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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pza Sep 18. 2023

ZOOFACE

베를린을 떠나기 전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는 동물원도 있었다. 한국과는 다르게, 베를린의 동물원은 도시의 가운데에 있는 큰 공원에 위치하고 있었고 (Zoologischer Garten 역) 실제로 그곳은 서독시절 서베를린의 중앙역(Hauptbahnhof)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동물원이 만들어진 건 1800년대 중반, 제국시절이었고 역시나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제국주의적 시선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동물원을 방문하고 싶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내가 이런 제국주의적인 공간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고 (비슷한 맥락일지는 몰라도 박물관 또한 좋아한다.) 다른 하나는 저번 겨울 베를린 영화제에서 봤던 영화 <The Face of the Jellyfish>를 보고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하루아침에 얼굴이 바뀌어버린 여자의 대한 이야기가 흐르면서, 영화 오프닝과 중간중간 감독 자신이 직접 찍은 동물들의 얼굴이 나온다. 영화제 현장에서, 영화가 끝나고 난 후 GV를 들었었는데 그녀가 찍은 영상 중 일부는 바로 내가 방문한 베를린 동물원에서도 찍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종의 동질감 체험 내지는 영화 로케이션을 방문하기 위해였다고도 볼 수 있겠다. 



입구에는 베를린의 상징인 곰이 동물원 테마로 색칠된 작은 상이 세워져 있었다. 이 상은 베를린 곳곳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각자 그 건물이나 그 공간에 맞게 채색이 되어 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 참고로, 한국 대사관에도 하나가 있었는데, 그곳의 그것은 태극무늬로 색칠되어 있었다. 동물원의 곰-상의 표정은 묘했다. 애틋하면서도 눈이 풀려 보이는... 어찌말 하면 내 얼굴 같기도 해서 지금 카카오톡 프로필로도 설정해 놓았다. (거의 2년 동안 바꾸지 않고 있었는데!)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동물원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동물들의 얼굴을 올릴 생각이다. 영화에서는 '얼굴'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을 한다. 얼굴이란 무엇인가? 얼굴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제목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우리가 생각하기에 얼굴이 없는 '해파리'를 찍으며 해파리의 얼굴은 무엇일까?라고도 묻는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의 얼굴을 찾거나, 혹은 얼굴을 찾지 않고 살아가는 삶에 적응해 나간다. 


비둘기와 플라밍고
코끼리와 미어캣
그대들 어떻게 살것인가?, 기린도 햇빛을 피해 건물 옆에 선다.
사슴과 귀찮은 유인원


흑백
핑구를 닮은 독수리와 모여서 자는 돼지


동물원에서 진행되는 이벤트 중 하나도 시간이 맞아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물개쇼. 조련사와 합을 맞추면서 노는 모습이 영락없는 강아지와 그냥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었던 건, 훈련의 보상으로 주는 작은 물고기를 하늘 위로 던졌을 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황새가 날아와 그것을 낚아채갔다는 것. 시간이 조금 흘러 높은 곳으로 가보니, 물개쇼를 볼 수 있는 건물 바로 위에서 그 새가 계속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물개와 새. 이 새가 그 새는 아니다.
본 떠 만든 이미지
동일한 각도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달라보이는 슬픔


아쿠아리움에는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어류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동물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별로였다. 동물원이 있던 곳 중에 한 터에 약간은 억지로? 아쿠아리움을 지은 듯한 모습이었고 동선 역시 너무나 단순해서 마치 일직선으로 쭉 이어져 있어서 심심했던 어떤 박물관이 생각났다. 


베를린동물원은 베를린에 살거나, 오래 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도시 중심부에서도 그다지 멀지 않고 (중앙역에서 20분 정도, S-Bahn으로 4~5 정거장?) 동물원 근처에도 극장/미술관/음식점과 술집도 많아 즐길 거리도 많다. 카이저 빌헬름 교회라는 역사적인 공간도 있고,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샬로텐부르크 궁전도 있다. 동물원 안에서도 내가 놀랐던 건, 생각보다 동물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깝고 일부 조류나 영장류는 제외하면 별다른 철창 내지 벽이 없었다는 것이다. 가끔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생각된 우리도 있었으니, 한국에서 느꼈던 동물원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은... 해파리 사진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영화사진 출처 : Berlinale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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