한 보수를 제공하여,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보더리스 그룹 공식 홈페이지


무한확장, 일본 전문 패션 브랜드로


보더리스 재팬은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자체 브랜드를 통해 유통한다. 자체 생산한 물품을 직접 유통하는 사회적 기업은 많으나 대부분 생산한 국가 내에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며 해외에 판매를 하더라도 그 기반은 생산국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LJ 방글라데시 역시 ‘JOGGO’라는 브랜드를 주문 제작 전문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Business Leather Factory’ 또한 출시하였다. JOGGO와 다르게 완제품을 주력으로 하여, 일본의 백화점과 공항 내 팝업스토어(단기매장), 온라인 쇼핑몰과 5개의 정식 매장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 사회 공헌을 주로 강조하는 여타 사회적 기업과 다르게, 전문 패션브랜드에 가까운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이는 일본 내에서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여 더 높은 부가가치를 얻기 위한 전략이다. 굳이 2개의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까닭은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이를 통하여 더 많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가치를 분배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더 많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자리 잡을 수 있길 기원한다 © 보더리스 그룹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및 정보 출처 :

공식 홈페이지 (https://www.borderless-global.com/)


By 에디터 "R" - 더 나은 사회와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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