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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May 02. 2024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아이들은 다 그래야지요.

잔니 로다리 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덜렁이 꼬마의 산책⟫


덜렁이 꼬마 ‘조반니’는 해맑은 표정으로 산책에 나섭니다. 이것을 구경하고 저것을 감상하고 이곳으로 걸어가고 저곳으로 달려가는 동안, 조반니는 자신의 신체 부위를 하나씩 잃어버리는데요. (호,호러 장르 그림책 아닙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 조반니는 그저 산책길 위의 다양한 즐거움을 좇아 깡충깡충 마을을 신나게 뛰어다닐 뿐입니다.


조반니가 흘리고 잃어버린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을의 이웃들은 각자가 찾은 조반니의 눈과 귀, 팔과 다리를 챙겨 조반니의 집으로 찾아옵니다. 덜렁대며 다 흘리고 다니는 우리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하는 엄마의 걱정 어린 말에 이웃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답합니다.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뭐.


저는 이 말이 ‘아이들은 다 그래야지요’ 라는 정언처럼 들렸어요. 아이라면 언제든지 저마다의 신나는 모험을 떠나야 한다, 어디서든지 몰입의 순간을 경험해야 한다, 얼마든지 (어른의 눈에는 그저) 실수 또는 딴짓처럼 보이는 장면에 포함되어야 한다...... 아이를 아이답게 이해하는 마을 사람들의 포용과 응원의 마음을 오롯이 돌려받은 조반니. 엄마는 집으로 돌아온 조반니를 따스히 안아줍니다. 엄마 품에 폭 안긴 조반니의 감은 눈을 바라보며, 충만한 기쁨과 사랑을 경험한 조반니의 기분을 가늠해 봅니다.



⟪덜렁이 꼬마의 산책⟫과 함께 보면 좋을 두 권의 그림책이 있습니다. 먼저, ⟪아기 달래기 대작전⟫에서는 밤새 원인을 알 수 없는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 ‘엘리사’가 나옵니다. 엘리사 가족들과 한 건물에 사는 이웃들은 엘리사를 돕기 위해 저마다의 해결책을 들고서 엘리사네로 찾아오는데요.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 보지만 엘리사의 울음은 쉬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엘리사 집에 찾아온 할머니가 어린 아가의 고민과 고통을 제대로 알아차릴 때까지요. 할머니의 지혜 덕분에 (그리고 밤을 가득 채운 모두의 이해와 포용 덕분에) 엘리사는 방긋 웃으며 비로소 아침의 ‘밤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됩니다.


한편, 길쭉한 판형의 ⟪그네 탈래⟫에서는 혼자서 그네를 타지 못 하는 어린아이가 나옵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네에 배를 대고 엎드려 빙빙 도는 일(저희 아이는 이걸 ‘뺑뺑이’라고 말하더라고요)뿐이에요. 그런 아이에게 먼저 다가와 ‘밀어줄까’라고 말을 건넨 동네 형아 덕분에, 아이는 처음으로 그네 타기의 재미를 제대로 맛보게 됩니다.



이 세 권의 그림책에는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라는 웃는 마음이 공통으로 담겨있습니다. 아이는 울 수도 있지요, 아이는 속상할 수도 있지요, 아이는 잃어버릴 수도 있지요, 아이는 잊어버릴 수도 있지요, 아이는 모를 수도 있지요, 아이는 한눈 팔 수 있지요, 아이는 못 할 수도 있지요, 아이는 그럴 수 있지요......  이런 넉넉한 마음 곁에서 자라나는 아이는 자신 또한 이런 넉넉한 마음을 더하고 나누는 ‘사람’으로 자라나겠죠. 어린 동생의 그네를 힘껏 밀어주었던 동네 형아처럼요.  


아이를 일상을 대하는, 아이의 마음을 지키는, 아이의 세계를 키우는 마음을 이 세 권의 그림책 안에서 함께 이어보고 모아봅니다. 하나로 맺어진 마음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포용을 체득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얼마든지 다정한 ‘포옹’을 내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자신과 타인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손해를 끼치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러면 안 돼’라고 말하는 단호한 마음이기도 하고요.) 어린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 집 안의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집 밖의 모든 아이를 생각하며 그림책에 담긴 마음을 제 안에도 담아봅니다.



* 잔니 로다리 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이승수 옮김, ⟪덜렁이 꼬마의 산책⟫, 책빛, 2024

* 미카엘라 치리프 글, 호야킨 캄프 그림, 문주선 옮김, ⟪아기 달래기 대작전⟫, 모래알(키다리), 2023

* 장혜련, ⟪그네 탈래⟫, 월천상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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