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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진(Gin)의 발전을 기대하며

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170

주류 박람회를 가는 여러 목적 중의 하나는 현재 유행하는 주류에 대한 시장조사이자 미래 시장에 대한 예측을 위해서다. 주류 메이커 또는 수입업체들은 선도적으로 주류 시장을 살피고 거기에 맞는 술을 생산하거나 수입을 하기에 박람회는 정보를 얻기 좋은 장소이다. 며칠 전 끝난 서울바앤스피릿쇼(Bar & Spirit Show)에서는 기존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그대로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새롭게 많은 수입사가 준비한 술 중에 하나로 진(Gin)을 들 수 있다.

서울바앤스피릿쇼에 전시된 다양한 진들 @이대형

진하면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술일 수도 있다. 진은 호밀, 옥수수 등의 원료를 증류해서 노간주나무 열매와 여러 종류의 보내티컬(Botanical, 식물)로부터 향기 성분을 추출한 것이다. 강한 방향을 지니며, 무색투명하고 매운맛을 가진 게 일반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칵테일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진토닉을 들 수 있다. 진토닉은 진에 토닉워터를 첨가하고 레몬을 올리면 완성된다. 레시피가 간단해서 쉽게 만들 수 있어서 많은 소비자가 집에서도 큰 도구의 도움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칵테일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왔다.


우리나라도 저도수의 영향과 함께 ‘홈술’, ‘홈파티’용으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젊은이가 늘면서 진의 소비도 늘고 있다. 국내 진의 수입액은 23년 554만 9,000달러(한화 약 73억 원)로, 1년 전 531만 4,000달러(한화 약 70억 원) 대비 4%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량도 899톤에서 928톤으로 3% 확대됐다. 전체적인 수입 증가량이 적을 수도 있지만 위스키나 보드카 등의 수입액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입량이 증가한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저도수 칵테일은 하이볼일 것이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넣어 알코올 도수를 8도로 낮춘 제품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칵테일 용 술인 진에 대한 관심도 생겨난 것이다. 오랫동안 진의 대부분은 수입 제품들이었다. 봄페이 사파이어(Bombay Sapphire), 탱커레이(Tanqueray), 비피터 (Beefeater), 헨드릭스 진(Hendrick's Gin) 등 생각보다 많은 진을 주변에서 볼수 있다. 이 진들은 각자의 양조장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허브나 약초를 사용해서 자신들 만의 노하우로 맛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해외의 다양한 진들 @나무위키


최근에는 유럽 진 외에도 일본 진도 우리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기노비 교토 드라이 진(KiNoBi Kyoto Dry Gin)의 경우 쌀 증류주를 베이스로 주니퍼베리, 유자, 히노키, 대나무 잎, 교토 우지 지역의 교쿠로라는 고급 녹차, 산초, 생강, 빨간 시소 잎 등 교토를 상징하는 향료들을 사용했다. 코마사 진(Komasa Gin)은 일본의 쌀 소주에 진 기본 원료 외에 가고시마 특산물인 "사쿠라지마 미니밀감"을 첨가해 만든 크래프트 진이다. 이런 대표적인 진 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지역의 특별한 허브류를 이용해 진을 만들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진 사업에 뛰어들었다. 산토리의 수이진(Sui Gin)은 전통적인 진 재료 외에 유자, 녹차, 생강이 추가로 사용되는 등 일본에서 사용도가 높은 식재료를 사용했다.


수이진의 경우 20년 발매 초기 36만 병(3만 케이스) 판매를 목표로 잡았지만 발매 직후 114만 병(9.5만 케이스)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가정식 식사에도 어울린다는 특징으로 가족끼리 즐기는 칵테일로 자리 잡으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이후 수이진을 주로 마시던 고객층이 여성이나 젋은 층으로 확장되면서 수이진 소다 캔을 출시하였다. 이 수이진 소다 캔은 2022년 이후 편의점 술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에 등극하기도 했다.

수이진(왼쪽)과 수이진 소다 캔 @산토리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진을 생산하는 양조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양평의 부자진(회사 부자진), 남양주의 정원(쓰리소사이어티스), 청주의 스프링레이크(스마트브루어리), 충주 선비진(토끼소주) 등 이외에도 여러 양조장들이 진을 만들고 있거나 출시 준비 중이다. 양조장들이 진을 만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홈술을 중심으로 증류식 소주에 간단히 탄산수나 소다수 등을 섞어서 마시는 ‘믹솔로지(여러 종류 술과 음료, 시럽 등을 섞어 마시는 것)’인구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위스키를 이용한 하이볼이 있고 그 뒤를 이어서 진을 이용한 칵테일이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양조장 입장에서도 위스키 형태로 오크통에 넣고 숙성하는 증류주 보다 숙성이 짧거나 또는 숙성을 하지 않는 진의 생산 및 유통이 유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진의 경우 각 나라 또는 지역을 상징하는 허브류 또는 보태니컬을 넣은 특징을 만들 수 있기에 마케팅의 관점에서도 다른 주류에 비해 차별성을 만들기가 쉽다.

한국의 다양한 진(Gin)들-왼쪽부터 부자진, 정원, 스프링레이크, 선비진 @각업체들


하지만 우리나라 생산 진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품질이 좋은 진을 만드는 양조장들도 있지만 일부 양조장 진은 향의 조화가 좋지 않은 게 있다. 우리나라의 진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진 품질에 대한 전문 평가자들도 부족하다. 지금부터 새로운 주종인 진에 대한 양조장들의 관심과 함께 진의 소비 형태인 칵테일 등의 제조 방법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나라 진의 발전도 가능할 것이라 예상한다. 아직 역사는 짧지만 다양한 국산 보태니칼을 사용한 한국형 진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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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믈리에타임즈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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