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장나무는 꽃보다 열매를 맺었을 때 더 화려하고 예쁘다. 보석처럼 검푸른 열매가 화사한 진분홍색 열매 받침 안에 들어있다. 숲 체험을 온 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누리장나무 앞에 멈추어 서서 진분홍색의 열매 받침을 가르쳐주면 예쁘다고 감탄하며 저마다의 표현을 하느라 주변이 시끌벅적해진다. 내가 다시 붉은 열매 받침 안에 다소곳이 들어있는 열매를 보여주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푸른색의 열매를 아이들은 보석 같다면서도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다.
10월 즈음, 아이들과 숲 체험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익어가는 열매들을 자주 보게 된다. 예쁘게 익어가는 새머루도 많이 보인다. 어떤 열매든 먹어도 되냐고 물을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새머루가 아닌 왕머루나 먹을 수있는 열매가 있으면, 따서 맛보게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검푸르게 익어가는 누리장나무 열매를 보니 막을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위험한 독성분울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맛이 없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맛이 역하다. 보가에 예쁘니 아이들은 먹어도 되는지 묻는다. 먹어도 되지만, 맛이 없어서, 나는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 남자아이가 손을 들더니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정말이냐고 물어도, 정말 먹어보고 싶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분명히 맛없다고 말했다. ”맛없어도 난 모른다”라며 누리장나무 열매 한 알을 아이에게 따주었다. 입에 넣고 씹어보면, “에 퉤퉤 ”하며 찡그린 얼굴을 보게 되겠구나, 생각하며 가만히 기다렸다. 아이들의 시선도 모두 그 아이에게 가있았다.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함에 조용히 기다리는 아이들과 어린이집 선생님과. 나. 그런데 내 얘상과 달리 아이의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의하한 나머지 “너 참고 있는 거지?”했더니 비시시 웃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여기저기서 “나도 먹어보고 싶어요” “나도 먹어보고 싶어요”라며 아우성쳤다. 비시시 웃는 모습을 맛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일까.
나는 다시 분명하게 ‘맛없다’는 걸 강조하며 다시 물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달라고 아우성쳤다. 검푸른 누리장나무 열매를 하나씩 따 주었더니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조금 뒤 아이들은 셋씩 넷씩 모여, “우엑, 에튀튀‘하며 야단법석이었다. 또 몇몇은 “맛있어요”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개인마다 맛에 대한 느낌은 다르겠지만, 누리장나무 열매는 맛있어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맛없는 누리장나무 열매를 먹어보면서, 신나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이 해맑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도 어느새 아이들과 같은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숲에는 맛없는 열매를 입에 넣고 “에퉤퉤”하면서도 행복한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의 천진함에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시간을 입어본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 숲체험에 참여했던 엄마가, 궁금증을 못 이겨 누리장나무 열매를 먹어보려고 입에 넣었다. 입에 넣어 한번 씹는 순간 ”벌레를 씹은 것 같다 “며 찡그리고 웃던 얼굴이 생각난다.
맛이 없어 못 먹는 열매, 독이 있어 못 먹는 열매도 있지만, 마트에서 사 먹을 수 없는 맛있는 열매도 많다. 열매들이 많아서, 아이들도 열매를 따먹기도 하며, 어떤 나무의 열매는 먹을 수 있고, 어떤 나무의 열매는 먹으면 안 되고, 어떤 나무의 열매는 맛이 있고 없고를 구분할 수 있는 아이들러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