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memoria de las mariposas (Eng : The Memory of Butterflies>*Forum
유럽영화제에서 유럽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페루 지방의 인디언들은 고무나무를 통해 착취당했고, 그들의 이미지는 선전에 쓰였다. 이 영화를 만들고 편집한 사람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6년이라는 시간을 썼다. 이전에 촬영된 역시나, 유럽인의 시선에서 촬영된 선전영상을 얻기 위해서 그들은 또 다른 방법 혹은 시간대에서 거액의 돈을 내는 식으로 (다행히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착취당했다. 이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Dreams>*Competition
오랜만에 만난 멕시코 친구의 추천으로 예매하게 된 영화. 그러나 실망했다. 주인공들이 설정된, 그러니까 그들의 이야기가 전개되기 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굳이 상세히 말할 필요는 없지만서도 그 셋업이 아쉬웠다. 영화는 남녀의 상황을 미국과 멕시코의 정치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가 사회상을 담는 것은 좋지만, 좀 더 세련된 방식이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멕시코 친구와는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감독에 대해 얘기를 더 나눴고, 그가 멕시코 내에서는 그의 영화 안에서 드러나는 계급갈등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고 했다.
<Magic Farm>*Panorama
MUBI에서 재밌게 봤던 영화<El Planeta>의 감독이 베를린영화제에 이 영화로 돌아왔다.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선 두 번째 장편영화다. 이번엔 헐리우드 배우들이 나오고, 분위기도 약간은 밝으면서 웃긴 쪽으로 흘러갔다. 각본이 치밀하다고 느끼진 않았지만, 쓰기는 힘든 소재였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위트있는 장면들이 영화를 지탱했고, 생각했던 사이즈를 넘기지 않으며 한 시간 반 남짓을 마무리했다. 이윽고 이어진 Q&A에서 감독을 보게되어 좋았다.
<O último azul (Eng : The Blue Trail)>*Competition
이번 베를린영화에서 가장 재밌게 본 영화. 영화제를 시작하기 전 나는 시놉시스만 읽고 리스트를 정하곤 하는데, 그때부터 점 찍어둔 영화였고 찍기가 제대로 통했다. 요새는 라틴 아메리카의 영화들이 마음에 든다. 그들은 대부분 ‘흥’을 가지고 있고, 이 영화도 그랬다. 얼마 전 화제였던 <서브스탠드>가 젊음에 대한 갈망/집착을 드러냈다면, 이 영화는 늙음이라는 장애물을 멋지게 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미래라는 단어 역시 노인들에게도 쓰일 수 있다.
<Listy z Wilczej (Eng : Letters from Wolf Street)>*Panorama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거리(Wolf라는 이름을 가진)에서 사는 인도 출신 감독이 자신의 삶과 거리를 녹여낸 다큐멘터리. 독일에 온 이후로 ‘이민자’라는 주제를 만나면 그 주체와 그 주체를 둘러싼 인물들이 말하는 것들을 좀 더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것은 두 가지 : 1) 외국인은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닌가? 항상 수용과 저항의 경계선에 서있는. 2) 폴란드 여성을 만나본 적이 있나요? 그러지 않고 폴란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나요?
< 想飞的女孩 Xiang fei de nv hai (Eng : Girls on Wire)>*competiton
되도록이면 영화에 대해 비평만을 하고 싶지만, 이 영화는 그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이미지와 단편적 장면들에만 집중을 하고, 나머지는 등한시 했다. 베를린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물론 지금까지 매년 모든 경쟁작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보통 경쟁작엔 (나의 기준으로) 기본이 갖춰진 영화들이 올라왔고, 그 중에서 ‘훌륭한’ 혹은 ‘평작’ 그게 아니라면 ‘난해한’의 카테고리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것은 ‘등외’였다. 어떻게 이 영화가 리스트에 올리게 되었는지는 올해 최대의 미스터리다.
올해는 5일동안 11개를 보았고, (아마도) 몇 작품은 좀 더 긴 분량의 감상문을 남길 것 같다. 시험을 앞두고 일주일이나 베를린에서 축제를 즐겼으니, 이제는 돌아가 다시 시험공부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