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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수 Jul 08. 2016

독이 든 성배

내가 마시길 간절히 바라고 바라여

양손으로 정성껏 성배를 받쳐 들고

아끼고 아껴 성스러운 마음으로

한 모금 한 모금 그 물을 마셨으니

그 기쁨 이루 말할 수 없어

세상이 다 하얗게 보이네.

다시 세상이 제 모습을 보였으나

나는 그 기쁨 잊지 못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네.

이 또한 성배를 마시는 과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내가 마신 성배가 약인지 독인지 불현듯 겁이 나네.

허나 이것이 독이라 하더라도

내 정성은 그 독을 해독하고 남으리라.

나는 이 성배를 정성껏 보듬어 지키려니

어느 누구도 그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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