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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앞에 나아가다

너무 두렵지만, 너무 무섭지만

by 자리

해외살이 3년차에 접어들었다.

너무나 행복한 직장생활도 해오고 있고

거주 상태도 안정적이다.

이제 밴쿠버는 날이 펴서 햇살이 화사하고

공기는 포근하다.

나는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하고있다.


나는 극심하게 무기력했었다.

10대 20대 전혀 집중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날들

지금은 정말 잘, 활기차고 기운차게 보내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까먹고 산다.

그치만 가끔 이렇게 과거에 아무것도 명료하지 않았던 나의 뇌 상태를 똑같이 경험하는 듯한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이렇게 내가 너무 싫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 나 스스로에게 침잠하는 것을 택하는 대신

나는 글쓰기를 선택한다.

대중에게 내어보이는 글쓰기를 선택한다.


나이가 들며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알게된 것은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이다.

오랜기간을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 굳게 믿어왔었는데

사실은 나는 인간관계 기술에 자신이 없었던 것이지

사람에게 기운을 얻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걸 자각하고 인정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하하

나는 꽤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나의 마음을 외면해왔다.

나의 무능을 직시하는 것이 두렵고 괴로웠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키고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를 드러내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것을 인정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일하고, 조직 안에서

역할을 하며 인정받는 것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스스로 인정한다.


그냥 이 사실을 긍정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꽤 가벼워졌다.

역시 사람은 소통을 해야하나봐.

그 유명한 생쥐를 이용한 실험이 생각난다.

고립된 환경에서 생쥐는 쉽게 마약에 중독되지만

즐겁고 조직안에 속한 생쥐는 마약을 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실험


그걸 공부하면서도 나는 나도 그렇다는 사실을

연관 짓지 못하고 있었다.

나를 드러내도 괜찮은 안전한 커뮤니티의 힘

그런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만들어가는데

조력하는 것


기꺼이 스스로를 드러내보고자 한다.

아 너무 무섭다

하지만 하고싶어

그래 해보자

할 수 있을거야

상처받을 일이 생길수도 있어

그래도 기쁠 일도 생길거야

한번 가보자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상기하며

내 안에 있는 생각들을 차근차근 풀어내어 기록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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