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UL BOM May 23. 2024

[내용정리&끄적거림]쌍갑포차의 판타지 카운슬링

강의를 통해 살펴본 나의 내면 속 문제들

브런치에 글을 등재하지 못한 지난 몇 달간, 아무래도 내 마음은 심히 불안정했던 것 같다.


  별로 특별할 것 없던 평일 오후, 혼자 서점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이때,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와 애니어그램 앱을 개발 중에 있다며 3분 이내의 간단한 검사를 해줄 있냐고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심리 관련해서는 평소 관심이 많은 지라, 애니어그램의 경우 대학생 이후 시행해 본 적이 없던 지라, 그리고 개발이라는 나름의 그럴싸한 목적이 있는 같은 지라, 의심 없이 '이 정도는 해줄 있지 뭐'라는 마음으로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를 낯선 여성은 나의 검사 결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설명이 너무나 나를 꿰뚫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런 결과가 흔히 나오지 않는데 나왔다며 정밀한 정식 검사까지 진행이 가능할지 요청했다. 심리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 분석해보고 싶은 결과인지라, 도움이 수 있다무료로 정식 검사 진행, 간단한 상담까지 진행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낯선 사람에 대한 의심, 경계가 많은 편이라 당시의 내가 지금으로선 이해가 되진 않지만, 아마도 그 짧은 시간에 나의 힘든 부분, 도움이 필요할 것만 같은 부분을 짚어주던 그녀의 안 되는 말이 마음에 위안이 되었던 같다. 나는 흔쾌히 승낙했고, 우리는 이후로도 카페에서 번가량 더 만났다.


  한 번은 만나 정식 검사지를 시행했고, 한 번은 이에 대한 해석을 듣고자 만났고, 그리고 채 해결되지 않은 나의 마음속 문제에 대한 답을 서로 찾아보자며 한 번의 만남을 더 가졌다. 사실 마지막 만남에서 본인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본인도 도움을 크게 받은 '마음의 원리'를 공부하는 언니와 삼자대면을 하여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 보지 않겠느냐는 다소 찜찜한 제안을 듣기 전까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녀와의 만남과 대화가 이뤄졌던 것 같다. 나는 사실 개인적인 시간을 더 내는 것에 부담스럽기도 했고, '마음의 원리'라는 말이 매우 꺼림칙하게 다가왔으며, 그녀와의 대화들을 한 발자국 물러나서 되돌이켜보니 그녀에게 나는 그저 안타깝고, 도움이 필요한 불행한 존재에 불과했다. 물론 그녀와의 만남, 대화가 다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애니어그램에 대한 공부만큼은 정말 많이 했었던 것인지 내가 작성한 것에 근거하여 나에 대해 아주 잘 분석했으며,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콕 짚어주었다. 다만 이를 토대로 나름의 해결방법으로 찾아본 나의 대안에 대해서 그녀는 "그렇게 해가지고는 변화가 힘들 거예요. 당신은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말로 일관되게 반응했다. 후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이 또한 신천지의 새로운 포교법이란다. 뒤통수를 세게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뒤늦게나마 찜찜하고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길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이번 일이 그저 무의미한 경험은 아니었다며 위안을 삼아보련다. 당시에 그녀를 만나면서 나에 대해 생각을 참 많이 하긴 했다. 나는 끈기 있고 책임감이 강하며 성실하다. 조심성 있고 남을 많이 배려하며 잘 맞춰주어 함께 있으면 참 든든하고 센스 있다란 말을 많이 듣는다. 신중하면서도 꼼꼼하고 단기 계획에 강하며 발전 지향적인 성향이다. 하지만 반면에 솔직하지 못하고 눈치를 많이 보며, 장기 계획엔 약하고 추진력이 떨어진다. 순간적으로 꼼꼼하려는 의식이 느슨해질 때 덤벙거리기 쉽고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은 취약하다. 무엇보다 뭐든 잘 해내려는 완벽적인 성향 때문에 과거 실수에 연연하고, 향후 발전을 위해 어떤 부분을 더 노력해야 할지 분석하며 채찍질하기 바쁘다.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한 나머지 내가 못하고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마음 편하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어려워한다.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해결해 내고자 애쓰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기까지 한다.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하기 이전에 신중하게 재고 따지는 기간이 길다 보니 추진력 있게 나아가고, 장기적으로 계획을 수행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에 쌍갑포차의 판타지 카운슬링이라는 교재를 토대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신기하게도 그 내용에는, 그녀와 만나면서 찾게 된 나의 내면 속 문제들, 그리고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그 내용들을 한 번 정리해 보련다.

 


1. 말 한마디로 바꾸는 내 인생의 주도권.

  부정적인 상황, 화가 나던 순간의 작업기억은 다른 기억들보다도 더 오래 유지되어 순간의 감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이때 우리는 상대의 무례함, 나의 실수 등에 내 감정과 사고가 휘둘리지 않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무엇(누구) 때문이야. 어쩔 수 없어"라고 다른 사람과 상황을 탓하고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조금만 달리 생각(행동)했다면 뒤바뀔 수 있는 결과라 할지라도 이미 지나간 것에 몰두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리기 쉽다.


2. 나는 네가 잘 되면 왜 배가 아플까? 부러움과 시기심

  다른 사람과 상향비교를 하며 느끼는 시기심이 부러움이 될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 

  나는 평소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에 몰두되어 주변에 잘 되는 사람들이 있을 때 건성으로 축하할 때가 많았다. 내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만큼, 내 주변 사람들이 잘 되었을 때 진심으로 부러워하며 축하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어떻게 해서 잘 될 수 있었는지를 알고 배우는 기회가 찾아온다.


3. 스스로 만든 감옥, 열등감.

  남과 비교하며 생기는 열등감은 자연스럽게 들 수 있는 감정으로 중요한 것은 이를 대하는 태도이다. 열등감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 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내 상태를 인지하고 수용한 다음 앞으로의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분화하여 작은 성공을 반복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열등감의 순기능을 지혜롭게 다룬 것이다. 이때 현재의 나를 인지하고 수용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남들에게 적절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작은 성공을 반복할 때 자기 보상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기도 쉬워진다. 반대로 열등감에 갇혀서 새로운 시도는 하지조차 않고, 주변을 탓하기 바쁘고 실제 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자학하고 비판하며 감옥 속에 스스로를 가둘 수도 있다.

  스스로가 만든 열등감 속에 갇혀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 부족한 모습을 쉽게 내비치려 하지 않는다면 남들의 도움을 받아 쉽게 쉽게 지나갈 부분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하여 목표 달성과도 거리가 멀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 관계의 법칙.

  친밀한 관계는 연결감이라는 따뜻한 느낌, 안정감과 동시에 타인이 나의 기대에 맞춰주길 바라는 욕구인 소유욕이라는 위험한 감정이 공존하게 된다. 나와 너의 자아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단순히 자기 중심성에서 탈피하는 것뿐 아니라 지나친 자기 보호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다른 사람과의 갈등에서 자유로워지고자 내면의 감정, 생각, 욕망 등으로부터 멀어져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상처받지 않으려 타인과의 관계에서 고립되는 것은 곤란하다. 스스로의 감정, 행동에 솔직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 감정, 욕구가 나에게 침투되는 것을 적절하게 걸러낼 수 있을 때 건강한 자아라 할 수 있겠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잘 맞춰주고 눈치도 빠르고 조심성 있고, 그러면서 받게 되는 '든든하다' '센스 있다'라는 인정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자. 이를 의식하기 시작하면 나는 나에게 솔직해질 수 없고, 스스로 어딘가 불편하다란 느낌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질 것이다.


5. 행복과 불행의 한 끗 차이

  충격 편향이란 정서적 사건의 그 영향력이 실제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조금 더 괜찮게 인식하려 한다. 실제로 행복한 사건, 불행한 사건이 우리에게 실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굉장히 짧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이든 그 속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데서 행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허위의식 속 잘난 나와 실제의 내가 격차가 클 경우 부정적인 느낌이 커지면서 좌절, 우울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인식, 인정한다면 불행이 닥쳤을 때 자가치유를 위한 시도를 통해 스스로의 변화, 발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6. 삐뚤어진 마음의 버튼, 왜곡된 생각.

  우리가 흔히 빠지게 되는 부정적인 자동능적 사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해 거리를 두고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인지 재구조화를 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동능적 사고를 통제하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고, 행동의 변화, 감정 조절까지도 가능해진다. 우리는 사건에 대한 의미를 추론할 때 10% 사건과 이에 대한 90%의 인식으로 이를 평가하고 감정을 느끼면서 행동하게 되는데 이 의식의 영역이 충분히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7.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감의 마음.

  공감은 정서적 공감, 인지적 공감, 행위적 공감으로 완성된다. 나와 상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를 속단하지 않으며 상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상대에게 어떻게 반응, 행동하면 좋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때 충고, 조언, 비판은 금물이다.


8. 삼키기 싫은 알약을 삼켜야 할 때, 생각억제.

  생각, 사고의 억제는 역설적 효과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생각해도 좋다고 수용하고 심상 재각본 작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눈을 감고 호흡하며 변했으면 하는 상황을 재구성하고, 이때 내 기분, 신체의 반응을 살피고 충분히 위로해 주는 작업을 하면 좋다. 그리고 작은 단위로 할 일을 정해두고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병행한다면 내 머릿속, 마음속을 괴롭히는 생각을 그저 흘려보낼 수 있다.

  완벽주의적이며 남을 많이 의식하는 나에게 생각이 많은 것은 장점보단 단점으로 작용한다. 하루 한 번 이상 이런 명상? 의 시간을 갖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강의 내용 요약과 더불어 나의 내면 속 문제들의 해결 방법을 덧붙여보았다. 

  앞서 올린 글에서 인공수정의 연이은 실패를 다뤘던 것 같다. 지난달 처음으로 두드린 시험관의 문은 열리지 않은 채 끝났다. 화학적 유산이라는 결과로 그나마 '내 자궁도 착상은 가능한 공간이구나'라는 안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나에게는 한 개의 소중한 냉동 배아가 남아있다. 무엇이 문제였을지 의사조차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 생명의 시작이라는 이 영역에서 내가 노력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집중하려 한다. 주변에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친구, 동기, 선후배들이 부럽고, 때로는 부러움을 넘어서 시기의 감정까지 가기도 하지만 마음속 생채기만 만들기 바쁜 이 부정적인 생각을 비우고자 애쓰고 있다. 

  요새 주말에만 쉬는 남편과 제대로 어긋나 주말엔 계속 오후 근무, 주중에 혼자 쉬는 날의 연속이다. 지난 휴일, 침대 밖으로 벗어나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했는데, 오늘은 혼자 먹을 밥도 해 먹고 청소, 빨래도 하고, 이렇게 브런치에도 오래간만에 글을 올리고 있다니 참 다행이다. 대견하다.

  한 번씩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인데, 다음번 브런치 글에는 오래 기다리던 좋은 소식과 함께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난임] '아쉽게도, 임신이 아니십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