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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와우 Aug 09. 2019

화장실이 없다고요?

-뉴욕 화장실- 편

뉴욕에 공중화장실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애초에 뉴욕에는 공중화장실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사실을 처음 알려준 친구는 소호 마니아였다. 소호 구석구석까지 다녀본 자로써 소호 쇼핑 가이드까지 기획하던 그는 자신은 소호의 공중화장실까지도 꿰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그다음부터 '화장실이 없다'는 생각에 불안해지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생각해보면, 타지에서 사소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장실이다. 햇살 좋은 날, 대낮에 마신 맥주 한잔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센트럴 파크를 걷다가 갑자기 신호가 온다면? 뉴욕에서는 대략 난감이다.


뉴욕에는 수많은 홈리스들을 포함해 워낙 다국적, 다목적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서 공중화장실이라는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뉴욕에 공중화장실이 없는 이유 중에는 '테러'도 있다. 뉴욕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최대한 만들지 않는다. 이미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기에... 재미있게도 뉴욕의 화장실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는지, 뉴욕 공중화장실 어플도 있다. 하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그냥 보이는 카페를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지하철은 잊어라.

우리나라 지하철은 대부분 화장실이 있다. 그렇다고 뉴욕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뉴욕에는 화장실이 있는 지하철이 아예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홈리스 등의 위생 문제도 있고, 테러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뉴욕 지하철'편에서 언급했듯이 지하철은 테러 경계대상 1호이다. 홈리스가 많은 지하철에 화장실이 없으니 지하철에서 지린내가 나는 이유는 안 들어도 뻔하다.


쇼핑하다가 화장실?

뉴욕은 쇼핑의 도시이다. 수많은 관광객들과 뉴요커들이 쇼핑을 즐긴다. 그 순환은 어느 도시보다도 빠르다고 자부한다. 뉴욕 최고의 쇼핑 스팟 소호에서 쇼핑을 하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마시고 싶지 않아도 커피를 마셔야 한다. 꿀팁을 주자면, 화장실 때문에 마시는 커피라면 스타벅스를 추천하지 않는다. 맨해튼의 대부분의 스타벅스 매장의 화장실은 맥도날드 화장실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차라리 로컬 커피숍의 화장실이 훨씬 깨끗하다. 이왕 커피값을 지불할 거면 현명한 선택을 하자.


뉴욕의 백화점 화장실은 어떨까. 우선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다. 한국 백화점을 생각하지 말자. 사람이 많은 곳에 위치한 백화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부촌인 5번가에 위치한 백화점들은 그나마 깨끗하지만, 화장실은 구석 깊숙이 숨겨져 있다. 쇼핑을 하다가 우연히 절대 마주칠 수 없는 곳에 있다. 그냥 간단히 말해서, 뉴욕에서는 긴급한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박물관을 이용해라.

뉴욕 하면 또 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다. 모마, 휘트니, 그리고 구겐하임 뮤지엄과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이 위치해 있는 5번가 뮤지엄 디스트릭트가 가장 유명하다. 이렇게 큰 박물관 혹은 미술관에는 당연히 화장실이 있다. 꽤나 깨끗하고 이용하기도 편하다. 관광도 하고, 휴식도 취하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는 일석삼조 코스다. 그러나 역시 관광객들로 줄이 길 수 있으니 급한 상황은 만들지 말자.


첼시는 예외!

박물관 혹은 미술관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했다고는 했지만 첼시 갤러리 투어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첼시 갤러리들은 작은 개인 화랑들이기 때문에 방문객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화장실은 없다. 더 중요한 사실은, 첼시 갤러리 디스트릭트에는 카페도 없다. 레스토랑도 찾기 힘들다. 몇 블록 떨어진 레스토랑 및 카페 거리를 이용하던가, 첼시 마켓을 이용해야 하는데, 첼시 마켓은 줄이 정말 길다. 지나갈 때마다 '저긴 왜 저렇게 줄이 길지?' 하면 음식점이 아니라 화장실이더라. 첼시 갤러리 디스트릭트를 간다면 근처 카페를 꼭 찍어두면 도움이 된다.


축제에서는?

뉴욕에는 축제가 많다. 매주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리는 스모가스버그를 포함해서 플리마켓도 많이 열리고, 여름에는 공원에서 영화 보는 이벤트, 맥주 축제, 피자 축제 등등 다양하다. 또 퍼레이드 및 마라톤도 많아서 소위 '행사'라는 것이 많이 열린다. 여러 인종들과 종교들이 있고, 다양한 기호들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들의 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이러한 경우에는 가변화장실이 마련되니 오히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위생 상태를 책임질 수 없지만, 뉴욕에서 한국에서의 위생관념을 기대하면 안 된다.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다녀와야지!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의 공중화장실

브라이언트 파크의 공중화장실은 유명하다. 무료인데 깨끗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뉴욕에서 유일하게 공공 공원이 아닌 사적으로 운영되는 공원이다. 주변 건물들이 조금씩 돈을 내서 운영된다. 그래서 공원 관리가 잘되고 깨끗하다. 마찬가지로 뉴욕에서 단 하나의 깨끗한 무료 화장실이 있다. 이 화장실을 위한 연간 관리 비용이 무려 3억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만족도가 높다. 거의 모든 사람이 최고의 무료 화장실이라고 하더라. 그러나 나는 이용해본 적은 없다. 여기 또한 종종 긴 줄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그럼 어디를 가야 해?

뉴욕 공용 화장실에 대한 기사는 많다. 어플도 있을 정도이니 예상이 간다. 그들이 추천하는 뉴욕 전반에 걸쳐 널려있는 공용 화장실 중에서 초행자도 기억하기 좋은 몇 곳을 소개한다. 우선, 스타벅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왕이면 그냥 적당히 큰 커피숍 화장실이 낫다. 카페 규모에 따라 고객에게 오픈되는 화장실이 없을 수도 있으니 대충 크기를 보고 예상하고 들어가길 바란다. 둘째, 바니스 앤 노블(Barnes & Noble). 이 곳은 우리나라 교보문고 같은 곳으로 보면 된다. 대부분이 큰 오프라인 서점이기 때문에 내부에 카페와 화장실을 겸비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 전체를 통틀어 몇 곳 없다. 세 번째, 경찰서란다. 경찰서에 가면 반갑게(?) 화장실을 열어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쫄보 한국인들이 어떻게 화장실 때문에 감히 NYPD 문을 두드리겠나...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은 해보기를 바란다.


이상, 웬만하면 집과 숙소,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제때 해결하는 게 최선이다!라는 조언으로 뉴욕 화장실 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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