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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notes Apr 06. 2019

또 한 번의 싸움을 정리하며,

결혼생활일기2

그렇다. 또 싸운 것이다.

왜 자꾸만 싸울까? 누군가는 결혼해서 싸우는 것도 서로에 대한 관심의 일종이라며 위로한다. 아예 안 싸우는 부부가 더 위험하다며. 그렇지만 싸우는 것도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작은 양의 에너지가 아니라 막대한 양의 감정 소모와 가끔씩은 체력소모까지 동반할지도 모르겠다.

(싸우고 있을 때면, 싸움이 길어질 때면 지치는 마음에 좋았던 기억들을 보곤 한다. 아주 가끔 그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놀랍게도)



올해부터는 싸우고 나서 왜 싸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게 없다면 이렇게 될 게 뻔했다. "우리 그때 왜 싸웠었지?" "별 일 아니었어. 여보는 또 이러이러했고, 나는 이러이러했고. 그리고 화해했잖아" 사소한 문제들을 그냥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 커지는 법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결혼한 지 4년 차이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이제 결혼을 슬슬 생각하고 있고, 결혼하지 않은 커플들을 보면 우리를 보며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들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결혼을 한 나로서는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어른이 되어가는 것(너무 뻔한 이야기인 것 나도 안다)이라는 것이다. 결혼을 해서 외로움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오해 중 하나이다.


외로움에 대해 먼저 말을 해보자면 나의 경우 결혼을 하면 어떠한 면에서 조금은 더 외로워지는 것만 같다. 예를 들면 연애를 할 때에는 친구와 함께 남자 친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같이 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좀 더 적은 것 같다. 결혼 이후에 결혼한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은 왠지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는 언니에게 부담 없이 남편에 대한 좋지 않은 일화(험담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털어내자는 쪽에서)를 털어내고 있었는데 그 후 내가 없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남편이 "나는 우리 아내에게 많은 것을 맞추려고 하고 하자고 하는 것들을 거의 다 해주는 편이다"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언니가 "어, 너희 아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걸~"류의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조금은 자체 검열을 거친 후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즉 스스로 더 삭히고 혼자만의 견디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어찌 보면 결혼 생활인 것만 같다.(하지만 이 부분도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우리네 삶처럼 각자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도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까지는 못하더라도 나에게 찾아온 외로움을 어떤 나만의 방법을 이용해서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나를 위로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더 좋은 것은 이 싸움을 어서 끝내고 화해를 하고 더 좋은 우리가 되는 것이겠지만 물론, 나를 위로하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시간)


그리고 이러한 시간들이 모여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결혼하면 어른이 되는 게 아니랍니다. 결혼을 하고 싸우고 가끔은 나도 모르는 나를 만날 때, 내가 정말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나약하고 혼자서 일어나는 방법도 모르고 가끔씩은 내가 이렇게 의존적인 인간이었나를 깨달으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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