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각자 가진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무리하게 약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아직 내가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이지 잘 모르겠다. 밤에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할 때는 하나도 안 피곤하고 게임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창의력이 샘솟는다. 게다가 좋은 사람들과 술 한잔 할 때는 11시에도 12시에도 정신이 말짱한 나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주말에 애들이랑 놀 때는 10시만 되면 너무 피곤하고 졸리는지 모르겠다… 미안하다 아가들아)
나의 이기적인 뇌가 내가 좋아하는 상황에 따라 스위치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회사 일을 할 때에는 조금 다르다. 저녁에 야근을 할 때에는 밥을 먹고 책상에 앉으면 졸리기도 하고 템포가 끊어져서 다시 워밍업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9시가 넘어간다. 몸도 지쳐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10시가 되니 일의 능률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퇴근해야겠다고 확신이 든다.
다음날 아침 7시 어제 하던 업무를 열어본다. 술술 처리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밤에 늦게까지 끙끙대지 않았을텐데 항상 후회하면서도 집으로 고민을 가져가고 싶지 않아 아등바등했던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아침 9시가 되기 전까지 메일함까지 싹 비우고 이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오늘은 그 동안 시간이 부족해서 추진하지 못했던 중장기 프로젝트를 꺼내어 기존에 정리된 것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들을 추가해 본다.
오후 6시에 퇴근하라고 정해 놓은 것은 왜일까? 아마도 과반 수 이상의 인간의 생체리듬이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최고도로 집중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에는 유연근무제가 도입되어서 꼭 9시에 시작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일할 수 있는 근무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나는 틀에 박힌 인간인지 몰라도 오전 9시부터 일하는 게 제일 효율이 좋다. 5천명이 넘는 사우들을 위해 일해야 하다보니 가장 많이 출근하고 가장 일반적인 시간에 근무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은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몸무게가 80kg를 찍고 가족들로부터 돼지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는데 이를 개선하고자 아침에 런닝을 해 보았다. 누구는 아침에 운동하면 상쾌하고 좋다고 하는데 나는 아침에 운동하니 너무 피곤하고 하루가 너무 힘이 들었다. 반면에 6시에 퇴근하고 바로 지하에 있는 피트니스로 향하니 배고픈 상태에서 짧게 운동해도 효과가 좋았고 정체가 심한 퇴근시간을 피해 운동하고 정체가 풀리는 오후 7시 30분에 샤워하고 퇴근하니 집으로 출근하는 기분이고 차도 막히지 않아서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역시 자신의 상황과 페이스에 맞춰서 사는 게 삶과 비즈니스에 효과적이라고 느낀다.
오후 8시 20분, 집에 도착하면 바빠진다. 나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지만 두 딸은 핵연료 에너자이저를 충전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빠르게 공중에서 몇 바퀴 돌리고 장기, 오목, 술래잡기, 빙고게임 등을 차례로 클리어하고 10시에 꿈나라로 향한다.
드디어 맞이하는 자유시간, 오늘은 스프레드시트를 정리하고 대본도 쓰고 영상 편집도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롤 한판 하고나니 벌써 11시다. 유튜브 30분 보고 나니 벌써 잘시간
결국 오늘도 내가 마음먹었던 일을 하나도 못하고 나약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1시간이면 충분하던 일들이 퇴근 후 4시간 동안 해내지 못한 것을 보면 결국 나에게 온전히 주어지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똑같은 인생을 살다가 그냥 그렇게 죽어갈 것이다. 물론 저녁형 인간의 경우 이와 반대로 밤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겠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결국 아침 시간에 가장 집중력이 높고 많은 일을 처리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똑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같은 인생을 살아도 우주에 흔적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이고 나의 리듬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경우 하루를 4등분하여 5시~9시까지 1쿼터, 9시~오후 6시까지 2쿼터, 오후 6시~10시까지 3쿼터, 10시~12시까지 4쿼터로 나누어 살고 있다.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 없지만 운동을 할 때에도 인생을 살 때에도 가장 에너지 넘치는 1쿼터를 잘 보내야만 승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