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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Jan 31. 2024

매일의 작은 행동과 더딘 변화를 선택할 당신에게

어맨다 고먼 글,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무엇이든, 언젠가는⟫


쫙 펼친 앞면지를 꽉 채운 쓰레기들.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버렸기에, 모든 게 아무렇지 않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모든 게 아무렇지 않게 널브러져 있기에,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그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거리의 쓰레기 더미를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치지 못 하는 한 아이의 눈길을 따라가면서요. 거리의 틈새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지키고 키우고 피우는 여러 아이들의 손길을 따라가면서요. 


그렇게 이야기는 책장 밖 ‘바로 여기’로 이어집니다. 보고 듣고 마주칠 때마다 우리의 걸음과 믿음을 무너트리는 현실 속 크고 작은 사회 문제 더미들로요. 어느새 너무도 만연해져 바로 잡고 바꿔야 한다는 분노와 슬픔까지 조금씩 무뎌져 가는 현실 속 작고 작은 우리의 마음들로요.


그러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지 않습니다. 체념과 무시라는 쉽고 편한 선택지로부터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해 ‘무엇이든’ 기꺼이 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달라질 거란 믿음을 ‘연대’라는 이름의 현실로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같이 고쳐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책임을 일상 속 작은 실천을 꾸준히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계속해서 미래로 나아갑니다. 나이와 성별, 인종과 외양, 언어와 출신의 구분 없이 손을 모으고 맞잡은 모든 이들에 의해서요. 각자와 모두의 암울한 현실 앞에 무기력하게 고개 숙이지 않기를 선택한 모든 이들을 위해서요.


어느 순간 네가 옳다고 믿은 것이 눈앞에 있을 거야. 네가 도와서 바로잡은 것들이 바로 거기에 있어. 처음에는 작았지만 커다랗게 달라져 있을 거야.


마지막 장면에 적힌 ‘한 단어’의 실현을 꿈꾸는 일. 앞면지를 꽉 채웠던 쓰레기들이 모두 사라진 뒷면지로의 변화를 바라는 일. 이 모두를 “헛된 희망”이라 여기지 않고서 매일의 작은 행동과 더딘 변화를 선택하고 실천해 갈 모든 ‘누군가(somebody)’들에게, ⟪무엇이든, 언젠가는(Something, Someday)⟫은 든든한 응원이자 반가운 선물로 가닿을 것만 같아요. 


저마다의 마음 속에 담긴 희망의 씨앗을 확신하는 ‘어맨다 고먼’ 시인의 글. 그 믿음 위에 모두를 위한 행복과 사랑이라는 꽃을 피워낸 ‘크리스티안 로빈슨’ 작가의 그림. 명료하게 전달받은 용기와 지지의 마음 위에, 최근에 다시 읽은 책 속에서 만난 문장 하나를 올려두며 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어디서든 활짝 필 수 있는 해바라기를, 믿으면서요.


유일한 희망의 말은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이다.
깨버려야 할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다.
- 정혜윤, ⟪슬픈세상의기쁜말⟫, 위고, p.201-202



* 어맨다 고먼 글,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무엇이든, 언젠가는⟫, 김지은 옮김, 주니어RHK,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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