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여
양손으로 정성껏 성배를 받쳐 들고
아끼고 아껴 성스러운 마음으로
한 모금 한 모금 그 물을 마셨으니
그 기쁨 이루 말할 수 없어
세상이 다 하얗게 보이네.
다시 세상이 제 모습을 보였으나
나는 그 기쁨 잊지 못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네.
이 또한 성배를 마시는 과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내가 마신 성배가 약인지 독인지 불현듯 겁이 나네.
허나 이것이 독이라 하더라도
내 정성은 그 독을 해독하고 남으리라.
나는 이 성배를 정성껏 보듬어 지키려니
어느 누구도 그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