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나의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릴 때와 달리 이제 때에 따라 달라지는 내 모습에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
이론과 달랐던 실제들이 점철되어 이제는 모든 것에 익숙해진 것만 같다.
헤매지 않는다는 것은 좋으나,
외부의 무언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많은 것에 무관심해진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결국에는 내가 부여한 것들도 채워지는 것이 나의 삶.
그 삶의 순간들을 나는 어떤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는지를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탁해진 삶의 부분이란 결국 모든 것을 선명히 바라보려 하지 않고
귀찮음과 시니컬함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으로 흐리게 넘어갈 때였다.
과거가 쌓여 나를 이룬다
결국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발판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변화를 바라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저 바람에 그친다는 것을.
오늘도 내일도, 내가 행동으로. 말로. 표정으로. 마음으로 직접 채워가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은
왜 이리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일까.
'혼자' '잘' 사는 법이 궁금했다.
이는 곧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임을,
결국 '함께' 잘 사는 법이 궁금한 것이라 인정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소유하는 것에, 그리고 그를 변화시키는 것에 그리 큰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으니까.
스스로의 이기적임을 모르는 척할 수 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배려 때문임을 알고 있었으나,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함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제 혼자 이뤄낸 것이 없으나,
자꾸만 홀로 해낸 것이라 하고 싶었다.
그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나는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인정해야 더 나아질 수 있는 삶을 살면서
많은 걸 외면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