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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Nov 27. 2024

낭독회

주변에 카프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때문에 한 번은 프라하에서 카프카 박물관에 갔었던 적도 있었다. '변신'과 '시골의사' 정도로만 나는 그를 알고 있었고, 대학시절에는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진 않았었다. 그러다가 프라하의 박물관에서 얻었던 사실은, 그가 글을 독일어로 썼다는 사실과 그의 작품들이 독문학에 좀 더 포함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프라하에서 그 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저번주 독일어 쓰기 수업에서 강사가 자신이 다음주에 카프카 글을 읽는 낭독회를 한다고 알려주고 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내 상상속의 낭독회란 것은, 보통 작가가 자신이 쓴 에세이나 중편소설 등을 한시간에서 두시간 가량 읽는 것이었다. 낭독회에 가서도 독일어를 당연히 다 알아듣지 못할 것이므로, 오늘 낭독회로 간 발걸음은 거의 순수히 강사를 보러 간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낭독회가 시작되니, 생각보다 좀 더 생동감 있게 그 행사가 진행됨을 알 수 있었다. 그저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카프카가 쓴 소설과, 아버지에게 쓴 편지와, 카프카의 작품에 대한 글들을 총 5명의 낭독자가 마치 연극을 하듯이 읽었다. 시작은 카프카가 책 혹은 독서에 대해 말했던 비유, 얼어버린 바다를 깨는 도끼로 부터 시작됐다. 그러면서 변신으로 무대를 옮기고, 그 다음은 성(Schloss) 그 다음은 재판(Prozess)... 중간중간 주제도 바꾸어가며 그의 글에 대한 예술과 그것을 둘러싼 것들을 짚어나갔다. 


사실 한국에서도 서울에 살고, 독일에서도 베를린에 살면서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특시 소도시에서 많이 느꼈더랬다. 한국의 본가가 오송으로 간 뒤에 나는 집착하듯이 서울로 가는 KTX열차에 몸을 실었었고, 베를린에서는 밤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고 들어오곤 했다. 바이로이트에 온 뒤로는 그냥 막연히 '여기에는 뭔가가 없어. 부족해' 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많은 것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시내에서는 정기적으로 여러장르의 음악회가 열리고, 오늘 낭독회처럼 작지만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것들을 쌓아하는 행사가 많았다. 몇 년 전,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 L이 서울이 아닌 곳의 예술에 대한 것을 모아(주로 작가들의 인터뷰) 독립출판으로 낸 적이 있다. 나는 어쩌면 주류만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한국에서의 경우에는 '국립'이 들어간 것들을 주로 즐겼다. 대학로의 연극들은 무언가가 미심쩍었고, 오송에서도 무언가를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역시 가끔 청주로가서 '국립'현대미술관을 몇 번 갔을 뿐이다.) 


내가 사는 곳이 언제나 메타폴리스일수는 없다. 장소가 정해지면 거기에서 무언가를 일굴 생각도 해왔지만, 그것은 거의 일에 국한됐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예술에 대해서도 내가 정한 명제를 옮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같은 과 친구인 A는 베를린 출신에 DJ를 하는데, 가끔 베를린에 가서도 공연을 하긴 하지만, 바이로이트로 오고나서 여기의 사람들과 함께 학교 축제에서 디제잉을 하거나 다른 작은 행사에 가서도 연주를 하고, 딴에는 본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연주회를 메인으로 열기도 했다. 이렇게 지역색이 섞이고, 다양함이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 반성한다. 주변의 것들을 더 잘 살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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