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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Apr 10. 2016

지금,
무엇이 소비자를 움직이는가?

[북런치 #2] 절대 가치

마케팅 불변의 법칙

대학 새내기 시절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후 처음으로 읽은 마케팅 관련 서적인 걸로 기억한다. 책의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과거의 여러 마케팅 사례들을 기반으로 마케팅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칙들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마치 마케팅에 있어 변치 않는 진리가 있는 것처럼 소개하는 그 책을 그때는 도서관에서 노트 필기까지 하며 참 열심히도 읽었었다. 


마케팅이 나의 흥미를 끌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주어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나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황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래는 정답도 없고, 공식도 없는 마케팅의 영역이기에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사례를 조합해서 법칙이나 툴을 만들고 '마케팅 원론'을 구성해 온 듯하다. (정작 '회계 불변의 법칙' 같은 책은 없다는 점을 이 대목에서 한 번쯤 생각해 봄직 하다.)


상대 가치 → 절대 가치

졸업을 하고 광고 &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대학 시절 배운 각종 이론과 법칙들이 무색해졌음을 느낀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마케팅 담당자들이 소비자의 비합리성에 근거해 세운 전략에 따라 사고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맥락(Context)이나 프레이밍(Framing)에 의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상대 가치'가 결정되고, 그것에 따라 소비자들은 의사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의 소비자들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후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제품을 사용할 때 실제로 경험하는 품질 또는 가치'절대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더 쉬워졌다.


절대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쉬워졌다는 점은 소비자와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구매 전 상품이 가지는 가치의 실체를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 쉬워졌다는 의미이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 변하는 게 당연하지' 하면서도 아래 세 가지 변화는 현업에서 일하며 몸으로 느끼긴 했지만, 내가 대학에서 배우고 고민했던 것과 정 반대인지라 읽으며 새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① 감소하는 브랜드의 힘

브랜드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과거와 달리 품질에 대한 중요 기준으로서 브랜드의 힘은 감소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브랜드를 맹신하지 않는다. 특히 특정 상품 카테고리에서 품질의 중요성과 소비자와 전문가들에 대한 의존도에 따라 브랜드의 힘은 더욱 감소할 것이다. 화장품 업계만 하더라도 수분크림이나 마스카라 등 각 상품 카테고리에서 유명한 브랜드라는 사실만 믿고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품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알려지는 경우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음을 최근 여려 예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새로운 브랜드의 시장 진입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② 변화하는 고객 충성도와 만족도 그리고 과거 경험

마케팅 관리의 주요 척도였던 고객 충성도와 만족도 또한 그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 절대 가치를 더욱 쉽게 평가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과거 경험이나 만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나의 경우만 해도, 대학 시절부터 니콘 DSLR 카메라를 써왔는데, 최근에는 RICOH GR로 갈아탔다. 니콘 카메라의 퀄리티에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RICOH는 최근 들어서야 알게 된 브랜드였지만, 실 사용자들의 후기에서 '색감 깡패'로 불리는 RICOH GR로 찍은 사진들을 보며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샤오미의 여러 제품들을 구매함에 있어 우리들이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과거와 많은 면에서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영향력이 줄어든 포지셔닝 효과

'포지셔닝'은 대학시절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였고, 여러 기획서에 써왔고 지금도 쓰고 있는 개념인데, 상대 가치에 기반한 것으로 절대 가치와 정 반대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포지셔닝 효과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아래와 같이 책 내용의 직접 인용으로 설명을 대체하겠다. 


회의실에서 얻어진 포지셔닝 문구로는 이제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마케팅 담당자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포지셔닝 전략을 포기하면 오히려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 P 151

소비자들이 마케팅 담당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았던 과거에는 한 가지 특성에 의존해 제품을 비교하는 것이 가능했다. 효과적으로만 전달되면 신제품이 몇 가지 특성에서 뛰어나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세부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에게는 먹히지 않는 전략이다. - P 153

소비자들이 정보에 더 의지하는 세상에서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들의 선호를 바꾸려는 시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 P 159

기업이 무슨 말을 하는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가치다. - P 161


인플루언스 믹스 변화에 따른 마케팅의 역할

책에서 저자는 '상대 가치 → 절대 가치'로의 변화에 따른 마케팅 환경변화에 대해 설명한 후 이러한 환경 속 마케팅 담당자들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분석 틀인 '인플루언스 믹스'를 소개한다. 이는 말 그대로 개인의 구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소 (① 개인의 이전 선호, 믿음 그리고 경험-P ② 다른 사람들과의 정보 서비스-O ③ 마케팅 담당자-M) 조합을 의미한다.

한 가지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다른 정보에 대한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다양한 상품 분야에서 M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더 믿을 수 있는 정보로 인식되는 O가 등장하면서 O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커진 소비자들은 O가 제공하는 사용기, 후기를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절대 가치를 파악하려 한다. 화장품 분야 파워블로거들의 엄청난 영향력과 최근 들어 등장하는 자동차 시승기들에 대한 신뢰,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이를 잘 설명해 주는 예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마케팅의 역할은 특정 상품을 소비자의 머릿속에 포지셔닝하는 일에서 관심을 유발하는 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에서 O를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변화하고 있다.


고객은 다 안다. 호갱은 돌아오지 않는다

각종 후기들과 같이 O를 통해 미리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된 소비자는 더 이상 호갱 취급당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구매 전 절대 가치에 근접할 수 있게 되자 과거에는 문제 되지 않았을 법한 일들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MDPS 이슈, 르노삼성자동차 SM6의 토션빔 이슈 등을 그 예로 볼 수 있겠다.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기업 입장에서 숨기고 싶었던 문제들까지 다 파헤친다. 


O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비자들은 절대 가치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승자가 되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더 좋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기업들은 상품에 대한 미래 경험을 평가하는 소비자들의 능력 때문에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 품질과 타협을 하는 고객층도 있지만 품질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 P 257 


고객은 다 안다. 호갱은 돌아오지 않는다.

화려한 마케팅 전략보다 훌륭한 제품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브랜드보다 품질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 마케터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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