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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모 Feb 23. 2024

괜찮지 않으면 어쩌겠어

좀 우울하면 어때

마음이 다듬어지지 않을 때마다

다시 본진을 찾아온다.



나의 근원.

나의 본원.


꾸준히 선명히 가꾼 내 세상은 그 어떤 것에도 바뀌지 않는다.

잃어버리지 않는다.

헤매지 않는다.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국 나다.


그렇기에

부지런히 내 세상을 밝힌다.




괜히 더 혼자 있는다.

잔잔히 울리는 마음을 모르는 척하지 않기 위해


내가 좋아하던 것을 한다.

그리고 글을 쓴다. 꽤나 끝없이.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은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고 휘발된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돌아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내가 해야 할 것을 한다.


나는 그렇게 살아간다.



과거의 나는

스스로를 달래는 법을 몰라 그저 숨겼다.

가려도 가려지지 않을 때는 비참해했다.


나는 그렇게 나를 가장 부끄러워하고

내가 가장 자랑스럽지 못했다.




나에겐 내가 전부였는데.



집착적으로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던 때가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하고

내가 가장 필요하고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것이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었다.


솔직하게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에

초라한 자신을 드러낼 자신이 없는 겁쟁이였기에.


어찌 보면 살기 위해 선택한 나름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다른 이의 고민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

고민에 동질화된 내가 그와 같이 울며 위로받고 있었다.



마음에는 주기가 있다.


가장 아래에서 결국 다시 오름의 궤도에 오르는 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는 우울의 기간.


그래. 좀 우울하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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