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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notes Apr 09. 2019

결혼에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혼생활일기3

결혼에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 이 제목을 지은 이유는 정말이지 결혼에는 시스템, 즉 목적을 위해 체계화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인다. 흔히들 이렇게 말들을 많이 한다. 결혼은 두 세계가 만나서 합쳐지는 것이라고들.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꾸려나가기로 한 아름다운 순간에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건 좀 그렇지만, 지금 그 행복한 기분을 깨고 싶지 않다면 둘이 앉아서 집안 규칙부터 정하는게 좋을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금이나마 살아보니 결혼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결혼에 대한 부풀려진 생각이나 인식때문인지 결혼하면 정말 행복할 것이고, 기쁜 일들만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너무 정신이 없어서 지나고나니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결혼이 행복하지 않거나 기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더 행복하기 위해 결정하는 가장 아름다운 약속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지극히 현실적이라서 가끔은 양말 하나 때문에, 치약때문에도 싸우게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우리 부부의 경우 결혼 4년차에 접어들었다. 나 역시 지극히 현실적인 결혼생활에 익숙해지는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아직까지도 난 많은 상황에서 나보다 더 큰 포용력으로 우리의 결혼생활 속의 문제들을 받아들여주고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남편의 태도를 기대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으나 동시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함께 떠올려보고자 한다.


예를 들면 우리의 경우 남편은 자신의 식사를 식단에 맞추어서 먹고자 한다. 칼로리를 계산해서 섭취해야하는 탄단지의 양을 무게로 재어 매끼를 추적가능하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나의 경우 음식을 그렇게 먹어야 한다면 그것이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는 것이 분명했고 나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요리 후 해야하는 일들을 더 기꺼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에 관한 문제를 이렇게 타협했다. 나는 매 끼니를 챙겨주진 않지만 우리가 아침에 먹어야 하는 스무디를 갈고 커피를 내린다. 또 많은 양의 밀프렙을 할 경우 뒷정리 및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주말엔 요리를 함께 한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이것으로 인해 나는 요리에 대한 부담을 덜었고 동시에 내가 해야할 일들에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상대방이 무언가를 해야할 때 혹은 해주기를 원할 때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좋다. 그게 너무 많아지면 나에게 부담이 되고 때로는 방해가 된다고 느껴질 것이다. 적정한 선을 정해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결혼은 희생인가?

결혼은 어느 한 쪽이 계속해서 희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자꾸만 가려고 해야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설정한 방향으로 이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두 사람이 함께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점검해야 하는 공동체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은 식탁에 앉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번 한 주 동안 우리가 어떻게 지냈는지, 각자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생각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이야기해본다.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내가 하기 싫은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해준다’라는 인식을 점차 줄이게 되었다. 해준다, 해야한다에서 ‘한다’ 로 바뀌는 언어생활을 할 때 결국 우리의 결혼생활이 좋을 수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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