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워홀 가서 진짜 뼈저리게 느낀 것
해외 생활을 준비하면 다들 인종차별을 걱정한다. 하지만 내가 아일랜드에서 부딪힌 진짜 벽은 그게 아니었다. 훨씬 교묘하고, 사람을 더 초라하게 만드는 것. 그건 바로 '영어'다.
마치 RPG 게임의 고렙 사냥터에 쪼렙 캐릭터로 뚝 떨어진 기분. 다들 화려한 스킬을 쓰며 퀘스트를 깨는데, 나만 기본 칼 하나 들고 멍하니 서 있는 느낌이랄까. 아일랜드에서 일할 당시에 내 세상이 딱 그랬다.
그 시절 아일랜드에서 만난 한 지인이 생각난다. BTS도, K-콘텐츠도 생소하던 때, 그는 영어 기초도 없이 용감하게 이곳에 왔다. 결과는 처참했다. 그녀는 '아시안'이라서가 아니라 '영어가 안 통하는' 사람이었기에 투명인간이 되었다. 회의 시간엔 없는 사람 취급이었고, 왁자지껄한 펍에서도 늘 외톨이였다.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엔 혐오가 없었다. 대신 '귀찮음'이 있었다. 굳이 말을 걸고, 그의 서툰 영어를 이해하려 애쓰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 악의 없는 무시가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나는 그의 옆에서 똑똑히 봤다.
결국 어느 밤, 그 누나는 꾹꾹 눌러왔던 설움을 터뜨렸다. 그 울음을 보며 깨달았다. 사람들이 모이는 어떠한 커뮤니티 내에서도 내 존재를 증명하는 건 피부색이 아니라 내 입에서 나오는 '언어'라는 것을. 언어라는 기본 장비도 없이 고렙 사냥터에 뛰어들었으니,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상처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요즘은 세상이 좋아졌다. 번역기는 똑똑해졌고,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믿는다. AI의 기계음이 아닌, 내 목소리로 직접 관계를 맺고 나를 증명하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혹시 지금 새로운 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면, 이것만은 기억하자. 그곳의 언어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낯선 땅에 비옥한 토양을 일구는 것과 같다. 잘 준비된 토양 위에서는 어떤 씨앗을 뿌려도 빠르고 튼튼하게 자라나는 법이다. 언어라는 단단한 기반이 있어야만 그곳에서의 모든 경험과 기회를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하고, 딴 세상 같던 그곳의 진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무료* 10년동안 직접 써보고 느낀 영어툴 자료 모음집 받아가기 [와디즈 공지사항 확인]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290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