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10월 말이 되도록 북극해가 얼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기후변화의 임계점을 넘은 상태라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하다. 이제 그저 그런 노력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 아닌가, 걱정 어린 전망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이젠 지구의 ‘이상행동’에 대해 사람들이 인정하고 모두 대책을 논의할 때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물어보면 대개 공업지대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운송수단에서 연료를 연소하며 배출되는 배기가스 등을 원인으로 들기 마련이다.
매연으로 인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가 기후 변화의 원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필수적인 것이 지구를 위협하는 요소들 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정체는 바로 음식이다. 식품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26%나 차지한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가 미치는 영향은 전체 식품산업의 ⅓ 정도로, 자동차로 환산하면 약 300만 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연비가 매우 낮기로 소문난 항공기 운항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도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배나 많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양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버려지는 음식물과 식재료들을 활용하여 지구를 지키려는 어플이 있으니, 바로 스웨덴에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 ‘카르마(Karma)’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의 국가들은 세계적으로 복지가 제일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유럽 지역은 국가 차원의 복지정책이 잘 구축되었으므로 오히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개념이 약한 편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법적인 정의도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개념 자체가 새로울 정도로 민간 주도의 사회문제 해결은 드문 편이다. 카르마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거창한 명분 대신, ‘음식을 낭비하지 말자’는 고전적인 문구와 방법으로 친숙하게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환경오염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카르마는 식자재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배송하는 것을 주요 서비스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음식물 쓰레기 절감 어플로 소개가 되는 이유는 ‘못생긴’ 식자재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음식물 쓰레기 하면 먹고 남은 음식만 떠올리기 마련. 그러나 애초에 요리될 기회마저 없는 채소와 과일들도 존재한다. 농장에서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농기계를 이용하여 물을 주거나 약을 살포하고 수확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오염물질과 부산물이 발생한다. 이렇게 생산된 농산품들은 수확 후, 오로지 못생겼다거나 너무 크다는 이유로 판매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외모’ 기준을 통과한 후에도 긴 유통기간 때문에 흠집이 나거나 상해서 버려지는 채소나 과일들도 상당하다. 카르마는 이러한 ‘어리석은 이유(Stupid reasons)’로 버려질 음식물들을 반값으로 제공하여, 소비자들은 싼값으로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얻을 수 있고 카르마는 폐기될 농산품의 양을 획기적으로 절감하여 환경을 지키는 길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앱스토어에서 'Karma'를 검색하면 ‘rescue unsold food’라는 설명이 나온다. 팔리지 않는 음식을 구조하는 카르마, 음식 구조대의 활약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카르마는 출시 2년 만에 35만 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60만 개의 식재료들이 쓰레기가 되는 것을 막았으며, 2018년부터는 런던에도 서비스를 시작하여 2018년 말까지 200톤 이상의 음식물 낭비를 막았는데, 개수로 환산하면 한 달에 5만 개의 식량을 절약한 것과 같다고 한다. 또한 자동차 25000대가 방출하는 배기가스와 같은 양의 일산화탄소를 감축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음식 구조대가 아니라 지구 구조대라 해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북유럽의 사용자들이 ‘못생긴 감자’나 ‘너무 큰 가지’를 먹어서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점은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거창한 행동이나 다짐 없이도 쉽게 환경지킴이가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이미지 및 정보 출처 :
공식 홈페이지 (http://karma.life/)
By 에디터 "R" - 더 나은 사회와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