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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정원 Jun 10. 2021

상실감을 이기는 나의 방법

"결국은 일상이 우리를 견디게 해줄 것이다."

# 신나는 글쓰기 2일차 미션


영화 <노매드랜드>는 뜻하지 않게 남편을 상실하고

현실에서 방황하는(떠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어쩌면 그녀는 비자발적인 노매드를 선택당한 거죠.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 그 공간을 견디지 못했겠죠.

하지만 그녀는 여정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며 과거의 상실을 극복해나가요.

스스로의 힘으로요.


슬프지만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거죠.

주인공처럼 우리가 그런 상실감을 겪는다면

어떻게 그 감정에서 회복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어떻게 상실감을 치유할지.





  영화 <노매드랜드>에서 '펀'은 남편을 잃었고 삶의 터전이었던 광산은 문을 닫는다. 그녀에게 소중했던, 그녀를 지탱해주었던 발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비통해하기보다는 덤덤한 얼굴로 남은 짐들을 창고에 맡기고는 밴을 타고 떠난다. 어디로 갈지 목적지는 없다. 다만 그곳을 떠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기에 떠남을 선택한 것이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는 상상은 하고 싶지 않지만 늘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불안거리들 중 하나였다. 아버지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이별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누구와의 이별이라도 상실의 감정은 내가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함께할 수도, 손을 잡을 수도, 사랑한다고 못다한 말을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슬픔보다 더 큰 아픔이 되어 다가올 것이기에.


  상실감 중에서도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인간의 한계를 마주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 이후의 삶이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기독교의 메시지가 나에게 더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소중한 이를 잃은 황망함으로 슬픔인지 후회인지 알 수 없는 감정들에 휩싸인 사람에게, 이것이 끝이 아니라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만나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가.


Photo by Ali Arif Soydaş on Unsplash



"결국은 일상이 우리를 견디게 해줄 것이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언젠가 누군가와 이별하게 된다면 나는 더욱 더 열심히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물론 한동안은 '총 맞은 것처럼' 뻥 뚫린 가슴을 움켜쥐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리움에 사무쳐 울다 잠드는 날도 있겠지. 그러나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아픔과 슬픔을 온전히 느끼면서도 삶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주인공 노만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어린 시절 아버지와 했던 것처럼 다시 낚싯대를 던지듯이, 그렇게 함께 했던 추억과 감정을 흘려 보내고 싶다.

 

  과거의 나는 짐짓 의젓하게, 괜찮은 듯, 가슴 속 슬픔이 드라이아이스처럼 승화되어 사라지기라도 한 것 마냥 그 시간을 지나치기 위해 애를 썼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이 하루 빨리 함께 이겨내야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실로부터 비롯된 수많은 감정들은 승화된 것이 아니라 내 온 몸에 퍼져 이따금씩 남모를 울음으로 터져나오곤 했다.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저 열 다섯의 감정으로 느끼며 표현하며 살고 싶다. 슬픔을 감추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었다가, 뒤늦게 터져나오는 울음에 당황하지 않도록.


p.s. 일찍 겪은 상실감으로부터 얻은 교훈이 하나 있다. '지금', '여기'에서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더 사랑할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들에 더 감사할 것. 함께 만든 단단한 추억이 있다면 이별의 아픔을 좀더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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