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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기범 Jan 16. 2021

매일의 생각을
기록해둔다는 것

[북런치 #18]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트레이더 김동조 씨가 2015년 중순부터 2018년까지 블로그의 '시황'에 올렸던 글들을 정리해 엮은 책이다. 


시황은 객관적인 숫자로 표현되지만, 각 시장 참여자들이 가진 주관적인 '시황관'이 만든 결과이다. 같은 가격인데도, 누군가는 싸다고 생각해 사고, 누군가는 비싸다 생각해 팔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진다. '시황' 카테고리에 담기엔 오히려 일기에 가까운 글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늘 하루를 바라보는 그 만의 '관점'이 잘 드러나는 내밀하고 진솔한 글이었다.




1.

처음 두 세장을 읽으면서 바로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이너 생각위를 걷다’와 철학자 김진영 선생의 ‘아침의 피아노’가 떠올랐다. 전문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무엇을 보는지, 그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찰하는 과정은 늘 흥미롭다. 그 일상이라는 게 엄밀히 말하면 나의 일상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들은 내가 놓친 것을 관찰하고, 내가 본 것을 다르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2.

책에서는 ‘원칙’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얘기한다.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Long과 Short의 의사결정을 반복해야 하는 트레이더이기에 의사결정의 원칙을 이토록 강조한 게 아닌가 싶다. 레이 달리오가 ‘원칙’이라는 책을 쓴 이유도 이 책을 읽다 보니 더 크게 와 닿았다. 시장의 변동성을 이기는 힘이 나름의 트레이딩 원칙을 세우는 것이라면, 인생의 변동성을 극복하는 힘 역시 삶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세우는 것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3.

트레이더의 시선이 시장과 숫자에만 머무르지 않아서 좋았다. 저자는 문학작품, 영화, 스포츠, 공연과 같은 문화생활을 진심으로 즐기는 듯 보였다. 아마도 그것이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시장을 읽는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내면을 풍성하게 가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4.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한 분야에서 '탁월함'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꾸준함'이었다. 탁월함이 타고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큰 위로가 된다. 동시에, 꽤 괜찮은 핑곗거리를 못쓰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

이 책은 그 존재 자체로 그날그날의 내밀하고 진솔한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해두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지 잘 보여준다. 브랜드를 생각하는 사람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기록해보는 것도 좋겠다.


후루룩 읽어버리긴 했지만, 가끔씩 다시 꺼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안 읽어 보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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