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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리스트 Sep 08. 2019

<벌새>

14살의 은희 94년의 대한민국 그리고 지금



<벌새> 리뷰 

14살의 은희 94년의 대한민국 그리고 지금



한국다양성영화, 독립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올해 연초부터 그 이름은 수십번은 들어보셨을 그 영화 

<벌새>를 지난 주말 감상했습니다. 오래전부터 개봉을 고대하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상당했는데 

기대만큼 깊고 세심한 작품이라 놀라며 보았습니다



그 많은 시간들 중 94년

그리고 14살의 은희 (1981~)이었을까?

최근 한국독립영화(예술영화)와 다른 이 시기, 이 주인공은  왜 의미가 있는걸까?




수많은 한국독립영화의 주인공은 청춘, 소년(소녀)입니다. 최근의 한국독립영화들이 많이 그러했습니다

한국독립영화들, (다양성영화 / 예술영화) 들 중에도 적지 않은 분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이 <똥파리>(2009)와 <파수꾼>(2011)입니다

(<똥파리>(2009), <파수꾼>(2011)그리고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2015)이 가장 중요한 작품일탠데 

 <똥파리>나 <파수꾼>이 한국 다양성영화 감독들의 교과서가 된 느낌이 더 짙습니다)


그런데 10년 이상의 넘는 세월동안

꼬인 대물림과 비뚤어진 가족관계, 방황, 아픔을 이야기하고싶었던 한국다양성영화는 <똥파리>(2009)의 영향이 상당합니다

10대 소년소녀에서부터, 대학생, 20대에 이르기까지의 세대의 방황을 그린 한국 다양성영화는 <파수꾼>(2011)의 영향이 상당합니다


<벌새>는 <똥파리>(2009)와 <파수꾼>(2011)중 상대적으로 <파수꾼>과 유사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독특한 것은 2010년대 청춘의 방황을 그린 작품들이 

대체로 2000년대 후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공황~), 2010년대 헬조선의 시대

우석훈 작가의 책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회자되는 「88만원 세대」의 영향을 받은 작품인데


<벌새>는 IMF 위기 이전의 작품, 94년 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똥파리 <2009>
<파수꾼> 2011

그런데 94년, 국민소득이 $10,000도 돌파하지 않은 시대, 중학생의 감성을 세심한 결로 다뤘다는 것은

한국독립영화의 계보에서 <똥파리>(2009)나 <파수꾼>(2011)의 성과와는 다른 신선한 성과입니다



94년 10월 21일

그리고 의지할 곳이 없던 은희

시대적 디테일, 봄이라고 하기 어려운 은희의 14살




영화 <벌새>의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은 근 몇년간 보았던 

영화들의 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 보다 굉장히 상징적입니다

(<기생충>의 기우 (최우식)이 "굉장히 상징적이라고"하며 놀랄만큼 상징적입니다)


주인공 은희는 대치동의 아파트에서 사는데

많은 분들께서 대치동의 상징적인 아파트로 아실만한 은마아파트나 미도아파트를 떠올리게 합니다

94년이라는 배경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학권, 학원, 교통 등의 입지로 상당히 비싼 아파트인데

주인공 은희의 아버지가 떡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상징적입니다


특히 은마아파트 지하상가 낙원떡집이 서울에서 40년 전통을 유지하는 명소이고

그외에도 은마/미도 아파트 상가에 주요한 떡집이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은희네 가정은 IMF 위기 이전에 존재했던 건실한 중산층 가정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은희의 아버지가 장남에게 특목고 외고를 가라고 권하고

그리고 그중 막내/여자 은희는 3순위로 밀리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존재합니다

(부분적으로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혜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치열하지만 단란해보이는 가정의 중심에서 조금은 밖으로 밀려난듯한 은희 (박지후)는 다행스럽게

학원의 서예선생님 (김새벽)을 멘토로 삼고, 동네에서 알게된 유리 (설혜인)의 선망을 받기도 합니다

고등학교입시(?)교육의 압박에 이끌려 100일이 넘은 남자친구를

 그 남자친구의 어머니에게서 빼앗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지난한 성장통, 보고 체험하는 풍경들 속에서 은희 (박지후)는 보통 이상의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결핍을 느낍니다


보통 이상의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결핍을 느끼던 94년

'국민에 의한 정부'를 세웠다고 했지만 풍요로운 성장에도 불구하고 





<벌새> 러닝타임의 70-80%

영화는 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현장을 집중 조명합니다


문민정부시기 상징적인 사건들 중 하나입니다

그 시기 국민소득은 $10,000을 돌파했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에 맞춰 OECD에 가입했고 경제도 '국제금융경제, 세계화'에 개편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빠른 성장만큼 깊고 아픈 성장통은 고통스러웠습니다

졸속부실공사로 인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참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IMF위기라는 대위기도 겪어야했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의 성장통은 정치/사회/경제 현상 등 본질에 관한 깊은 이해없이 

빠르게 달리기만 하다가 겪어야했던 위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94년 성장통을 앓는 사회, 가족의 틀에 묶여있던 은희는 깊은 성장통을 느낄수밖에 없었습니다


중학생 또래인 친구가 

 윤복희 ♬여러분 의 가사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귀여우면서도 어찌나 애잔하던지요




앞서 리뷰한 것처럼 

지금껏 한국의 독립영화(다양성영화/예술영화)는

 10년간 <똥파리>, <파수꾼>을 자양분 삼아 나무로 뻗어왔습니다


<벌새>는 향후 10년간 많은 한국의 다양성영화 /독립영화의 자양분이 되어야하는 영화입니다


최근의 한국예술영화들이 '지옥같은 헬조선의 풍경'의 비극성을 

비장하게 강조하기만 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또한 그 영화들이 조명하는 시대가 2010년대 시기에 갇혀 틀에 박힌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새>는 94년 14세 은희 (박지후)라는 신선한 시선으로 

25년전 당시의 시대의 풍경 , 청춘 뿐 아니라 2019년 이 시기에도 풍부하고 세심한 이야기로 

생생한 감정을 사려깊제 전달합니다


<벌새> 리뷰를 마무리합니다


<벌새> ★★★★☆ 9


어딘가 무너지고 부서지고 있던 시대

급격한 성장에따라 다리와 건물만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무너지고 있었다.


그 지난한 성장통의 모습, 생생한 풍은 사실 2019년 헬조선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다른 수준의 소득, 문명, 경제만큼 병든 곳은 너무나 많기에...


우리존재가 이 사회에서 쉽게 흔들리고 무너질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와, 감정으로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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