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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s Feb 03. 2017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찾아

영화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라는 말은 참 많이 들어보았다. 흔히 죽기 전 해보고 싶은 것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말이다. 죽기 전 해보고 싶은 것이라.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살아나가고 있다. 어쩌면 한정된 그 속성 때문에 인생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의도치 않게 자신의 끝을 알아버렸고, 그 인생의 끝에서 삶의 기쁨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주인공 에드워드는 일적으로는 크게 성공한 거부지만 잇따른 결혼실패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가진 시한부 환자이며, 또 다른 주인공 카터는 역사학자가 되고픈 꿈을 가족으로 인해 포기하고 45년간 엔지니어로 살아온 시한부 환자이다. 이들은 같은 병실을 쓰게 됨으로써 운명적으로 조우한다. 


  에드워드와 카터가 자신에게 남은 기간이 길어야 고작 1년이라는 의사의 판정을 들은 다음 날, 에드워드는 카터가 써놓은 버킷리스트 종이를 보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이라곤 고작 ‘낯선 사람을 도와주기’, ‘장엄한 풍경 바라보기’ 등등인 소박한 카터의 버킷리스트를 보고 에드워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추가한다. 그리고 카터에게 이 버킷리스트들을 다 해보자고 제안한다. 카터는 망설이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하여 버킷리스트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여행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에드워드가 써놓은 ‘스카이다이빙’. 하늘을 떠다니며 에드워드는 소년처럼 사랑의 말을 늘어놓기도 하는 등 행복한 모습을 보인다. 그 다음으론 문신 새기기, 카터의 드림카였던 쉘러를 타고 카레이싱하기, 정글로 가서 총쏴보기, 타지마할, 이집트, 에베레스트, 홍콩... 그들은 아름답고도 찬란한 여행을 다니며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카터는 에베레스트 산을 항상 오르고 싶어 했는데,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장엄한 광경을 보는 것이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폭풍으로 인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그 폭풍이 내년 봄이 돼서야 개일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내년 봄은 카터와 에드워드 모두에게 확신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에베레스트에서 내려오고, 홍콩의 어느 바에서 카터는 에드워드가 보낸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 여자의 유혹을 거절한 카터는 집으로 돌아갈 결정을 내리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던 도중 쓰러지게 된다. 


 카터는 뇌까지 암이 전이되어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고, 에드워드는 그런 카터를 보며 힘겨워한다. 마지막 수술 뒤 카터는 세상을 떠나게 되고, 에드워드는 카터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자신의 딸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카터의 장례식장에서 에드워드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서로를 만나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웠고, 서로에게 기쁨이 되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 영화는 카터와 에드워드의 유골함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안치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이로써 카터가 애타게 원했던 ‘장엄한 광경 보기’가 이루어진 셈이다. 



 우리는 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치열하게 살아낼 뿐, 죽음에 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들지만, 이것이 살아가는 동안 직접적으로 와 닿는 순간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죽음과 직접적으로 맞닿았고 그제야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으며, 그 과정에서 인생의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이집트 피라미드 정상에서 카터와 에드워드가 나눈 이야기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카터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선 사후세계를 믿었지. 

 천국의 입구에서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해. 대답을 잘해야 들어갈 수 있지.

 첫 번째는, 삶의 기쁨을 찾았나. 

 두 번째는,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나. 



자신의 삶의 기쁨을 찾았는가. 그리고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쉽게 두 가지 모두 성취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주 간단해보이지만 전혀 간단하지 않다. 이 질문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고, 또 앞으로 삶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질문이라 생각된다. 다음은 카터가 에드워드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의 내용이다. 



‘에드워드. 이걸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며칠을 망설였네. 하지만 안 쓰면 후회할 것 같아 이렇게 펜을 들었네. 지난번에 우린 얼굴을 붉히고 헤어졌지. 여행을 그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내 탓이니까 미안하게 생각하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난 또 그럴 거야. 아내는 이제야 본래의 남편을 찾은 거 같다더군. 다 자네 덕분이야. 내가 받은 걸 갚을 길이 없군. 그래서 차라리 부탁을 하나 더 하겠네. 삶의 기쁨을 찾게. 자넨 남과 다르다고 그랬었지? 맞는 말이야. 자넨 분명 달라. 하지만 인지상정이란 게 있잖나. 우리 목사님 말씀이, 우리네 삶은 흐르는 물 같아 하나의 강에서 만나 폭포 너머 안개 속의 천국으로 흐른다네. 삶의 기쁨을 찾게 에드워드. 친구여 눈을 감고 강물에 몸을 맡기게.’



죽음 앞에서 발견하게 된 인생의 기쁨을 다룬 아름다운 영화. ‘버킷리스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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