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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Feb 28. 2016

중국인들이
아프리카를 향하는 이유

[북런치 #1]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 대륙을 방문할 기회들을 찾다 보니 2012년과 2013년에 봉사활동과 인턴 등으로 가나, 케냐, 남아공을 다녀오게 되었다. 전 세계에 중국인들이 진출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몇 번의 아프리카 방문에서 중국의 흔적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영향력 또한 내 생각보다 강력했던 것 같다. 가나 쿠마시 시장 상인들은 나를 보며 '치나치나(China)', '니하오'하며 말을 걸었고, 아코솜보 강 근처 리조트에서는 강을 바라보며 통화를 하고 있는 중국 비즈니스맨을 봤다. 또, 남아공에는 위험한 치안 상황에도 불구, 곳곳에서 장사하는 중국 상인들이 있었다. 그들의 사연이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직접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내가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때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관련 기사나 서적을 찾아보는 편인데, 지인의 페이스북에 이 책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고 바로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23년간 뉴욕타임스 해외 특파원으로 중국과 아프리카를 관찰해온 저자 하워드 프렌치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15개 나라를 돌아다니며 곳곳에 스며든 중국인 이주자들과 그들을 가까이에서 겪고 있는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냈다. 중국어에 능통한 저자가 현지에서 그들을 관찰, 조사하고, 인터뷰한 내용들을 읽는 동안 나의 기억과 책의 내용이 조합되며 마치 내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말 걸어보지는 못한 그 중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일은 '저우추취(走出去)'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96년 장쩌민 전 국가 주석은 아프리카 순방에서 아프리카 각국 정부에 협력을 제안하고, 자국 기업들에게는 해외 진출을 독려하며 "해외로 나가라" 전략을 제시했다. 이러한 전략 하에 중국은 아프리카에 철도, 고속도로, 공항 등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무상 제공하는 대신 각종 광물의 장기적인 공급을 보장받는 현대적 물물교환 체계를 만들었는데, 대부분 중국 자본, 중국 기업, 중국 자재, 중국 인력에 의해 진행되도록 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아프리카로 향한 중국인들에게 현지 정부는 호의적이었으며, 그들 앞에는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중국 본토와 달리 아프리카 대륙에는 수많은 기회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소문이 인적 네트워크들을 통해 중국에 퍼지자, 더 많은 중국인들이 아프리카행을 선택했다. 이제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로 이주한 중국인이 100만 명가량으로 추정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추정치이며 100만 명조차 보수적인 계산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연하게도, 너무나 다른 두 대륙의 만남 과정이 순탄하기만 할리가 없고, 이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중국인들의 사고와 언행의 기저에는 중화사상과  황금만능주의가 깔려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저지르는 온갖 불법과 그로 인한 시장파괴, 자원수탈, 환경오염, 안전문제, 인권문제 등에 대해 지적하는 현지인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어떻게 아프리카가 개발되고,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지, 전쟁과 빈곤에 더해 제도의 구축과 안보와 같은 수많은 위기, 도전에서 누가 아프리카를 인도해 낼 것인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국제적 활동가로 나서길 주저하는 중국에 의해 생각보다 훨씬 크게 좌우될 것이다. - P161 


21세기 말에 이르러 풍부한 인구와, 높아진 교육 수준, 그리고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을 기반으로 아프리카에게 도약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지금 중국과 맺는 관계를 잘 이용한다면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자원만 약탈당한 채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에  또다시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다 보니, 책 제목을 보고 사람들이 아프리카와 중국이 무슨 관계냐 묻는다. 일반적으로 우리 생각 속에 유니세프 홍보 영상과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아프리카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곳이고, '이주'라는 단어와 쉽게 연관 지어지지 않는 땅이다. 쉽게 변하지 않는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대비되게 지구 반대편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나는 아프리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분명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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