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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 BOM Jun 19. 2024

[내용정리&끄적거림]퇴근길 인문학 수업으로부터 나를 돌

하반기 퇴사를 계획하고 있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타 부서에 파견 나가 일해야 했기에 어떻게 보면 큰 목표 없이 시작한 2024년이다.

그저 타 부서에서 큰 사고만 치지 말자라는 단순한, 어떻게 보면 중요한 목표 하나만을 갖고 시작했다.

이래저래 변수가 생기면서 4월부터는 다시 본 부서로 돌아와 일을 하고 있고 퇴사를 앞두고 지난 10년간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과연 이곳에서 무엇을 해내었을까.


어제 미술심리상담가 과정 강의를 듣는데 강의를 진행해 주시는 선생님께서 나름 심리를 깊게 공부하신 분으로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쁜 마음을 먹으래야 먹을 수 없는, 일 자체가 타인에게 이로운 일이다'란 말을 하셨다. 맞다, 내가 이 일을 택한 이유가 바로 그 점 때문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다.

물론 다른 영역에서도 타인에게,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행하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가 바로 도움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직업. 이 점이 나에게는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물론 모든 것을 혼자 완전하게 습득하여 해내려는 완벽성, 그러다 보니 떨어지는 순발력 등에서 나의 한계를 느끼고 스트레스받아왔던 것이 사실이기에... 10년을 이 직업으로 일해온 사람으로서 이젠 다른 길을 찾아야 할 때가 맞지 않나 싶다.


6년 차 때 정신건강의학과 안정병동으로의 부서이동은 나에게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되돌아보니 이 때도 일이 힘들다며 사직을 해야겠다는 말에 이전 부서 부서장님이 나를 붙잡아주셨다. 그간 경험하고 싶어 했던 정신과로의 이동은 안 해봐도 되겠냐고, 후회하지 않겠느냐며. 여태 나의 소망을 속으로는 알고 있으시면서 보내 주지 않으시더니 사직을 논하니 이를 핑계?로 붙잡아주신 것이다.


이곳에 와서 나는 나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었다.

이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자 이론, 실습 총 1000시간을 견뎌내고 정신건강전문요원 자격증을 획득하고, 치료프로그램 간호사를 하면서 환자, 신규 간호사 대상 교육의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교육 분야에서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비폭력대화 수업도 level 2까지 진행했고 정신건강전문요원 과정 실습에서 만난 선생님의 추천으로 일반인 대상, 나의 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진행해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예전부터도 알고 있긴 했지만 누군가에게 교육할 내용을 준비하고, 수행하고, 그로부터 오는 피드백을 통해 큰 뿌듯함, 행복을 얻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던 것 같다. 깊이 있는 교육, 연구 등에는 큰 흥미가 없는 지라 주변의 권유에도 석사의 문은 감히 두드리지 않았지만, 퇴사를 한다면 교육자로서의 길을 위해 도전을 하게 될 것 같다.


매번 그렇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은 요즘,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있다면, 책을 읽고 정리하는 것, 출퇴근이라도 걸어서 하는 것, 얼마 누릴날이 안 남은 병원복지를 찾아 누리는 것 등이 있겠다.

요새는 원내 도서관 사서의 픽으로 추천된 '퇴근길 인문학 수업'을 한창 읽고 있다. 이 책에서 정리로 남기고 싶은 구절을 몇 자 두서없이? 적어보려 한다.




사실 조선 전기와 중기의 부부는 상하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였다 한다. 여성상 또한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달라서 감정을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표현했고, 남편이 옳지 못한 태도를 면 거침없이 꾸짖었다.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부부란 원래 서로를 키워주는 인생 동료라는 점이다.


조선시 장애인 복지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대단히 선진적이었다. 공동체 지향적으로 함께하며 상생의 길을 나아가고자 했다. 또한 장애 유무보다는 능력을 더욱 중시해서 그 능력에 따라 정승까지 오를 수 있었다.


세상은 고대의 인간들이 추구하던 완벽한 수학적 아름다움이나 중용과는 완전히 멀어져 지난 문명과는 별개로 진화 중이다. 우주가 정교하고 질서 정연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윈,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세계관은 고대 문명에 마침표를 찍었다. 자의식이 강해진 인간은 존재와 죽음 사이에 신이라는 장막을 거두었지만 자유와 함께 책임을 져야 함을 깨달았다. 질서 저편엔 진리가 무엇인지 모를 카오스가 있고, 그 앞에선 실존에 관해 답해주지 않는 개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번아웃 신드롬 - 모든 병의 원인

할 일을 자꾸 미루진 않나,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는데란 생각을 자꾸 하지 않나, 의욕은 넘치는데 에너지가 없진 않나.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위해 숙면, 직업과 차이가 많이 나는 취미활동이 중요하다.


분노가 일어날 땐 화를 내고 싶은 순간을 넘기고 화가 가져올 결과를 인식하라. 나를 들여다보고 왜 화가 난 건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은 생명을 가진 존재인 인간에게 당연한 생존 본능이다. hear and now, 구체적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보자.

'나'를 알고 작은 것, 스스로를 불편하게 하던 습관 고치기를 시도하자. 그리고 글을 읽고 써서 우울, 불안, 분노를 씻어내 보자. '나'를 만난 사람은 타인도, 세상도 잘 이해한다.


'말은 변방의 풀 생각 하며 털을 움직이고, 독수리는 푸른 구름을 바라보며 졸린 눈을 뜨네'

'옳음을 지켜 이득을 얻는 것이 가장 좋고 그름을 좇다 손해를 입는 것이 가장 나쁘다.'

나의 탓도, 남의 탓도 아니오 그저 나의 처지를 위로할 수밖에 없지 않나.

'재앙이라는 것은 복이 의지하고 있는 것이고 복이라는 것은 재앙이 숨어있는 것이니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천리 밖 끝까지 바라보려고 다시 누각 한 층을 더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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