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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윤호 Jan 11. 2020

ICO가 목표인 창업자들에게

더 이상 잃을게 없는 사람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영화 <보일러 룸 Boiler Room(Younger, 2000)>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IT 기술 및 비즈니스 서적에서 무슨 영화이야기를 하냐고 물을 지 모른다. 하지만, 잠깐 필자를 믿고 이 맺음말을 읽어주길 바란다. 난 이 책을 쓸 때, 모든 내용을 최소한으로 요약하고 싶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고 ICO 프로젝트를 하려는 사람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이 영화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세스는 영화 초반에 도박장을 운영했다. 비제도권의 불법 공간이지만,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며 브로커의 수수료 외에는 승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운영했다. 패자는 결과에 승복했고, 승자는 이익을 가져갔다. 세스는 사업을 시작할 때 부터 접을 때 까지 아버지의 반대 외에는 그의 고객들로부터 제기되는 큰 이슈없이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 후, 세스는 아버지에게 인정 받기 위해 주식 브로커 일을 시작한다. 

 세스는 상장폐지에 가까운 주식을 사람들에게 엄청난 주식이 될거라며 팔아치웠고, 막대한 커미션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하지만, 세스는 곧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깨닫게 된다. 자신의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자신이 받은 커미션이 그들의 손실 금액으로 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세스는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시작한 제도권의 합법적이고 떳떳하다고 생각하던 일이 오히려 고객들의 자산을 파산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고객의 어느 누구도 원하는 것을 갖게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의 자신 혼자만의 이익의 상황을 세스는 견딜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어했다. 고객들이 투자한 돈은 집을 담보로 맡긴 자산부터, 노후자금까지 다양했으며, 이를 잃는다는 건 곧 그들의 삶의 근간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ICO 자금을 눈먼돈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종종보곤 한다. 과연 그럴까? 당신들은 이제 ICO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다양한 업계 사람들을 만나며 명함 교환을 하기도 하며 Meetup에 참가하기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유독 ICO 업계에는 명함에 주소나 전화번호가 적히지 않은 이메일과 공식 홈페이지 정보만 적힌걸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명함의 디자인을 위해서? 요즘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공유 오피스 비즈니스가 단순히 ROI 때문에 그런걸까? 

 ICO는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투자방식이다. 투자자 들도 이를 알고 있다. 때로는 규제가 마련된 제도권 안에서 이루어지고 때로는 법령이 없는 상태인 비제도권에서도 실행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ICO를 통해 모은 자금은 결코 눈먼돈이 아니다.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ICO를 진행하다보면 컴플레인을 강력하게 하는 고객들이 있다. 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리 큰 금액 규모가 아니라서 쉽게 무시하고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절대적인 금액의 크기는 문제되지 않는다. 문제는 각 개별 투자자의 상대적인 투자 규모가 문제다. 그 얼마 안되는 돈이라고 생각한 금액 규모가 그 개인에게 있어서는 사활이 걸린 금액이면 문제가 된다. 

 프로젝트 팀이 정말 투명하고 신의 성실을 지키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개발하고 상장까지 진행했다면 관계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면 투자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잃을게 없는 사람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당신은 모든 걸 잃은 사람들의 집단 분노를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들이 손실한 금액의 일부만 써도 당신을 충분히 괴롭힐 수 있을 것이다. PCL:SV를 활용해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Neumann(2008)은 미국 사회의 약 1.2%가 싸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같은 측정 방식을 활용해 Coid(2009)가 영국 사회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약 0.6%가 싸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것으로 보고 되었다. 당신은 몇 명의 투자자로 부터 자금을 모집할 것인가? 텔레그램 단체방에 투자자가 30,000명이 있다면 1%가 싸이코패스라고 할 때, 약 300명 이상이 국경을 넘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당신을 끝까지 추적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ICO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이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장의 상황에 따라 이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투자자 중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이 때, 손해본 사람이 스스로 인정할 만큼 프로젝트가 투명하고 성실하게 운영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팀 구성을 지니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대답이 ‘No’로 나왔다면, 그 ICO 프로젝트는 진행되면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ICO를 추진하였다면 모든걸 잃은 사람들의 분노를 감당할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결코 눈먼돈은 없다. 투자자는 항상 당신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점을 명심하고 ICO 프로젝트를 진행여부를 결정하길 바란다. 



__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의 착안점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자. 미국의 여러 은행들의 무분별한 서브프라임 모지기 대출로 인해 발생한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을 누구도 지지 않았다. 신용평가기구도, 은행도, 파생상품 판매자도 그 누구도 말이다. 은행이 망하면 통화 가치가 절하되고 사람들은 패닉에 이르게 될 것이므로, 정부가 나서서 금융위기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여기에는 대부분 공적 자금이 투입되었고, 이는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으로 메워졌다. 여기에서 시민이라 함은 은행이나 모기지 대출과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도 포함된다. 세상에 이런 비즈니스가 어디있나? 흥하게 되면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고, 망하게 되면 정부가 나서서 손실을 메워주다니! 게다가 손실 보상은 비즈니스의 관계자 뿐만 아니라 외부 자금으로도 이루어진다! 이건 시스템적으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안전망이라 포장된 결함의 일부이다. 

 이런 면에 있어서 가상화폐는 초창기의 착안점만큼은 잃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금융사고를 일으킨 당사자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착안점 말이다. 거래소가 해킹당하면 대부분의 거래소가 수수료 등으로 보존했던 비용을 털어 사용자의 손실을 보존한다. 그마저도 없으면 비난 받으며 자체 코인을 발행해서 미래 수익을 담보잡힌다. 거래소가 스캠SCAM 코인을 상장시키면, 해당 거래소의 신뢰성이 떨어져 많은 유동자금이 이탈한다. ICO가 사기로 끝나면 ICO 진행한 업체는 수배된다. 아직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 도망다녀야 한다. 이에 반해 서브프라임의 주역이었던 관계자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아직도 잘 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많은 사람들의 우려처럼 다양한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착안점은 잃지 않았다고 본다. 책임의 주체는 명확하고, 투자자들은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이 곳에 국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일도 아직까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착안점을 잃지 않은채 시장이 성숙해진다면 기존 경제 시스템이 지니고 있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성공적인 당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기원하며, 

맹윤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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