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에서 보내는 첫겨울
미국에서 가장 큰 실내 쇼핑몰인 Mall of America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미네소타 주다.(얼마나 겨울이 춥길래 고양 스타필드의 약 세 배나 되는 쇼핑몰이 미네소타에 자리 잡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이곳에 이사오기 전에 했더랬다. 게다가 이 쇼핑몰은 항상 사람이 많은 편이다. 안에 롯데월드 같은 실내 놀이공원과 아쿠아리움 등등 없는 게 없는 양질의 쇼핑몰이다.)
보통 캘리포니아처럼 날씨가 좋고 온도가 적절하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기 마련이다. 비가 자주 내리는 워싱턴 주에서도 해가 뜨는 날이면 사람들이 밖으로 몰려들어 I-5 고속도로가 꽉 막히곤 했다.
겨울이 추운 중서부 지역의 주 중에서도 미네소타 주는 꽤나 추운 편에 속한다. 북쪽으로는 캐나다와 접해 있어 위도가 높고, 대서양이나 태평양에서 오는 따뜻한 공기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길다고 한다.
처음 미네소타로 이사 왔을 때 이 지역에 최근 이사 왔다고 하면, 대부분 겨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 겨울이 정말 춥다고. 학교에 첫 상담을 갔을 때에도 겨울에는 스키 팬츠와 장갑, 방한용 부츠, 모자 등이 필수라고 했다. 구하기 어려울 경우 학교에서 준비한 방한 용품을 빌려 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필요하면 요청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도대체 이곳의 겨울은 어떤 겨울일까.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겨울을 날까. 한국은 롱패딩과 어그만 있다면 그나마 버틸만한 추위였는데, 이곳도 그러할까.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난 M.B. 고프스타인의 그림책 『우리 눈사람』 은 11월이 되자마자 눈보라가 시작됐고, 꽁꽁 언 날씨에 매일 더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라일리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꾸준히 하키를 즐긴다. 미네소타에서는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하키채를 잡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겨울이 긴 이곳에서 아이들은 겨울이 되면 아이스스케이트, 피겨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등 겨울 스포츠를 많이 하는 편이다.
대형견을 키우는 우리에게 완전무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히트텍을 입고 플리스나 얇은 스웨터를 입은 후 위에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패딩을 입는다. 양말은 두 겹, 모자와 목도리도 필수다. 거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얼굴이 콕콕 찌르는 듯이 아프기 때문에 스키 마스크나 그냥 마스크를 해준다.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옷을 껴입을 수 있는 만큼 껴입고 단단히 준비한 듯한 모양새이다. 이와 같은 겨울은 처음이 아니라는 듯이.
얼마 전 피를 뽑을 일이 있어 병원에 갔다. 채혈하는 순간, 그러니까 팔을 걷고 고무줄로 팔의 윗부분을 묶고 팔의 혈관이 도드라지면 그 자리를 알코올솜이 지나간다. 바늘이 들어가기 직전,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말을 건다. 가벼운 주제가 대부분이다. “이번 주말 계획이 뭐야?” “오늘 오후엔 뭐 할 거야?” 등등.
바늘의 감촉이 따끔할 때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함이 목적이겠다. 내가 대답했다. 별 다른 계획은 없고, 이곳이 너무 춥다고. 추위를 견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간호사는 익숙한 듯 웃으며 말했다. “아직 겨울은 시작도 안 됐는걸요. 레이어링은 필수예요. 그리고 가능하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게 가장 좋죠.”
집이 주는 온기와 아늑함을 맘껏 느끼는 계절. 그렇다. 이곳 미네소타에도 초겨울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