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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Oct 26. 2023

아비투스_ 이 불공평한 아비투스

흙수저, 동수저, 은수저, 금수저. 이건 아비투스

아비투스를 읽으면서 내심 불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난 지금 나의 신분으로부터 저 높은 언덕을 오르는 입장이기에. 머나먼 높은 꼭대기의 상류사회의 관점과 이야기를 듣자니 속이 거북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회적 교류와 시각을 그저 물질적으로 자본적 시각으로 표현되어 있었기에 어찌 보면 이게 냉혹한 현실인가 싶기도 하면서 몇몇 부분은 동의할 수 없었다. 


특히나 아비투스에서 말하는 7가지 자본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에 이르는 종합적인 자본이 계층적으로 어떤 식으로 다른지 다 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봤기에 내 삶 속에서 반추할 수 있었다. “아 그때 느꼈던 그러한 이질감은 이거였을까?” 과거를 되돌아보면 알게 모르게 경제적 문화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이들과 섞일 때. 알게 모르게 어떠한 벽을 느끼고는 했다. 아마, 상류사회 사람들이 받을 수 있었던 다양한 종합적 자본의 격차에 허탈함을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막 떠오른 것은 언어교환을 했던 나의 친구인 Donal이다. 아일랜드에서 한국으로 와 열정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던 멋진 친구. 그 친구는 나이도 5-6살 어렸지만 뚜렷한 가치관, 행동능력, 성숙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이러한 특성을 그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유럽 유명 항공사의 고위직에서 일을 하시고 퇴직하셨다. 그리고, 그 친구는 놀듯이 엑셀을 다룰 줄 알았으며 다양한 리스크를 퍼센트화 시키고 스스로 예산을 꾸릴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 그저 경제학과이니 당연한건가 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그 뛰어난 능력은 아버지로부터 조기교육받은 것이다. 엑셀로 스포츠 게임을 통해 확률을 놀이처럼 가르치셨다는 아버지를 두었다니. 난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저 학교 공부나 열심히 공부나 하라는 아버지를 둔 나에게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렇게 한국어 공부를 마친 친구는 독일어를 공부하기 위해 독일 서부로 떠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스트리아에 아는 친구로부터의 초대를 통해서 한 가정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후에 그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갔기에 크리스마스 장신구가 몇 가지 있겠거니 했겠지만. 거대한 진짜 트리가 집안 내부를 꾸미고 있었고, 대리석 바닥과 높이를 알 수 없는 천장이 나를 잡아먹을 듯했다. 집안 내부를 올라가면서 곳곳에 보이는 가족들과의 해외여행 사진들,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책장까지. 모든 공간, 소품, 공기마저 나에게 ‘넌 여기에 맞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가 고개를 돌리자 친구의 아버지가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셨다. 한 손에는 건축 관련 서류와, 책을 쥐고 있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명망 있는 건축가셨으며 집을 손수 지으셨다 하셨다. 친구는 자신만의 작업실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 재능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비투스의 내용처럼 세상은 공평하지 않음을 내 삶의 기억속에 각인되어있다. 내가 본디 속해 있는 사람들과, 사회적 중, 상류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무엇을 관심 있어하는지 어떠한 생각한 하는지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 의견을 달리 할 수 없다. 


하지만, 하류, 상류, 최상류에 이르기까지 분명 현시대에 이르러서 일상생활의 공통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틱톡, SNS 신흥 스타에 이르기까지 계층 간의 이동이 더욱더 활발해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분명 계층에서의 뚜렷함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비투스 말하는 하류, 중산, 상류로 계층 간의 이동을 위해서 여기서 제시하는 품격을 절대적 바이블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러니 하게도 아비투스를 부정하며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이 아비투스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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