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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만든 위스키를 아시나요

이대형 박사의 알기 쉬운 전통주 브리핑-32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주종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위스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위스키의 인기는 80년대 술집 접대용으로 판매되던 형태로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다. 일명 MZ 세대라고 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싱글몰트 위스키와 하이볼로 소비되면서 그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하나의 증류소에서 나온 몰트 위스키 원액으로만 병입한 위스키이다. 위스키 중에서도 고급으로 인식되는 위스키로 젊은 층에 인기를 끌고 있다. 새롭게 출시되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경우 오픈런을 해야만 구할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아졌다. 하이볼은 위스키에 탄산수나 토닉워터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로, 저도수를 추구하며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의 주류 소비 특성과 맞아 인기를 끌고 있다.

위스키(좌)와 하이볼(우) @pixabay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2년 한국에서의 위스키 판매는 전년 대비 46% 증가로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했다. 22년 한국인들은 1,420만 리터의 위스키를 소비했다. 소비량은 높은 편이 아니지만 성장 속도가 압도적이었다. 위스키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위스키 주문이 지난 5년간 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주문량은 15% 증가에 불과했다. 올해 관세청 무역통계로는 1∼8월 스카치, 버번, 라이 등의 위스키류 수입량은 2만 2,779t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0% 늘었다. 연말까지 지금의 수입량이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수입량은 2002년 기록한 최대치인 2만 7,379t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처럼 인기 있는 주류로 등극하고 있는 위스키는 대부분이 수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위스키를 만드는 소규모의 양조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2개의 양조장이 위스키를 생산 판매 중 이며 각각의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술마다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기업도 위스키 생산을 위한 투자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대규모의 투자를 통해 일본이나 대만처럼 대한민국 위스키를 생산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위스키 생산 양조장 쓰리소사이어티스(좌) 김창수위스키(우) @이대형


위스키들이 인기를 끌면서 전통주의 증류주 시장도 위협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주류 소비량은 정해져 있다. 특정 술들이 인기를 끌면 다른 주류들의 소비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증류주 양조장들은 위스키와 대항할 수 있는 술들을 고민했고 그러한 술로 쌀로 만든 증류주를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쌀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몰트를 이용해서 만든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리를 싹 틔운 몰트를 만들기가 어렵기에 쌀을 기본으로 해서 증류한 술을 오크통에 넣는 방식으로 위스키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몰트위스키가 아닌 넓게 보면 그레인 위스키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그레인 위스키 : 맥아 이외의 곡물(주로 옥수수나 밀, 호밀 등)을 사용).

다양한 한국의 곡물 위스키 @명욱

사실 국내에서 쌀 위스키를 만드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기존 증류 소주와 차별성을 갖고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많은 양조장에서 증류 이후 숙성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좋은 오크통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오크통의 수입이 다양해지면서 좋은 오크통에 쌀 증류주를 넣으므로 써 맛과 향을 위스키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일부 양조장들은 위스키 붐이 불기 전부터 쌀 위스키를 제조해서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수출까지도 연결이 되었다.

한국의 좋은 곡물 위스키들이 숙성되기를 기대한다 @pexels


하지만 아직 쌀 위스키 제품은 아쉬움이 많다. 오크통이 충분치 않거나 비싸다 보니 오크칩을 이용한 양조장들이 상당수 있다. 특히, 좋지 않은 증류주를 오크통에 넣고서 쌀 위스키라는 붐에 편승하려는 업체들도 많다. 이 밖에도 쌀 위스키라는 술의 숙성과 관련되어 발효는 어떻게 하고 오크통에 어떤 도수나 품질의 술이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소비자들은 분명히 좋은 술과 나쁜 술을 구분할 줄 안다. 그러기에 최근에 잘 만들어진 쌀 위스키 또는 곡물 위스키의 경우 많은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있고 구매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 증가에 맞춰 제도적으로 쌀 위스키라는 술에 대한 구체적 규정 또는 소비자들의 대중적인 기준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위스키 붐을 우리 전통주 또는 한국 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 쌀 위스키의 생산 및 소비 확산을 위해 관련 양조장과 기관이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이야기가 있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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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믈리에타임즈(https://www.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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