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린정원 Apr 22. 2024

퇴사하고 유럽 여행,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디선가 들려온 먼 북소리에 이끌려 시작된 여행

* 지나고 나면 흐릿해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남겨보는 여행 준비부터 다녀온 이후까지의 기록입니다 :)

작성일: 2024년 2월 28일


ⓒ Unsplash La So



앞 일은 모르겠고,
일단 좀 쉬자!



  2년 8개월 정도 근무했던 스타트업에서 퇴사를 하기로 했다. 일을 쉬게 되면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탈리아 여행'이었다.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의 퇴사를 했지만 항상 다음 스텝을 정해두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어딘가를 다녀오지 못했었다. 앞 일을 정해두지 않은 지금, 오히려 그 바람을 이룰 수 있게 되어 기록으로 남긴다.


스물 일곱에 생애 첫 해외 여행으로 다녀온 파리, 스물 아홉 무조건 하고 싶은 것들을 후회없기 해보겠다며 친구와 다녀온 스페인, 엄마의 회갑을 기념하여 다녀온 스위스, 그리고 대학원에서 세미나겸 다녀온 대만과 회사 출장으로 다녀온 말레이시아까지. 여행은 매번 그동안의 나의 좁았던 시야를 깨닫게 해주기도 하고, 생경한 장면들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주었다. 몇해 전 가족여행을 갈지 말지 고민하던 차에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2~3년 간 해외 여행의 문이 닫히자 "여행은 망설이지 말고 갈 수 있을 때 가야돼!" 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얻기도 했다.


그러다가 재작년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스페인 바르셀로나,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제대로 동남아를 만끽한 필리핀 보라카이, 그리고 가족들과 모녀여행으로 다녀온 인도네시아 발리까지. 일년 365일 중 고작 1주일 남짓 되는 짧은 기간임에도 여행은 늘 새로운 장소에 대한 설렘과 예기치 못한 만남들로 반복되는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 Unsplash Photoholgic



  그렇다면 이번엔 왜 이탈리아인가. 여행을 다양하게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이탈리아는 볼 게 너무 많아서 일주일로도 부족해" "여름엔 너무 더워서 힘드니까 계절을 잘 고려해야 돼" 등 걱정섞인 조언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여느 나라들보다 여행을 시작하기에 걱정이 앞섰다. 첫 회사를 퇴사하고 그 당시에는 인생 처음으로 한 달 정도 휴식기가 주어져 적기라 생각했다. 허나, 때마침 7월이라 뜨거운 땡볕에 첫 혼자 여행으로 도전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고 대학원 입학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의 부담이 있어서 떠나지 못했다.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오래 남기 마련이라 다음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 1순위는 단연 이탈리아였다.


퇴사를 결정한 뒤, 남편에게 이탈리아 여행을 가자고 이야기했을 때 처음엔 오래 휴가 내기가 조금 부담스럽다며 농담반으로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본인도 이때 아니면 언제 긴 휴가를 써보겠나 싶었는지 회사에 양해를 구해보겠다고 했다.





  떠나지 못하게 하는 건 나 자신이라던가. 막상 유럽여행을 가자고 말은 했지만 생각보다 높은 물가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잘 하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뭔가 불안정한 마음을 다잡으려 "지금 꼭 해야만 하는 이유"라든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이유" 같은 것들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뭐라도 답을 찾고 싶은 마음에 서점으로 발길을 향했다. 그러다 여러 여행가이드북들 사이, 우연히 마주한 여행서적에서 내 마음에 가장 근접한 글귀를 접했다.



인생의 복기가 필요한 순간에
인생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인생과의 거리두기> 조대현




사실 여행은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이다. 내 남은 인생에서 길면 3주 정도의 시간을 오롯이 어딘가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보낸다는 것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할 수 없고 다시 갈 수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그 어떤 시간보다 밀도 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30대 후반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가는 이번 여행을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것 또한 우리에게 달려있다. 이런 생각에 뭔가 더 잘 준비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이 들기도 하지만 다시 없을 여행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여행 시기를 고민하면서 자유여행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적인 부담과 동선을 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몇 군데 세미 패키지를 알아보았다. 세미 패키지는 숙소와 현지 이동을 책임져주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여행하는 일정이라 약간의 자율성을 원하는 우리 부부에게 잘 맞을 듯했다. 대부분은 2030을 위한 여행이 전부인데 다행히 우리 연령대에 신청 가능한 패키지가 있어서 주저 없이 신청을 했다! (사실 '유럽 한 달 살기 패키지'가 더 끌렸는데 이건 2030만 가능해서 남편은 탈락. '프+스+이 패키지'는 나와 동행인으로 신청하면 가능한데, 이것도 나이 관계상 내년까지만 신청 가능하다..ㅠ) 그리하여 우리가 가보고 싶었던 곳들과 적절한 시기를 고민하여 결국 3월 21일~4월 7일(17박 18일) 동안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를 여행하기로 했다.


일단 신청서를 내고 계약금까지 지불하고 나니, "우리 진짜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항공권과 현지에서의 자유여행 동선 짜기, 주요 투어 예약, 사전에 준비할 물품 구입 및 여행지에 대한 조사 등이다.


신청한 시점이 출발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이라 항공권은 '지금'이 제일 싸다는 여행사 직원분에 조언에 따라, 1~2주 틈만 나면 계속 어플과 PC로 검색을 하다가 드디어 결제를 했다. 남편은 경유해보는 게 로망(?)이라고 했지만 체력과 긴 여행 일정을 고려하여 직항을 타기로 했다.



ⓒ Unsplash Alex Ovs



그리하여 날짜로는 18일이고, 나라별로는 프랑스 5박 - 스위스 4박 - 이탈리아 7박의 일정이다. 항공권을 결제할 때까지만 해도 한 달은 더 남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D-22! (무슨 시간이 5일 단위로 순삭되는 것 같다)


내 생애 언제 또 이런 긴 여행의 시간이 올지 모르니, 잘 준비해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본다!



p.s. 또 언제 쓸지 모르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간간이 기록으로 남겨보려 합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