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UL BOM Jul 19. 2024

[난임]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어른아이

  브런치스토리에 그간 난임 관련 글들을 계속 올렸다. 2024.07.19. 지금 시점에서 정리를 하자면, 양가 부모님에게 난임 시술을 하고 있음을 오픈하였고, 그것과 별개로 나는 인공수정 2차에 이어 도전한 신선배아이식 1차, 동결이식 1차 모두 고배를 마셨다. 물론 다음 도전을 바로 이어갈 수는 있었지만, 올 하반기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험관 시술 중 가장 큰 산이었던 난자 채취를 섣불리 바로 하겠다고 할 순 없었다. 이번의 채취로 얼마의 배아가 나올 수 있으련 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난번 시술이 그래왔던 것처럼 3-4개월이란 시간은 족히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지금은 알기 때문에. 지금까지 괜히 무언가에 쫓기듯이 되는대로, 가능한 한 밀어붙였던 일정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동결이식 실패를 미리부터 감지했던지라 마음의 준비는 이미 했지만, Hcg 피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원장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곁에 남편도 있었는데 "이번엔 배아 상태가 좋지 못했나 봐요. 몸 컨디션이 괜찮으니깐 지금도 곧바로 다음 준비를 할 순 있어요. 어떻게 하실래요. 바로 시도해 볼까요?"라는 원장님의 말씀에 "저희가 이사를 준비 중이라서요. 바로 준비는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답을 이어가며 눈물을 와르르 흘리고야 말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참 아팠다고 한다. 흔히들 난임부부의 시험관 시술 과정의 장점?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 부부, 서로가 서로의 탓인 것 같다며 서로에게 미안해하고 힘내자고 위로해 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지난 시간들 속 나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 같아서, 시간, 비용, 몸과 마음의 노력 등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직업적인 이점? 에서 스스로 주사를 놓거나 질정을 넣는 등의 것들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다만 희망고문의 연속이었던 지난 시간들, 마음을 편히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게 가장 쉽지 않았다. 내가 조심하고 걱정하고 염려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단 한 개도 없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 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들. 기다림 뒤에 또 실망하고 무너지던 시간들. 즐겨하던 러닝도 멈추고 몸에 좋은걸 많이 먹어둬야 한다며 먹고 쉬길 반복하다 보니 몸도 무거워지고 솔직하게 건강, 체력적인 면에서 안 좋아졌다고 느끼는 바이지만 태어나서 가장 우울하고 무기력할 수밖에 없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는 또 무언가에 쫓기듯 원장님께 "네, 바로 해보도록 할게요. 이번엔 좀 더 확실하게 하고 싶은데 추가적인 검사는 필요 없을까요?"라고 말했을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의 근무지 이동으로 출퇴근을 위해서라도 올해 안에 남편의 근무지와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주거지를 옮겨야 했으므로 이런 나의 조급한 마음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그간 임장이라고 하여 이사를 염두하고 있던 동네를 둘러만 보던 것에서 나아가, 그중에서 가장 이사를 원하는 동네의 소문난 부동산을 찾아갔다. 최근 날마다 호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네가 되어버린 곳이라 솔직히 기대는 안 했지만, 실제로 상황을 접해보니 '2-3주 전에 부동산을 찾았더라면'이란 후회가 들 정도로 상황이 정말 좋지 않았다. 물론 부동산 사장님께서는 본인의 경력, 부동산 업계를 멀리 정확하게 바라보는 시각, 본인 업무에 대한 자부심,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 등으로 우리를 2시간 안에 휘어잡으셨지만, 그저 우리 부부는 현재, 매도인에게도 그런 사장님의 능력이 통하길 바라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렸을 적엔 나이를 먹으면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 집 마련을 하는 등의 일들이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특히, 뭐 하나 싶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달으며 어른아이로서 이제야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올해부터 2-3년 이내 새로운 우리(부부의) 집에서 2세 만들기에 집중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등 많은 변화를 이뤄내고자 고군분투하게 될 텐데 이 모든 것들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과정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우리 부부가 그래왔듯 서로가 서로를 위로, 격려하며 성실하게 진정한 마음을 담아 인생의 제2막을 소중하게 장식해나가고 싶다. 인생의 제1막이 부모님 슬하에서 그나마 큰 어려움 없이 헤쳐나갔다면, 인생의 제2막은 인생의 동반자와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헤쳐나가는 과정이니 어쩌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지, 더 힘들더라도 더 많이 위로받으며 힘낼 수 있지 않을지 희망을 가져본다.


작가의 이전글 [내용정리&끄적거림]퇴근길 인문학 수업으로부터 나를 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