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마다 mnet <고등래퍼>를 놓치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고등래퍼들의 꿈 그리고 좋아하는 것(랩)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30대인 제 삶에도 울림을 주기 때문입니다.
TV를 같이 보는 가족들은 "저거 보고 애들이 겉멋 드는 거 아니야? 자퇴에 대한 환상 갖는 거 아니야?" 하고 걱정을 합니다. 실제로 준결승 진출자 5명 중에 4명이 자퇴생이긴 합니다. 하지만 '겉멋', '방황'이라고 하기에 이들은 너무도 진지합니다.
고등래퍼들이 보여주는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 창조력, 끈기, 용기를 보고 있으면 이들의 '자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더 시간을 쏟기 위한 선택이었지 무작정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 한 도피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자퇴생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도 용감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저는 특히 김하온 학생의 랩을 인상 깊게 듣고 있는데 그동안 들어왔던 랩과 완전히 차별화된, 자신만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첫 등장에서 본인을 traveler( 여행가)라고 소개한 그의 취미는 '명상'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내면의 평화를 찾자'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랩에서는 증오/복수심/비판 한 톨 없이 본인만의 독특한 매력이 뿜어져 나옵니다. 일명 '명상 스웩'이라고 하죠.
생이란 이 얼마나 허무하며, 아름다운가
왜 우린 존재 자체로 행복할 수 없는가
우린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중인가
원해 이 모든 걸 하나로 아울러 주는 답
배우며 살아 비록 학교 뛰쳐나왔어도
깨어 있기를 반복해도 머리 위로 흔들리는 pendulum
난 꽤나 커다란 여정의 시작 앞에 서 있어
따라와 줘 원한다면 나 외로운 건 싫어서
- <고등래퍼> 김하온 싸이퍼 무대
김하온 학생은 멋있게 보이려고 기존 래퍼들의 욕설을 따라 하거나 어두운 메시지를 담지 않습니다. '자신의 관찰자'가 되어 자신 내면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창조했기 했습니다. 덕분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메시지를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와 제스처, 가사로 표현해낼 수 있었습니다.
<고등래퍼>를 보며 제가 그저 좋아서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어딘가에 몰입했던 적은 언제였는지 되돌아보게 봅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시간은 남들이 시킨 일을 하고, 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바쁩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일 생각, 회사 내에서의 인간관계 생각,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죠.
온 에너지를 뺏긴 후에 탈진 상태로 잠이 들고
나를 천천히 돌아볼 시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은 점점 줄어갑니다.
순간순간 '이렇게 살려던 게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올라오지만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고, 이런 감정을 억제하는 방법에는 점차 도가 트고,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점점 잊고 삽니다
16살, 고등학생이었던 제가 지금의 제 모습을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펑펑 울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래도 밥벌이하는 것이 대견하다고 미소 짓고 있을까요?
세상이 뭐라 든, 부모님이 뭐라 든
당당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고등래퍼들,
저도 그 학생들처럼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일
글쓰기 책 읽기에 좀 더 시간을 내보려고 합니다.