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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위해
내 삶의 '목줄'을 넘기지 마라

[애플 인 차이나] 를 읽고 깨달은 건강한 인간관계의 4가지 원칙

by 최두옥

[Apple in China] 는 세계 최고 기업인 애플이 중국에 모든 걸 걸었다가 끌려다닌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의 관계에서도 '의존'은 똑같이 위험하다. 좋은 관계를 위한 행동이 결국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덧'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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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의 원칙


애플은 자사의 생산 능력을 중국이라는 단 하나의 협력자에게 100% 의존했다. 그 결과 중국이 횡포를 부려도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의 90% 이상을 중국의 단일 공급망에 집중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의 단 한 번의 규제나 폭스콘 공장의 문제 발생 시에는, 전 세계 아이폰 공급이 마비될 수 있는 극단적인 위험(지정학적 덫)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40대인 나도 가끔은 한 사람에게 감정과 기대, 심지어 삶의 이미까지 투사할 때가 있다. 그러다 관계가 흔들리면 잠시지만 일상도 무너지곤 한다. 상대의 기분이나 변덕에 흔들림을 넘어 휘둘리는 관계는 '목줄'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이는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대안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가족, 연인, 친구, 멘토, SNS 지인 등, 마음을 나누는 대상이 분산되어 있어야 특정 관계에서 상처를 받아도 자연 치유가 될 때까지 버틸 수 있다.



가치사수의 원칙


애플은 거대한 이익을 위해 '개인 정보 보호'라는 기업 철학을 포기하고, 중국 정부의 부당한 검열에 순응했다.

애플은 막대한 중국 시장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의 핵심 가치인 '개인 정보 보호'를 포기했다. 2017년, 중국 고객의 아이클라우드 데이터를 중국 국영기업 서버에 이전하도록 동의했고, 수많은 인권, 종교 관련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며 중국 정부의 검열에 협력했다.


나 역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키려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굽히거나 내 경계를 양보한 적이 있었다. "저 사람이 늘 저렇게 말하니 그냥 들어주자"거나 "조직에서 안 튕겨 나가려면 분위기에 맞춰야지"라며 나를 합리화하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 잠깐의 평화를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상대는 결국 나를 '만만한 사람'으로 보고 계속해서 내 경계를 무시하게 된다. 이런 관계는 끝이 뻔하다. 관계를 지키려는 행동이 결국 관계를 파멸을 당긴다.


진정성의 원칙


애플은 쉽게 이익을 만드는 '단기 비용 절감'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쟁자를 키우고 스스로를 취약하게 만들었다.

애플은 중국의 저렴한 비용과 숙련된 노동력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과 최첨단 제조 노하우를 중국에 쏟아부었고, 결국 이는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었고, 스스로 미래의 강력한 경쟁자를 키우는 셈이 되었다.


이런 '쉬운 길'의 유혹은 인간관계에서도 흔하다. 당장의 인기를 위해 과장된 모습을 보이거나, 마음에 없는 칭찬으로 상대방을 띄워주는 식이다. 나 역시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 공수표를 날리거나, 내가 도와줄 수 없는 것에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허나 생명력이 없는 이런 가짜는 금세 밑천이 드러난다. 말로만 약속하는 도움은 한없이 가벼워서 실제로는 아무 변화도 만들 수 없다. 진짜 관계는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독립성의 원칙


애플은 자사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중국 협력사에 쉽게 전수한 결과, 결국은 기술적 우위를 잃고 중국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애플의 엔지니어들은 중국 협력 공장에 상주하며 최고 수준의 아이폰 생산 기술을 직접 전수했다. 결국 애플의 핵심 지식이 중국의 산업 기반으로 빠르게 이전되면서, 애플은 위탁 생산 업체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잃었다.


나도 좋은 관계를 핑계로 나의 개인적인 시간이나 에너지를 상대에게 쉽게 내줬던 적이 있다. 밖에서는 이런 행동이 '신뢰' 혹은 '신실함'으로 포장된다. 허나 이렇게 상대를 전적으로 나에게 의지하게 만들거나, 내가 상대에게 의지하게 되면 정서적인 독립성을 잃고 관계에 종속될 수 있다. 어떤 관계에서든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 나만의 감성적인 경계를 보호해야 길고 균형잡힌 관계가 가능하다.




애플은 내가 오랫동안 사랑했고 애용했던 브랜드다. 하지만 중국의 지정학적 덧에 걸려버린 애플의 이야기는 지나친 의존과 단기적인 욕심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애플이 세상에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돈을 벌기 위해서 중국에 많은 걸 넘겨준 것처럼, 우리도 사랑받기 위해서, 인정받기 위해서, 혹은 빠르게 돈을 벌기 위해서 우리 자신을 너무 쉽게 남에게 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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