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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 김양경 Nov 12. 2024

시낭송이 당신에게 필요한 이유

마흔, 독서할 시간도 없이 바쁜 당신을 위해 시낭송을 권합니다

새여시랑

 여섯 시에 송한다고 해서 '새여시랑'이라고 부르는 시낭송 모임을 100회 이상 이끌어 왔다. 마흔이 넘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이용해서 새벽에 딱 15분씩, 시 한 편씩 낭송했다. 그것을 100회 이상 지속하고 난 지금의 나는 그 이전의 나와는 심리적으로 매우 달라져 있는 것을 느낀다. 마흔을 넘은 사람들에게 시낭송은 어떤 마술을 부렸던 것인지, 시낭송이 왜 좋은지 말해 보려고 한다. 


독서를 꼭 해야 하는가

책을 안 읽고 살 수 없다. 책을 읽어야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맞는 말이냐고,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증거가 있느냐고 반문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미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수 많은 학자들과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말이고, 내가 그렇다는 얘기다. 

수 많은 학자들이 했던 말들을 요약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등의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도 바쁘다며, 어렵다며 이런 저런 이유로 핑계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다. 핑계를 산처럼 많이 대든가 말든가 본인이 알아서 사는 인생이다.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독서를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방법을 찾지 못해서 고민을 했던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그 누구도 책의 도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코끼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든 책의 도움 없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라는 존재는 '나'인 동시에 많은 '나'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 안에는 많은 내가 담겨 있는데, 많은 '나'들 어떤 것을 '나'로 결정할 것인지, 결정으로 '자아정체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다면 자아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이 자아정체성 형성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여타의 학자들의 글을 참고하시고, 여기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 다음 이야기 하고자 한다. 


왜 시를 권하는가

책에는 작가의 생각이 글이라는 형태로 담겨 있다. 그런 글의 종류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문학이고 다른 하나는 비문학이다. 세상의 모든 글을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눌 만큼 문학은 글을 대표햐는 대표성을 띤다. 그 문학은 다시 운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운문과 산문으로 나뉜다. 운율이 있느냐에 따라 문학을 나눈다는 것은 운문이 문학을 대표하는 글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 운문은 문학 중에서도 대표 장르다. 시는 세상 모든 글의 대표격에 해당하는 글이다. 

그렇다면 시가 왜 모든 글들의 대표가 되었을까? 동양이든 서양이든 어느 나라든 시 문학의 기원은 오래되었다. 지금처럼 필기구 노트북 등의 기록 매체가 발달하기 훨씬 전부터 문학은 발달할 있었는데, 그것은 시문학은 길이가 짧기 때문이다. 기록하는 도구가 불편해서 길게 쓸 수가 없었고, 어떻게든 짧은 줄의 안에 많은 의미를 담아야 했다. 그리고 전통은 현대에까지 이어졌고, 지금도 역시 시의 길이는 짧고 그 짧은 시 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시는 짧아도 이해하기 어렵다. 바로 시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내가 시를 마흔이 넘은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다. 들어보시라. 마흔을 넘은 당신은 몸은 언제나 바쁘지 않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우 바쁠 것이다. 그리고 생각은 너무 많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살고 있을 것이다. 답답하고 어수선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서 친구에게 수다라도 떨고 싶어 전화를 걸면, 친구는 전화를 받지도 않을 것이다. 당신의 친구 역시 매우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풀지 못해서 허전하고 외로운 마음을 안고 어제와 똑같이 바쁘고 정신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생각은 점점 커지고 무거워져서 쇳덩이처럼 마음을 억누르는데, 마흔의 당신은 당신을 끝도 없이 자신을 방치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에게 시를 읽으라고 권하는 것이다. 

시는 독서하는 시간은 짧지만 그것에 담긴 의미는 풍부하기 때문이다. 마흔이 넘은 당신은 짧은 시 한 편을 읽고도 시 안에 담긴 많은 의미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짧은 시어 하나에도 당신은 끝도 없이 많은 일들을 떠올리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 한 편은 당신이 놓쳤던 수 많은 사건들을 다시 떠올리게 할 것이고, 그 사건들이 당신에 어떤 의미의 사건이었는지를 되새기게 해 줄 것이며, 당신은 뿌연 안개 속 같았던 사건들 중에서 당신에게 유의미한 사건들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당신을 구속했던 감정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왜 소리를 내어 읽으라고 하는가

짧은 시 한 편을 읽는 데 고작 3~4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매일 한 편씩만 읽어나가길 권한다. 

읽는 시간은 고작 3~4분이겠지만, 당신이 읽은 시 한 편은 하루 종일 당신의 기분을 조종할 것이고, 시를 읽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며, 하루를 겪어나가는 중에 시를 읽는 동안 들었던 생각과 느낌을 통해서 '나'라는 주체적 자아를 명확히 의식하게 될 것이다. 

자, 어떤가? 읽는 시간은 짧고, 생각은 많은 당신에게 시보다 더 좋은 독서가 없다는 말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왜 시를 소리내어 읽으라고 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시를 눈으로 읽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당신이 마흔을 넘겼다면, 아주 작은 소리도 괜찮으니 소리를 내어 시를 낭송해 볼 것을 권한다. 


자기 목소리가 낯설다고?

시낭송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보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다고 말했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내 목소리가 낯설었다. 당신은 자신이 자신의 목소리를 낯설어 하는 것이 이해가 되는가? 매일 보는 자신의 모습처럼 자신의 목소리도 매일 들을 텐데 낯설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여러 가지 추측이 있을 것이다. 내 경험으로 그 이유를 밝혀 보면 이렇다. 

첫번째 이유는 자신의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는 내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 집중해서 자주 듣기 때문이다. 나는 시낭송을 하기 전에는 내 목소리에 집중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 목소리를 자주 듣고, 이제는 낯설지 않다. 

두번째 이유는 시를 낭송할 때 목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맞게 목소를 사용한다. 시낭송할 때에 사용하는 목소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그런 목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목소리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상 생활에서는 몸짓 언어와 상황 등과 함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를 정확하게 사용할 필요가 별로 없다. 그러나 시낭송을 할 때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에 맞는 음색과 어조로 시를 읽게 된다. 그래서 똑같은 목소리이지만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세번째 이유는, 정확하게 발음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 언어를 발음할 때 정확하게 배운대로 발음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낭송을 할 때에는 매우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그래서 낯설게 들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게 들린다면, 당신은 반드시 시를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 적어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의 목소리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당신의 목소리는 당신을 매료시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소리는 어떤 소리냐고 묻는다면 누구는 엄마의 목소리라고 누구는 음악이라고 누구는 또 그 무엇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내 목소리가 가장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실제적인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아에 대한 동경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음성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당신의 목소리는 당신을 매료시킬 것이다. 그것을 에고이즘 때문이라고 혹은 자기애라고 하든 당신이 직접 체험을 해 보면 알 것이다. 당신의 목소리는 당신 자신에게 가장 그리운 목소리이며,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이다. 

그러니 시를 소리내어 읽길 권한다. 당신이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매일 아침 시 한 편씩만 읽자

시는 정제되고 정제된 언어의 결정체다. 언어들을 갈고 닦고 가라앉히고 정제하기를 수 백번, 시어는 그렇게 탄생한다. 시어 하나에 사람이 담기고 세상이 담기고 우주가 담긴다. 그러니 짧은 시 한 편에는 인문 사회 역사 철학 문화 경제가 한꺼번에 종합영양제처럼 한꺼번에 다 들어 있다. 시 한 편만 제대로 읽고 이해해도 독서의 효과가 충분하다. 

언제나 바쁜 당신은 매일 아침, 시 한 편 읽으시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3분이다. 그리고 출근 준비를 하고 식사를 하고 길을 걸을 때 시 내용을 떠올려 보시라. 어떻게 된 것인지, 왜 그런 것인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를 상상하고 질문을 해 보시라. 짧게 읽고 오래 생각할 수 있고, 다양한 방면으로 질문을 할 수 있다. 


시는 이미 당신이 어떻게 될 줄을 알고 있었다. 

시는 마치 당신의 마음을 훑어낸 것처럼, 당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당신의 마음을 안아 줄 것이다.  시인들이 영험한 존재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시를 통해 내면 깊이 들어가 보면 안다. 당신의 마음과 시인의 마음이 한 가지라는 것을. 당신이 겪는 고통이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 인간 누구나의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신은 당신 혼자만 외롭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더욱 고단하고 슬펐을 것이다. 그러나 내면 깊은 성찰을 통해 당신과 시인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당신은 더 이상 당신 자신 안에 갇혀 있지 않게 될 것이다. 


당신의 감정을 목소리에 담아서

시는 읽기만 해도 상처가 치유되고, 영혼이 맑아진다. 시를 읽기만 해도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관계 개선에도 효과가 높다는 것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시낭송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성인에게 시낭송은 더 없이 좋다. 어린 아이처럼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대상이 없는 성인들에게 시낭송처럼 좋은 것이 없다. 시를 소리 높여 읽는 동안에 자신의 목소리를 타고 자신의 감정이 흘러나올 것이고 당신은 당신 자신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자신 밖으로 꺼내어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당신 옆에는 아무도 없어도 된다. 있어도 좋지만, 혼자라도 괜찮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이 마흔이라면, 시낭송을 권한다.

매일 아침 시를 소리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당신의 존재를 강화할 수 있고

당신이 그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하고 독립적이고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줄 것이다. 


이외에도 시낭송의 효과를 나열하자면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나, 그 중에서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감성을 고양시키고 마음의 정화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2. 자신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활기차고 자신감 있어 보인다.

3. 정확한 발음과 적절한 표현력으로 인해 품격을 높일 수 있다. 

4. 교양 있고 수준 높은 언어생활을 할 수 있다.

5. 한국어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6. 정서적으로 다양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다.

7. 논리나 철학으로 이해되지 않았던 진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8. 시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 


시를 암송하면서 얻게 되는 효과

9. 암송으로 인한 기억력 향상을 돕는다.

10. 암송을 하는 과정에서 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되고 사고력이 좋아진다.


시를 소리내어 낭송하면서 얻게 되는 효과

11. 내 목소리를 내가 들어서 좋고, 타인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좋다. 다정하고 우아하고 교양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내가 시낭송의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시 중심으로 시를 낭송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시의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시에 좀 더 집중해서 지도한다. 시낭송은 그야말로 시를 낭송하는 것이지 스피치나 웅변이 아니다. 시낭송은 음악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도구나 기술이 시보다 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대부분의 시낭송대회에서는 시보다는 낭송 기술과 표현력과 전달력을 중심으로 평가를 한다. 이런 방법으로 낭송 기술에 집중하게 된다면,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시낭송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낭송가를 시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예술인으로 보고, 그런 부분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그런 시낭송은 타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낭송이고, 시를 낭송하는 주체자 자신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쓸모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불행한 것들이 많다. 시낭송가가 타자를 대상으로 어떤 쓸모를 위해 자기 자신에게는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면, 불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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